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 학교 1~2학년 평균 4.9시간 이용
출근 이후 문 열고, 퇴근 전 문 닫아
학교 “예산 부족” vs 학부모 “일방적”
일부 지자체 돌봄센터 운영으로 ‘주목’

방과후 학교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방학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초등학교 1~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는 돌봄교실 운영 시간이 짧아 울상이다. 학교의 일방적인 돌봄교실 운영 방식에 불만이 많지만 당장 대책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부안 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이번 여름 방학에 관내 23개 초등학교 중 시설공사와 수요가 없는 학교를 제외한 15개 초등학교가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이용하는 학생은 모두 384명이다. 돌봄교실 수에 따른 지원 예산과 돌봄 인력, 학생 수 등 각 학교의 여건에 따라 돌봄 시간이 들쑥날쑥 한데 가장 긴 학교는 8시간(2곳), 가장 짧은 학교는 2시간으로 나타났고 평균 4.9시간을 운영한다.
각 학교는 돌봄교실 수에 따라 오후돌봄교실에는 2500만원, 저녁돌봄교실에는 3000만원씩 도교육청으로 1년 간 지원받는다. 문제는 돌봄전담교사, 외부강사 등의 인건비, 교구 및 물품 비용 등을 제하고 나면 예산이 부족해 대다수 학교가 방학 기간에 맞벌이 학부모가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돌봄교실을 운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번 여름방학 동안 대부분 학교의 돌봄교실 운영시간이 짧고, 일부는 출근 시간 이후에 시작해 퇴근 시간 이전에 끝난다. 아이를 맡길 곳 없는 맞벌이 가정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1학년과 유치원생을 둔 학부모 고아무개 씨(42)는 “9시 30분에서 오후 3시까지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면서 “9시까지 출근해야하는데 한동안 골치가 아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결국 고 씨는 학교 측에 양해를 구한 후, 같은 맞벌이 학부모인 김아무개 씨와 아침, 저녁으로 역할을 나누었다. 아침에는 고 씨가 여덟시까지 두 가정의 아이들을 학교 교무실로 데려다 주고, 오후에는 일찍 일이 끝나는 김 씨가 데려오기로 했다.
돌봄교실이 퇴근 전에 끝나는 경우는 학원에라도 맡길 수 있지만, 출근시간보다 늦게 문 여는 경우는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는데도 출근 시간 보다 늦은 9시 30분에서 10시30분 사이에 운영을 시작하는 학교가 4곳이나 돼 맞벌이 학부모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 보인다.
해당 학교 관계자는 “그동안 관행적으로 그렇게 운영을 해왔다”면서 “차량 운행을 하지만 학부모가 직접 아이를 데려다 주면 일찍 출근하시는 선생님들이 돌봐준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또 다른 학교는 방학기간에 돌봄교실을 이용하는 1~2학년 학생들에게 점심 도시락을 싸오게 하고 있다. 여름철에 도시락이 상할 수도 있어 아이 건강도 걱정되고, 출근전쟁을 치르는 워킹맘들은 아침부터 도시락 쌀 생각에 한숨만 나온다.
맞벌이 가정인 임아무개 씨(1학년 학부모. 35)는 “직장 엄마다 보니까 도시락 싸기가 어려운데, 제가 아이를 볼 수는 없으니까 학교에서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면서 “학부모가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학교 쪽에서 도시락 업체랑 해서 편리하게 해주면 좋을 것 같은데 선택할 수 있는 게 없고, 일방적인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해당 학교 담당자는 “방학 기간에 급식이 중단되고, 예산이 부족해 매식을 할 수도 없었다”면서 “겨울방학에는 수요조사를 해서 매식을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학교가 예산 부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돌봄교실 운영이 맞벌이 학부모 등의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방학 기간에 양육공백이 발생하게 됐다. 사회의 공식적인 양육기관인 학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함으로 인해 그 피해는 누가 떠안게 될지, 또한 아이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지역사회가 함께 대안을 찾기 위한 노력이 중요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한편, 맞벌이 가정을 위해 부산광역시, 창녕군 등 일부 지자체가 직접 돌봄센터를 운영하면서 양육 공백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창녕군은 지난해 보건복지부 공모사업에 선정돼 기존 복지관 시설을 고쳐 올해 초 ‘또바기 돌봄센터’를 열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초등 1~3학년을 돌봐왔다. 이후 방학 중에도 맞벌이 가정을 위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할 예정이다.
또바기 돌봄센터는 창녕군의 지원 외에도 재능기부 방식으로 외부강사를 초빙하고, 지역 사회시설을 활용하거나 방학 중에는 학부모 재능기부를 받는 등 지역 내 자원을 찾기 위해 노력하면서 수익자 부담 없이(방학 중 간식비 제외) 운영되고 있어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