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의 경험, 생명평화의 ‘희망’교통경찰만 봐도 아이들 움찔...핵폐기장 상처 반드시 치유해야

ⓒ 염기동 기자

“예전에는 백합을 많이 잡으면 어느 곳에서 많이 잡았다고 자랑도 하고 다음날이면 이웃과 함께 그곳을 찾았어요. 그런데 바다가 변화하면서 위기를 느꼈기 때문인지 사람들이 이제는 많이 잡은 곳은 절대 알리지 않습니다. 어업전반이 그래요. 고기잡이 배도 많이 잡기 위해 커지고 장비도 많아졌습니다. 빚내서 사요. 남을 생각할 수 있는 틈을 바다의 변화가 막아버린 거예요.”

달걀로 바위치기를 하고 있다는 고은식 씨가 먼저 발제를 시작했다. 고씨는 계화도 어민이다. 그는 “3월에 막는다며 공사구간 안에 있는 배들을 강제로 빼낸다”며 “새만금이 막히면 갯벌 안의 생명들도 그렇고 2만명에 달하는 어미들도 모두 죽는다”고 경고했다. 현재 주민들은 하루에 한 명씩 서울로 올라가 청와대 앞에서 일인시위를 하고 있다.

이어 김효중 씨의 핵폐기장 반대 싸움 얘기가 이어졌다. 김씨는 자신의 가족사가 부안 사람들의 보편적인 모습일 것이라며 얘기를 꺼냈다. 그리고 정부로부터 보상받고 사면복권 된다고 해서 상처가 치유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내가 전주 집회에 참여했다가 전경한테 맞아서 이가 네 개 부러졌습니다. 둘째는 백반증이라는 증상이 나타나고 있어요. 핵폐기장 싸움 터지는 그 때쯤 생겼는데 정신적 스트레스 때문이랍니다. 올 초인가요. 아이들을 데리고 군청에 갔어요. 일을 보러 민원실에 갔다 오니까 차안에서 둘째는 울고 있고 첫째는 시무룩하게 몸을 구부리고 있더라구요. 왜 우냐고 물었더니 아빠가 빨리 안와서 그랬데요. 사무실로 들어오지 그랬냐니까 무서워서 못 나왔다는 겁니다. 군청이라는 장소, 경찰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충격으로 남았다는 얘깁니다. 같이 걸어가다가 교통경찰만 봐도 아이들은 움찔해요.”

지난달 28일 내소사에서는 전북생명평화결사(가칭) 모임이 열렸다. 생명평화결사는 지리산 실상사에서 ‘이 땅의 참된 평화를 염원하는 모든 이들이 주체로 나서서 실현해 가는 한반도 생명평화공동체’를 표방하며 첫발을 뗀 뒤 전국으로 뜻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날 모임에는 김경일 신부와 김경일 교무, 칫아트만 다다 등 종교인들과 친환경 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주민들이 모여 부안의 상황을 듣고 해결책을 모색했다.

김경일 신부는 “민주화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나중에는 피폐해진 자기 자신을 거두는 게 굉장히 중요한 화두가 되더라”며 “큰 싸움을 거치면 상처를 받고 이것을 치유해야 되는데 이 치유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어김없이 파탄지경에 이른다”고 말했다. 함께 모여 치유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경일 교무는 “부안이 지자체의 모범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질 정도로 결집력을 보여줬지만 내년 선거에서는 이해관계 때문에 갈라질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그래도 부안만큼 경험한 지역이 없기 때문에 부안이 희망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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