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살리기 프로젝트 교육현장) 부안독립신문 주최 NIE미디어 교육

진지하게 강연을 듣고 있는 학생들.

부안독립신문이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관내 중․고등학교와 NIE(신문활용교육)를 함께 하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부안교육문화회관 시청각실에서 전북민주언론시민연대 손주화 사무국장을 강사로 초빙해 ‘뉴스 제대로 읽는 법·언론은 어떻게 조작되는가’를 주제로 미디어 교육을 가졌다. 이날 강의에는 부안여고와 백산고 학생들이 참석해 두 시간 동안 유쾌한 분위기 속에 교육이 진행됐다. ‘기레기’, ‘가짜뉴스’라는 신조어가 말해주 듯 최근 여러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언론이라는 영역을 학생이 접근하기에는 다소 흥미가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됐지만 그간 충실하게 NIE를 해온 까닭인지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모습에 열의가 느껴졌다.
이날 강의에 나선 손주화 사무국장은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설문․통계자료, 사진과 그림, 각종 기사 등으로 준비해 온 PPT를 활용해 짜임새 있는 미디어 교육을 진행했다.
손 국장은 “우리의 하루 평균 미디어 이용시간이 334.3분이고 그 중 기사․뉴스 및 시사보도 이용 시간이 105.5분으로 일상생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사회문제나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TV, 신문, 인터넷 등 각종 미디어를 통해 제공받고 있지만 그에 대한 신뢰도나 만족도는 높지 않다”며 학생들에게 언론을 신뢰하느냐고 물었다.
학생들의 입장은 엇갈렸지만 대체로 신뢰하지 않는다는 대답이 많아 그 이유를 물었다. 학생들은 “조작된 내용이 많은 것 같다”, “여론몰이 같은 경우가 많다”는 의견이 있었고, 한 학생은 “한국인이 외국에서 납치된 사건을 인터넷 신문이 보도했는데 정부에서 압력을 넣어 기사가 삭제된 적이 있었다”고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기도 했다.

