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감사실과 자치행정과 등 핵심 요직에 집중돼
“공직사회 안정성과 사기 등을 고려했어야” 지적
권 군수 측 “정기인사에서 적재적소 배치할 것”

권익현 신임군수가 취임 첫날 기습적인 수시인사를 단행하면서 부안군 공직사회가 인사의 형식과 내용을 놓고 술렁이고 있다.
지난 2일자로 단행된 수시인사는 보직변경, 근무지정, 전보, 전출 등 모두 34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졌으며, 주로 부안군청의 요직이라 할 기획감사실과 자치행정과 보직이었다.
이 두 부서는 기획, 예산, 감사, 인사, 서무 등 이른바 지방정부의 핵심 정책과 업무를 다루는 탓에 단체장의 지근거리에서 보좌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이들 공무원들은 대체로 군수의 측근으로 인식돼 왔다. 말하자면 이번 인사는 지방정권 교체와 함께 대규모 ‘측근 물갈이’의 성격을 띠고 있는 셈이다.
새 집행부가 출범하면 정책의 변화 등을 꾀하기 위해 이 두 부서의 인력들을 교체하는 것은 사실 통례이긴 하다. 이는 비단 부안군청만의 사례가 아니라 대부분의 지자체가 오랜 기간 그런 관습을 따라왔다.
하지만 이번 인사는 이 같은 저간의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몇 가지 문제점을 고스란히 노출하고 있다.
무엇보다 인사의 시급성과 전격성에 대한 논란이다.
군수 취임 첫날 인사가 이뤄졌다면 인사권자는 대체 무엇을 근거로, 또 어떤 검증절차를 거쳐 인사 대상자에 대한 ‘근무평가’를 했느냐는 지적이다. 말하자면 다분히 정치적인 인사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선거운동 당시 권 군수 캠프에 깊숙이 관여했던 한 인사는 “이번 인사에 대한 비판을 어느 정도 감수는 했다”고 운을 떼며 “(이번에 인사가 난 자리가) 핵심보직이기 때문에 시간을 끌다보면 공직사회 안팎의 청탁에 잡음이 더 커질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예전에는 심지어 국회의원까지 전화가 왔었다”고 고충이 있었음을 토로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인사가 공정성을 띠기 위해서는 근평 서열 등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해야 하는데 신임군수가 이들과 일도 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인사를 단행한 것은 무리수라는 비판을 피해가긴 어려워 보인다.
상당수 팀장급 공무원들을 ‘근무지정’ 형식으로 청자박물관이나 청소년수련원 등 외청에 대규모 발령을 낸 점도 도마에 올랐다.
근무지정은 어떤 업무에 수요가 폭증할 때 긴급히 인력을 잠시 재배치하는 인사 방식으로, 이들 사업소들은 업무 폭증 사유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해당 공무원들에게 보직이나 업무도 주어지지 않았다. 일테면 나름 베테랑인 이들 공무원들의 명예나 사기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는 비판이다.
이에 대해 권 군수 측은 “전보 발령을 하면 최소 6개월간 자리를 지켜야 하는데 곧 있을 정기인사에서 적재적소에 배치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해명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인사에서 과연 공무원 조직의 안정성에 대한 배려가 있었느냐는 지적이다.
파격인사를 접한 일부 공무원들로부터 “무섭다”라는 반응이 나오는 등 공직사회가 일시에 충격에 빠졌는데, 정치인으로 잔뼈가 굵은 권 군수가 이를 미리 예상치 못했겠느냐는 것이다.
일각에선 권 군수 입장에서 업무 효율성과 친정체제 구축이라는 현실적 요구도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동정론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민선 7기의 첫 단추를 끼우는 인사인 만큼 시간을 갖고 세련된 방식으로 단행함으로써 공무원 조직을 다독이며 갔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권 군수는 앞서 ‘투명하고 원칙 있는 인사를 통해 누구나 수긍하는 인사혁신을 이루겠다’는 방침을 내외에 천명한 바 있다.
곧 있을 후속 정기인사는 이 같은 권 군수 자신의 인사 철학을 몸소 실천하느냐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부안군 공직자는 물론 군민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다음은 인사자 명단이다.
◆ 6급 보직변경 ▲ 기획감사실 기획정책팀장 김선채 ▲ 기획감사실 예산팀장 고선우 ▲ 기획감사실 감사법무팀장 최남권 ▲ 기획감사실 인구정책팀장 김성원 ▲ 자치행정과 인사혁신팀장 위영복 ▲ 자치행정과 서무팀장 조인순 ▲ 자치행정과 평생교육팀장 김지영 ▲ 자치행정과 정보통신팀장 김민철 ▲ 재무과 경리팀장 허용권.
◆ 6급 근무지정 ▲ 기획감사실 홍보팀장 신철호 ▲ 기획감사실 규제개혁팀장 임병길 ▲ 해양수산과 허진상 / 김상만 ▲ 문화관광과 김연희 / 신형아 / 박미화 / 오윤진 ▲ 새만금국제협력과 손필병 / 이철기 ▲ 문화체육시설사업소 김병태 / 박현선 / 은현경 / 김연태.
◆ 6급 전출 ▲ 의회사무과 고영국.
◆ 7급 근무지정 ▲ 자치행정과 이상원 ▲ 친환경축산과 장도영 ▲ 새만금국제협력과 김동훈.
◆ 7급 전보 ▲ 자치행정과 이태명 / 김종성 ▲ 재무과 김덕원.
◆ 7급 전출 ▲ 의회사무과 신정승.
◆ 8급 근무지정 ▲ 자치행정과 유지은 / 임지혜 / 우나희.
(이상 34명‧2018년 7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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