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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문화의 밥과꽃51-입암마을 내소사당산 찾아가는 길 1
  • 정재철 (사)부안이야기 이사
  • 승인 2018.06.1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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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을 찾는 사람들이 반드시 들르고 싶은 곳 중의 하나가 내소사다. 이 절은 숨어 있는 것들이 많아서 갈 때마다 새로운 사실들이 눈에 들어온다. 내소사에 대해서 몇 차례에 걸쳐 독자들과 조곰조곰 얘기 하고 싶은 아침이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일주문까지 곧 바로 걸어갈 수 있지만 오른쪽 동네 길을 택하면 탐라 산장을 만난다. 그 곳 주인은 오랫동안 잠수를 한 분으로 입담이 좋고 호기심이 번득인다. 100미터쯤 걸으면 왼쪽으로 밭이 보이고 이 밭에서 혼자 일하는 서황석씨를 만날 수 있다. 그는 오랫동안 서울살이를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와서 밭을 일군다. 말을 붙이면 경계를 허물고 입암마을의 여러 얘기를 들을 수 있다. 밭 끄트머리에서 왼쪽으로 돌면 마을 돌담이 이어진다. 눈 쌓인 날에는 이곳을 꼭 찾겠다는 계획은 몇 년 째 생각으로만 그치고 있다. 짧은 돌담은 이쁜데, 내소사를 찾는 사람들은 이곳을 보지 못하고 가는 사람들이 많다.
  입암마을은 사하촌(寺下村)이다. 절과 관계하여 살아가는 절 밑 동네이다. 대부분은 내소사에 딸린 토지를 경작하거나 사찰의 허드렛일을 통해 생계를 이어왔다. 마을 주민 강성태(1937년생)씨는 입암마을을 포함하여 석포리에서 ‘쌀 서 말을 먹고 시집가면 부잣집이다’는 말이 돌 정도로 이곳 경제는 매우 어렵고 가난했다고 한다.
  석포리 주민들은 이 지역이 다른 지역에 비해 못 살았던 편은 아니고 모두가 어려웠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먹고 살았음”을 강조한다. 원암리의 한 90대 노인은 시장에 나가면 어느 마을 출신인지 옷 입은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고 말한다. 베의 굵기에 따라서 가난한 마을에서 왔는지, 비교적 부유한 마을에서 왔는지 알 수 있는데, 석포리는 ‘보통 베’ 정도였다고 한다. 또한, 원암리의 한 80대 노인은 서울 같은 도시에서는 밀을 갈아서 깔가리를 뺀 껍데기인 ‘밀지울’을 먹고 살았지만 석포리는 그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한다. 이는 내소사와 같은 사찰이 근방에 있어 사찰 전답을 통해 최소한의 생계가 가능했던 데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안정모, 『사찰과 마을 공동의 의례』)
  돌담 길 지나면 당산을 만난다. 이 당산나무는 내소사 안에 있는 할머니 당산과 어울려 한 짝을 이루는 할아버지 당산이다. 임진왜란 이후 불교가 성장하면서 민간신앙인 칠성각과 산신각이 절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입암마을처럼 당산나무까지 들어간 것은 특이한 경우다. 일제 강점기에는 마을주민의 참여 없이 승려들이 ‘절당산’으로서 당산목을 모시는 제사를 했다고 한다. 90년대에는 더 이상 사찰에서 당산제를 지내지 않고 마을로 이관해 입암리의 마을당산이 되었다. 그러나 마을당산은 오래가지 못해 전승이 중단되었는데, 마을 사람들이 도시로 떠나면서 ‘굿을 칠만한 사람’이 없어졌던 것이 주된 이유로 얘기된다.
  당산제는 용줄을 꼬아 당산에 옷을 입히는 순서가 있는데, 올 6월에 가서 본 당산나무에는 용줄이 없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용줄을 감아 놓으면 썩기 때문에 당산제가 끝나면 걷어다가 창고에 보관했다가 내년에 다시 쓸 예정이라고 한다.
  당산제를 민속으로 접근해서 내소사 주변 문화를 두텁게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마을에는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전통 마을처럼 자기일 제쳐두고 하나가 되어 행사를 치루는 것은 쉽지 않다고 한다. 이제 입암마을 당산제는 전국단위의 행사로 키워갈 필요가 있다. 행사가 이루어지는 정월 대보름 전부터 관광객들이 모여들어 마을 사람들과 함께 용줄을 꼬고 용줄을 매고 동네를 도는 주산돌기를 하고, 당산에 옷 입히기, 풍물에 맞춰 손을 잡고 춤을 추는 등 추억과 전통을 쌓아가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정재철 (사)부안이야기 이사  ibuan@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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