강연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우병길 대표이사

손 국장은 학생들의 의견처럼 언론이 신뢰를 잃어버린 현실을 신문 만족도 조사를 근거로 제시했다. 불공정, 편파적인 보도, 왜곡 및 허위 보도, 광고주나 권력자의 눈치를 보는 언론, 언론통제, 똑같은 뉴스, 쓸모없는 기사가 많다 등 제 역할을 못하는 신문의 민낯을 거론했다. 이러한 문제점이 나타나게 된 언론의 풍토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을 이어갔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를 ‘어리버리’한 컨셉으로 만들기 위해 ‘난청’이 있다는 중요한 정보를 편집자가 의도적으로 감춘 결과 출연자는 네티즌들에게 비난을 받았지만 프로그램은 그만큼 주목받게 되었다. 손 국장은 이런 사례처럼 “뉴스를 팔기 위해 자극적이고 악의적인 편집이 이루어지기도 한다”며 “미디어에 감춰져 있는 편집자의 의도를 의심해달라”고 주문했다.
손 국장은 이어 광고의 미디어 통제에 대한 설문조사 자료를 통해 기사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으로 광고주, 사주, 정치권력, 여론 등이라고 분석했다. 신문사들이 대부분 재정난을 겪다 보니 신문은 독자들이 주는 구독료로 운영이 되어야 한다는 상식과 달리 10이라는 자본 중 9가 광고료로 충당되고 있는 기행적인 상황을 꼬집었다.
또한 중앙 일간지에 실리는 대기업의 광고 하나가 수백억에 이르기도 하는데 대기업 총수 일가와 관련된 굵직한 사건이 있는 시점에는 어김없이 신문 1면에 대기업 광고가 실리게 된다면서 광고도 주의 깊게 지켜봐달라고 했다. 신문과 기업의 연결고리인 광고를 봐도 왜 이런 기사를 쓰는 지 이면을 알 수 있고 미디어 조작에 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여 말했다.
손 국장은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가짜 뉴스에 대한 문제점도 짚었다. “정교하게 만들어져 유통되다 보니 실제 뉴스라고 믿기 싶고 지난 미국 대선 때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짜뉴스로 당선됐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영향력이 있다” 면서 “정치인들이 가짜 뉴스 소비를 막아야 되겠다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가짜뉴스를 이용해 자신의 지지도를 높일까 고민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우리들이 잘 판단해야 된다고 요구했다.
손 국장이 가짜뉴스 사례에 대해 아는지 묻자 학생들은 ‘양예원 사건’, ‘추자현 출산설’, ‘이재명스캔들’을 거론했다. 손 강사는 “추자현 출산설의 경우 기자가 현장에서 사실 확인을 안 했기 때문에 일어난 오보일 뿐 가짜뉴스는 아니라며 가짜뉴스는 처음부터 여론을 조작할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진짜인지 가짜뉴스인지 댓글을 보고 판단하지만 확증편향 심리가 있어서 댓글도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면서 댓글로만 판단할 것이 아니라 “원 소스(자료)를 찾아보거나 또한 출처가 있는지 확인해보고, 없다면 신뢰하지 말아달라”며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 국장은 꼭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며 학생들에게 부안지역의 3대뉴스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학생들은 망설임 없이 조형물에 너무 많은 예산, 새만금, 마실축제, 선거 등을 꼽았다. 손 국장은 “다른 지역에서도 똑같은 질문을 했는데 1분 동안 말이 없다가 하나 씩 나오기 시작한다”며 “우리 지역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고 운을 뗐다 이어 “32면인 중앙일간지에도 우리 지역 전북권 뉴스는 1건에 불과하고, 전주를 다룬 건수를 조사해 보니 2008년에 3.27%밖에 안 되었는데 바로 중앙에서 지역의 존재감”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에서 소외된 지역 현안을 다루는 것이 지역 신문의 역할인 만큼 손 국장은 “우리 지역의 뉴스가 변하지 않는다면 우리 삶도 변하지 않는다”며 “학교 급식을 친환경 급식으로 먹고 싶다면 이런 얘기들을 지역 신문에서 다루어져야 하는데 신문에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 원인은 “독자들이 보질 않기 때문이다. 신문을 많이 보는 공무원들이나 광고주를 위한 기사를 쓰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며 “똑같은 뉴스, 가짜 뉴스가 돌아다녀도 독자가 없고 관심이 없다면 이를 알 수 없다. 결국 그 피해는 우리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지역 신문에 대한 관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끝으로 손 국장은 전북의 일간지 신문을 매일 모니터링하다 보니 신문사의 논조의 차이가 보인다면서 군산 선박 전복 사고에 대한 말을 꺼냈다. “신문사들 대부분 선후배들이 에어보트 안에서 서로를 격려하며 살아남았다는 미담 기사를 보도했지만 한 신문사는 경찰이 왜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는지 구조적인 문제를 다루었다”면서 “어떤 기사가 장기적으로 유익한 기사인지 생각해 보자”며 “기자들이 취재가 어렵기 때문에 미담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학생들에게 “진보든, 보수든 여러 신문사를 비교해 보면 기준이 생길 것이다”면서 “신뢰할 수 있는 언론사를 찾아내고, 댓글만 보고 판단하지 말고 검색도 해보고 출처를 확인해 보고 여러 검증 과정을 거쳐야 뉴스를 제대로 읽고 언론이 조작되는 현실 속에서 진실에 접근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강연이 끝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백산고 학생들.

강의가 끝난 후에도 이어진 질의 응답시간에 손주화 국장이 활동하고 있는 민언련에 대한 소개를 부탁하는 질문도 있었다.
이에 손주화 국장은 “민언련은 전국 각 지역에 있는 단체이다. 전두환 정권에 의해서 동아일보 신문사가 탄압을 당한 적이 있는데 정권의 입맛에 맞는 기사를 쓰지 않겠다고 기자들이 선언했다. 그때 해직된 기자들이 만든 단체가 민주언론 시민연합이다. 정치나 자본에 휘둘리지 않고 언론 감시 운동, 언론 대안운동을 펼치는 곳이다”고 설명했다.
이날 미디어 교육을 들은 부안여고 김민진 학생(2학년)은 “오늘 강의를 들으면서 뉴스에 대해 몰랐던 것을 많이 접했고, 언론이 어떻게 조작되는지 알게 됐다”면서 “앞으로 신문을 읽을 때 다른 뉴스에서는 어떻게 다루었는지 비교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연이 끝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부안여고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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