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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논단] ‘화합’은 느낌의 언어이다돈으로 몇몇 눈먼 표 끌어 모을 수 있어도, 화합은 살 수 없어

한마디 말로 천냥 빚을 갚는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말은 때로 사람의 마음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말이 지닌 힘은 그처럼 놀랍게도 강하다.

말은 마음 속 생각을 드러내는 수단 중 최종의 것이지만, 또한 가장 부정확한 것이기도 하다. 속마음을 숨기려 거짓으로 꾸며 이야기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 그 말은 다른 사람의 목숨을 해칠 수 있다.

요즘 부안에서 흔한 이야기가 ‘화합’이라는 말이다. 서로 형님동생하며 정을 나누던 이웃끼리 벌써 이태가 넘도록 등 돌린 채 살아가자니 가뜩이나 흉흉한 시골살이가 더욱 각박하고 힘겨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부안은 행사도 많고 축제도 많다. 물론 핵폐기장 문제로 깊게 패인 가슴의 골을 메우고 살맛나는 부안을 만드는 일에 마음을 모으자는 데 생각을 달리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 많은 말들과 잔치에도 불구하고 갈등은 여전하며, 오히려 안으로 내면화하여 단단한 옹이가 되어 있음이 오늘의 현실이다. 왜 그런가? 그것은 그 말들이 담고 있는 진실성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많은 돈을 들여 잔치를 벌이며 화합을 이야기하는 사람의 속생각이 다른 곳에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며칠 전 ‘바람부안축제’가 있었다. 주제도 목적도 모호한 그 축제는 겉으로 알려지기는 ‘핵폐기장 문제로 상처 받은 부안군민을 위로하고 함께 화합해 나가기 위한 자리’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 실상은 화합과는 거리가 먼, 이간질과 편가르기의 장이었다는 게 주위 사람들의 평이다. 축제가 늘 실속 있을 수만은 없겠지만, 몇억원씩 혈세를 쏟아 부어 치른 잔치마당이 어려운 지역살림에 도움은커녕 갈등과 편가르기만 부추기는 결과였다면 그처럼 무리를 해 축제를 한 속사정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읍내 거리를 가로지르며 어지럽게 나붙었던 홍보 현수막들이 단체와 상회의 이름만 빌려 군에서 일괄 제작한 것이었다 하며, 애꿎은 이장들을 동원해 마을별로 행사에 참여할 주민들을 할당했다는 이야기, 그러고도 사람이 없어 행사장이 썰렁하자 천막마다 팔려고 준비했던 음식들을 무료로 베풀게(?) 되었다는 하소연 등등, 뒷소문이 무성하다.

때마침 군청 마당에서는 지난 여름 물난리로 살 길이 막막해진 줄포 주민들과, 생산비에도 못미치도록 떨어져버린 쌀값 때문에 분노한 농민들이 정부의 잘못된 양곡정책과 수입개방에 반대하며 갈 곳 없는 나락을 길바닥에 쌓아둔 채 농성중이었고, 새만금 공사로 숨통이 막힌 어민들은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마지막 쌈지돈을 모아가며 청와대까지 올라가 일인시위를 이어가고 있었다. 사정이 그러한데도, 무수한 갯벌 생명들과 어민들의 한이 박혀 있는 그곳 방조제에서 부안의 군수는 보란 듯이 잔치를 벌인 것이다.

생각해 보라! 한 쪽에서는 당장 겨울날 일조차 막막해 농성으로 한뎃잠을 자며 살 길을 호소하고 있는데, 군의 수장이라는 자는 화합을 이룬답시고 쌀 한가마 값을 축포로 쏘아 내버리며 희희낙락하고 있다면 누군들 고운 시선으로 보아 넘길 수 있겠는가?

결국, 부안군의 이번 바람축제는 군수가 내년 지방자치선거를 생각하며 자신의 선거조직을 다지기 위해 벌인 그들만의 단합대회였다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게 되었다.

주장하건대, ‘화합’은 돈이나 말의 잔치로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사랑을 돈으로 살 수 없듯, 화합 또한 몇푼 돈과 입에 발린 말들로는 이룰 수 없다. ‘화합’은 말 이전의 언어이다. 그것은 “아!”하는 것과 같은 그런 가슴의 울림이다. 눈빛만으로도 알아챌 수 있는 어떤 느낌이다.

지금 군수가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화합을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돈 몇 푼으로, 혹은 알량한 권력으로 몇몇 눈먼 표들을 끌어 모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은 지극히 불안한 것이어서 내일이면 흩어지고 말 허수이다. 본인의 장래에도 부안의 미래에도 결코 도움 되지 못할 일이다.

다시 말하지만, 화합은 느낌의 언어이다. 화합을 말하는 자, 누구이건 삿된 계산을 버려야 할 터이다.
 

김효중   ibuan@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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