한 버스 업체가 사내 게시판에 붙여 놓은 공고문

업체, 배차 시간 안 맞는데도 무리하게 운행 시간 배정
버스 제때 안 와 주민 민원 제기된 것만 한 달에 2~3건
A업체, 유류비 비용 놓고 운전자 간 경쟁 부추겨 ‘논란’

부안 농어촌버스 업체들의 버스 결행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의도적으로 버스 운행 결행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가 하면 결행 과정에서 배차 시간이 맞지 않는데도 무리하게 시간을 배정하면서 사고 위험까지 높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버스 결행 등에 따른 보조금을 부안군이 삭감했는지에 대한 의혹까지도 불거지면서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광복절인 지난 15일 버스 업체 1곳에서 결행을 했다. 결행 이유는 차량 고장이다. 이런 일을 대비해 업체별로 버스 1대를 예비차량으로 두도록 했지만 차량 대수가 부족했는지 A업체는 휴일에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격포, 모항, 변산 등의 구간이 포함된 코스를 결행했다.
이날 결행은 1코스와 3코스에서 이루어졌으며, 1코스는 오전, 3코스는 오후에 결행을 했다.
A업체는 결행을 하면서 ‘0호차 기사님은 3코스 13시30분 차 갔다 와서 3코스 빠지고 1코스 15시30분 차부터 물어주세요. 시간 빠듯하면 좀 늦게 출발해도 됩니다‘라고 공고문을 회사 게시판에 게재했다.
이 말은 곧 3코스 13시30분 차 운행 후 1코스 15시30분 차를 운행하라는 얘기인데 정상적으로 운행시 제 시간을 맞추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3코스 운행 시간을 정류장별로 살펴보면 13시30분 부안출발-소격포·격포 14시30분-반월 14시40분-격포 15시00분-변산 15시10분-등룡리에서 15시30분에 부안으로 출발하는 코스다. 그런데 1코스 출발 시간이 15시30분이다. 3코스 차가 도착해서 1코스로 운행을 해야 되는데 그 시간에 버스는 등룡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렇듯 시간이 늦어지거나 촉박하다 보면 운전기사들은 시간을 맞추기 위해 과속을 할 수밖에 없고 승객들의 안전은 그만큼 위협 받게 된다.
특히 버스 결행으로 요즘 같은 폭염에 3~4시간씩 차를 기다리다 보니 어르신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회사에서 결행을 했는데 그 불똥은 다음 시간대에 도착한 운전기사들에게 튀고 있다. 
버스 결행 등에 따른 보조금이 제대로 삭감됐는지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버스 업체들이 부안군에 결행 보고를 하지 않고 결행한 건들이 상당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고, 부안군에 따르면 이번 15일 결행건도 부안군 농어촌버스 담당자에게 보고가 되지 않았다.
버스 관련 종사자 등에 따르면 버스 1대가 하루 결행하면 회사는 운전기사 하루 임금, 기름 값 등 수십만원을 아낄 수 있다고 한다. 이러다 보니 결행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의도적으로 한 번씩 결행을 한다는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유류 사용량으로 포상을 한다는 한 업체의 공고문

이와 함께 일부 업체에서 버스 운행에 따른 운전기사 별 유류 사용량을 기록, 순위를 매겨 논란이 일고 있다. 1등은 시상금을 주고 2회 이상 최하위를 기록하면 ‘본 기사’에서 ‘예비기사’로 내린다는 공고문까지 회사 게시판에 써 붙였다.
실제로 A업체에서는 운전기사 간 유류비 경쟁을 지난해 7월부터 시행해 올 5월까지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운전기사 간 유류비 경쟁이 이뤄지다 보니 요즘 같은 폭염과 무더위에도 운전기사들은 꼴찌를 하지 않기 위해 차량 에어컨 켜는 시간을 줄인다는 것이다.
버스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B씨는 “운전기사들이 기름 값을 아끼기 위해 어르신 몇 명이 타도 에어컨도 켜지 않고 덥다고 하면 창문을 열라고 한다”면서 “특히 야간 시간대 등 승객이 없이 빈차로 운행 할 경우에는 종점까지 가지 않고 도중에 회차하는 일까지 벌어진다”고 증언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화살은 농어촌버스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부안군에게 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부안군 관계자는 “의도적으로 결행을 했다는 얘기를 듣긴 했는데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버스 결행에 따른 보조금도 삭감하고 지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관계자는 “운전기사 간 유류비 경쟁건도 사실을 알게 된 후 업체에 하지 않도록 권고 했고, 현재는 시행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부안군은 농어촌버스 업체들에게 매년 수십억 원의 예산을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있지만 승객들을 위한 서비스 질은 더 하락하는 모양새다. 거기다 주민의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어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부안군의 철저한 감사와 함께 강력한 행정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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