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유치효과 등 소득 없이 갈등만 부추겨

‘33바람부안축제’가 막을 내렸다. 부안군은 호평을 얻은 성공적인 행사였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군민화합을 도모하고 관광객 유치와 함께 관광부안의 명성을 알린다는 취지로 마련된 33바람축제를 바라보는 군민들의 시각이 곱지만은 않다.

개폐막식 등 주행사를 제외한 행사장은 한산한 풍경을 보였다. ⓒ 염기동 기자

◇ 관광객 유치효과 거의 없어=33바람축제 기획팀에 따르면, 축제 총결산은 1주일 뒤에나 마무리될 전망이다. 기획팀 관계자는 “이번 축제에 23만여 명의 군민들과 외지관광객이 참가했고, 이중 외지 관광객이 40%에 이른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본지 자체조사 결과 개·폐막식에 약 3천여 명씩, 첫날 음악회에 1만 명을 밑도는 숫자가 참가했다. ‘23만 명’이 언론보도용이라 해도 주요행사 참가율이 그 정도라면 지나치게 부풀려진 셈이다.

게다가 공무원과 면별로 모은 자원봉사자 등 행사진행요원만 1천500명가량이 동원됐다. 공무원노조 부안지부 관계자는 “공무원들이 500여명씩 매일같이 동원됐다. 군은 이들에게 특별휴가를 하루 내줄 방침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참가한 주민들도 면별 이장단을 통해 버스로 할당 동원된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외지 관광객의 경우, 축제와는 상관없이 변산과 격포 등지를 관광온 관광객들이 대다수였다. 현장에서 만난 관광객들은 하나같이 “여기에 와서야 축제가 있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곰소젓갈축제에 모여든 관광객들. 33축제와는 상관없이 부안을 찾은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 염기동 기자

◇ 축제 통합은 이름뿐, 상가는 파리만 축제를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의도도 별반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2회째 치러지는 곰소젓갈축제는 10월 중순으로 계획돼 있다가 바람축제에 맞춰 시기를 늦춰 진행됐다. 하지만 O젓갈의 박아무개씨는 “김장철이기도 해서 손님이 늘었지만 예년과 비교해 특별히 늘어난 것 같지는 않다”며 담담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축제 행사장 인근의 음식점도 관광객 증가를 체감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격포 ㄷ회집의 신아무개씨는 “예년 수준인데, 지난 주말에는 바람이 너무 불고 날씨가 안 좋아서 손님이 더 줄었다”며 “손님 날려 보내려고 바람축제 한 것 아니냐”고 비꼬기도 했다.

또 격포·내변산·내소사 등 인근 관광지 방문객은 예년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시기 휴일 방문객이 1만5천270명이었던 반면, 올해는 1만515명으로 근소하게 줄어들었다. 축제와 부안 관광을 병행하지 않고 행사장 주변에만 머무르는 관광객이 대다수였다는 뜻이다.

◇ 특색 없는 행사, 아쉬움에 발길 돌려= 행사와 전시 프로그램도 ‘볼 게 없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주행사는 유명가수를 초청한 공연과 읍·면별 대표를 미리 선정해놓은 노래자랑 등을 위주로 전개됐다. ‘농경문화 체험의 장’과 ‘특산물 장터’ 부스에 마련된 부안 특산품과 볼거리 전시는 협소한 공간에 상품 몇 개를 구색 맞추기 식으로 진열해놓는 데 그쳤다. 그나마 참가자들의 호응을 얻었던 것은 농경체험전과 곤충체험 등이었지만 곤충체험의 경우, 지난달 부안예술회관에서 전시된 것들을 그대로 옮겨다놓은 것에 불과해 부안의 특색과는 아무 상관없는 프로그램이라는 비판을 샀다.

◇ 화합축제가 갈등 부추겨= 33바람축제가 열린 같은 시기, 줄포 수해주민들의 농성장이 있는 군청 앞에서는 농민들이 쌀값폭락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나락을 적재했다. 행안면에서온 황운지씨는 “농민들은 쌀금이 떨어져서 울고 있는 판국에 무슨 축제냐”며 “이건 군수가 군민들을 완전히 우롱하는 처사”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새만금 연안 어민들은 청와대 앞에서 1인시위를 계속하는 한편 축제 장소 주변에 ‘새만금 방조제 공사 중단과 4공구 개방’ 현수막을 내걸었다. 군민 화합을 기치로 내건 축제가 군민들의 불신을 부추긴 꼴이다.

계화도 어민 고은식 씨는 “축제를 한 것은 한마디로 미친 짓이다. 핵폐기장으로 등돌린 민심을 새만금으로 돌리려 하나 본데, 군민들은 이제 속지 않는다”고 일침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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