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읍 전경

읍민 “원인이라도 시원하게 알고 싶다” 원성 높아

군청 “폭염에 가뭄에 가을농사 준비까지…복합적”

악취지도·모니터링시스템·감시단 구성 등 대책 내놔

지난 주말을 전후해 심한 악취가 새벽을 틈타 또 다시 부안읍 일대를 덮치면서 읍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악취는 일부 지역이 아니라 읍내 전체에 퍼져 불만이 더욱 높았다. 냄새의 종류도 그동안 잦았던 참프레 악취와는 달리 똥, 퇴비, 오니(하수 슬러지) 냄새 라는 게 주민들의 공통된 반응이었다.

하이안아파트에 거주하는 안 아무개(45. 주부) 씨는 “다소 선선해진 새벽녘에 에어컨을 끄고 자연 바람을 쐬려 문을 열었다가 코를 찌르는 심한 냄새에 화장실 물도 내려 보고 가스밸브도 확인하고 자고 있는 남편 주위도 킁킁거렸다”며 “도대체 어디서 나는 냄새인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 부안이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며 강한 불만을 표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상원아파트에 사는 이순철(38) 씨는 “이런 냄새가 하루 이틀 난 것이 아니다. 전에는 비릿하고 역겨운 냄새가 났는데 요즘엔 썩은 퇴비냄새가 난다. 계속 살아야 하나 애들한테 오히려 미안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주공1차아파트에 거주하는 구 아무개(42. 주부) 씨는 “한번 잠들면 잘 깨지 않는데 요즘 냄새에는 바로 깬다, 심한 똥냄새고 너무 지독하다”고 말했다. 반면, 서외주공3차의 서 아무개(50) 씨는 “저녁에 구린내가 나긴 하는데 그렇게 지독하지 않다”고 약간은 상반된 증언을 했다.

이처럼 이번 악취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상원아파트, 대림아파트, 봉덕주공 1차, 2차, 4차, 현대아파트, 서외주공3차 등 부안 읍내 전 지역에서 맡을 수 있었다. 그만큼 악취가 심하고 광범위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악취에 주공1차 아파트 김이순 이장은 적극적으로 민원을 제기했고, 급기야 지난 4일 새벽 5시 30분 부안읍장과 부읍장이 아파트를 찾아야 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 시간에 악취가 나지 않아 공무원들은 돌아갔고 1시간이 지난 7시경에 다시 냄새가 나 주민들이 허탈해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민원이 수포로 돌아간 것은 아니었다. 부안읍은 예정된 이장회의를 이틀 앞당긴 8일에 열어 군청 담당자가 직접 나서 조사한 사항을 상세히 알리고 향후 악취문제 해결 방안을 설명했다.

부안군은 최근의 악취에 대해 냄새의 종류가 다양하고 발생시점도 서로 다르며 폭염과 가뭄이 겹치고 가을작물 농작업도 시작돼 뭐라 특정 지을 수 없는 복합적 생활악취라고 설명했다. 악취배출업체를 대상으로 한 순찰과 점검에도 뚜렷한 원인이 규명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마늘 농사를 준비하는 아무개씨가 김제시 용지면에서 대량 구매한 가축 퇴비를 모산리 밭에 쌓아둔 것을 군청 담당자가 발견하고 비닐로 덮어 냄새를 막는 사례도 있어 이번 악취가 복합적 생활악취라는 점이 일단 신빙성은 있어 보인다.

민원이 계속되자 부안군 친환경축산과는 “지난 16일부터 특별점검반을 운영해 악취민원 발생이 가장 빈번한 심야시간대와 새벽시간대에 매일 현장순찰과 주요 사업장 점검으로 악취 원인 규명을 위해 힘을 쓰고 있다”며 “악취발생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 농공단지 도계공장과 하수종말처리장 주변 하수슬러지처리시설, 가축분뇨재활용업체 및 폐기물재활용업체 등 악취발생사업장과 부안읍 시가지 순회·순찰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최형인 과장은 “지금까지는 악취 민원이 발생하는 그때그때마다 단발적인 해결에만 집중해 왔다. 타 지역에 비해 현저히 부족한 인력 탓도 있지만 악취문제를 장기적으로 바라보지 못했다”며 군청도 일부 책임이 있음을 내비쳤다.

실제로 부안군 환경 담당 공무원은 4개팀 14명인데 반해 인근 고창군은 7개팀 31명, 김제시는 26명이 근무 중이다. 부안군은 최근에 당초 3명이던 환경관리직원을 5명으로 증원해 인력을 보강했다. 그간 부안군이 환경문제에 그만큼 소홀 했다는 지적이다.

부안군은 또 향후 악취 모니터링 시스템 2개소 설치와 민관합동 악취감시단을 구성해 악취문제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부안군은 우선 읍내 악취지도를 만들 계획이다. 이를 통해 계절별, 발생 원인별, 냄새 종류별로 부안지역에 퍼지는 악취를 한 눈에 볼 수 있어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향후 설치되는 악취 모니터링 시스템도 적재적소에 설치 할 수 있다. 또한 이 지도와 시스템을 해당 마을 이장과 공유해 주민들과 함께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악취실태조사를 세밀하게 진행하고, 현재 측정은 되지 않고 악취 포집기능만 있는 기기를 측정까지 가능한 간이측정기로 교체 하겠다고 밝혔다. 부안군은 그간 악취를 포집해서 임실에 있는 측정기관에 의뢰를 해 왔었다.

또한 참프레 설립 당시 구성된 악취모니터링단이 수당이 지급되지 않는 문제 등으로 유명무실해졌다며, 조례를 개정해 별도 수당 지급이 가능한 민·관 합동 악취감시단을 꾸리겠다고 밝혔다.

최 과장은 “부안군에는 지역 경제를 위해 운영되고 있는 많은 업체와 축사, 계사를 업으로 삼아 사는 군민들이 있다, 이들 중에는 냄새가 조금 나는 곳도 있고 많이 나는 곳도 있다”면서 “사실 악취를 줄일 수는 있지만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그렇다고해서 결코 주민들이 살지 못할 정도로 놔두지는 않겠다. 충분히 살 수 있을 만큼은 관리해 나가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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