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8일 ‘부안 전통시장, 옛날 옛적에는…’ 기사를 시작으로 22회 ‘주말 장터’ 기사로 매주 시장의 다양한 이야기를 다룬 ‘부안전통시장 기획시리즈’가 끝을 맺게 됐다. 5개월여 동안 시장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 그리고 상인들이 꿈꾸는 내일의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다.
매주 취재할 곳을 찾아다니며 수많은 상인들을 만났다. 취재요청에 반갑게 맞아주는 분도 있지만 더러 쑥스러움에 말을 못하겠다고 사양하는 분도 있었다. 간혹 기사 마감 날 임박해서도 취재 거리가 막막할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는 무작정 시장으로 달려가 눈에 보이는 아무 가게에 들어 앉아 상인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람 많고, 말도 많은 시장 안에서 수십 년의 세월 가게를 지켜온 상인들이 선뜻 나서지는 않아도 가만히 귀 기울이면 저마다 숱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상인들이 깊은 속내까지는 아니어도 한두 마디 건네는 말이나, 사투리, 덤덤하게 건네는 일상의 말들이 고스란히 기사가 되었다.
문화상회 “신시장 앞쪽이 전부 산이고, 묘지, 개천, 수렁이었어요. 우리 삼촌이 시장에 왔다가 해질녘에 돌아가는 길에 도깨비한테 들려가지고 새벽까지 산길을 뺑뺑 돌았다고 하더라구요.”
진양건어물 “그래도 재래시장이 10~20% 훨씬 싸지. 나이 잡수신 분들은 재래시장에 오시고, 젊은 분들은 마트로 가는데 살림에 보탬이 되려면 이리 와야지”
계화수산 “싱싱하고 좋으니까 많이 오세요. 매운탕 거리도 챙겨 드리고, 많이 사시면 다른 서비스도 많이 드려요.”
전주분식 “부안은 어릴 때부터 유별나게 팥죽을 많이 드셨나 보더라구요. 예전부터 드셔서 그런지 지금도 팥죽을 좋아하시는 분이 많아요. 부안이 팥이 많이 나거든요.”
풍년팥죽 “상인들끼리 서로 얼굴 보고 인사도 하고 기분 좋은 일이죠. 춤도 추고, 서로 단합도 되고. 시장은 밝은 웃음소리가 들려야잖아요.”
진호수산 “거기 손님 많아요. 하루에도 몇 명씩 텔레비전 보고 찾아와서 어디냐고 물어봐요. 회 싱싱한 걸로 초밥 만드니까 사람도 찾아오고 시장도 살아나고. 손님이 초밥 찾으면, 배달도 해주니까 주문하기도 하고. 서로 상부상조하는 거죠.”
때로는 시장을 찾은 손님, 단골이나 관광객이 전통시장의 오늘과 내일을 일러주기도 했다.
우병옥 씨(익산. 73)“수산시장은 전라북도에서 부안만한 곳이 없지. 군산, 고창 가도 부안만 못해. 서천도 가고 맛집 자주 다니는데 부안 시장이 괜찮아. 무료 주차장도 크고, 앞뒤로 주차할 데도 많고.”
박연순 씨(칠보면 흥이마을) “여기까지 한 30분 걸리는데 광어, 쭈꾸미는 여기가 싸고 싱싱하니까 여기서 사고. 소고기나 다른 건 정읍에서 사지.”
이귀순 씨(줄포옥고시. 50) “줄포시장에 가게가 있는데 전통시장에 관광객이 많이 오시잖아요. 주말장터에서 보통 30개 정도 파는데 홍보가 되요. 한 번 드셔 보신 분들이 전화로 택배 주문하는 경우가 많아요.”
부안 전통시장의 수산물은 인근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에도 널리 알려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소가 됐다. 문제는 관광객들이 시장 곳곳을 돌아보지 않고 수산전길만 잠시 둘러보고 가기 때문에 시장 전체가 살아나질 못하고 있다. 평일에도 수산전길과 야채전길은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지만 중앙통길이나 포목전길은 언제나 한산하다.
수산물 유명세로 전통시장을 찾아오는 발길을 시장 구석구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먹거리, 볼거리 등 다양한 즐길거리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이점을 상인들도 모를 리가 없다. 벌써 변화의 모습이 보인다. 시장안카페, 초밥집, 심봉사고로케, 참좋은고기 등 새로운 상점도 생기고, 친절 캠페인, 상인대학 등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있었다. 또한 시범적으로 운영한 주말 장터로 문화공연과 새로운 먹거리 개발 등으로 시장으로 사람을 불러들이기 위한 다양한 즐길거리를 찾기 위한 고민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다시 전통시장을 다룰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동안 미처 찾아내지 못한 재미난 상인들의 이야기와 함께 새롭고 활기찬 시장의 모습을 독자들에게 알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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