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상에는 안락사로, 실제로는 개인 농장으로 보내져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엔 ‘보호 중’인데 병원엔 유기견 없어
사육장 내부에 개 분변 수북·…4~5마리 개 사체도 나와
동물병원 “안락사 하기 안타까워 농장에 보냈다” 해명

 

입양 공고기간이 지나 부안군 소유가 된 유기견들이 무단으로 개인 농장으로 옮겨져 사육되고 있다. 사진 / 이서노 기자
큰개에 물려죽은 유기견 사체들이 방치 돼 있다.

 

부안군이 수년간 유기견 관리에 사실상 손을 놓은 것으로 보인다.
부안군 유기동물 보호센터로 지정된 동물병원은 서류상엔 유기견을 안락사로 허위 기록해 놓고 실제로는 개인 농장으로 보냈지만 행정에서는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는 수십마리가 ‘보호 중’으로 되어 있지만 동물병원에서 보호되어야 할 유기견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또한 유기견 분양 등을 기록하는 서류에도 등록번호와 유기견 사진은 없어 실제로 서류와 맞게 개가 분양 됐는지도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부안군은 관리를 안 했는지, 아니면 알고도 묵인해줬는지 문제의 사건이 벌어지기 전까지 부안군은 동물병원에 대해서 어떠한 행정적 처벌도 내리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은 최근 상서면 한 농장에서 키우는 개들이 굶주려 있고, 사육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본지는 지난 30일과 1일 문제의 농장을 찾아 실제로 열악한 환경인지 확인해봤다. 과거 소 막사로 사용했던 곳에 동물 우리를 여러 개 만들어 개를 비롯한 토끼, 닭, 돼지, 염소 등이 사육되고 있었다. 특히 개 우리는 몇 개월간 청소를 하지 않았는지 개의 변과 털이 수북했고, 먹이 담는 통은 하얗게 곰팡이가 펴 있었다. 또 안 쪽 우리에는 개 사체 여러 마리가 방치돼 있었다.
주변에는 염소를 도축했는지 염소 뿔들이 몇 개 눈에 띄었고, 그 옆에는 대형 토치가 가스통에 연결돼 있었다. 조금 떨어진 사육장 앞 공터에는 타다 남은 동물 사체와 토끼 사체 하나가 가죽만 남은 채 버려져 있었다. 이처럼 농장의 사육 환경은 열악한 모습이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농장주 A씨는 “매일 밥을 두 번씩 준다”며 “하서농협이나 부안축협 뒤 사료 파는 곳에서 10일에 3~4포씩은 사다 나른다. 거기 가서 알아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농번기가 되면 바빠서 청소를 못하는데 3월 달까지는 깨끗했다”며 “그런 다음에는 바빠서 청소를 안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개 사체에 대해서는 “어디를 갔다 왔더니 난리가 났더라, 옆 막(울타리)을 치기 전에 큰개가 넘어가서 막 물어뜯어 죽였다”고 설명했다.
이곳에 사육되고 있던 대부분의 유기견들은 공고기간이 끝난 개들로, 규정상 지정된 동물병원에서 안락사를 해야 한다.
부안군에 따르면 유기견은 11일간 입양 등의 공고를 내고 기간 내에 분양이 되지 않거나 주인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소유권은 부안군이 갖는다. 또 공고 기간이 지난 유기견들은 안락사 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유기동물 보호센터로 지정된 동물병원은 규정대로 안락사를 하지 않고 개인 농장으로 유기견들을 보냈다.
동물병원 관계자는 “안락사를 해야 맞지만 죽이기가 안타까워 지인에게 키워달라고 보냈다”면서 “또 그곳에서 키우다 분양해 갈 사람이 있으면 분양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농장주에 따르면 실제로 분양은 이루어졌다.
농장주 A씨는 “집에 사람이 많이 오니까 예쁘장한 개들은 놀러온 사람들이 가져갔다”며 “전주 사람도 가져가고, 서울 사람도 가져가고, 부안 소방서 직원도 2마리인가 가져갔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들은 정작 중요한 것을 간과했다. 입양 공고 등이 지난 유기견은 부안군 소유가 되기 때문에 부안군의 허락 없이 동물병원이나 농장주가 마음대로 처리하면 안 된다.
특히 서류를 허위로 작성한 후 다른 곳에 유기견들을 보내면 관리의 사각지에 놓이게 돼 개들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알 수가 없다. 학대를 당하고, 굶김을 당해도, 또 죽임을 당해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실제로 이 농장에서 관리 부주의로 유기견 3마리가 큰 개에 물려 죽었다.
올해 농장주 A씨의 이름으로 12마리가 분양된 것도 논란이다. 분양해간 12마리 중 농장에 남아있는 개는 불과 3~4마리밖에 없는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 개들이 분양이 됐는지, 죽었는지, 팔려나갔는지는 현재로써는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
이렇듯 문제가 불거지자 부안군은 뒤늦게 농장에서 사육되고 있는 유기견을 보호할 수 있는 장소로 옮겨놓고 다시 공고를 내 분양을 하기로 했다. 또 앞으로는 원칙대로 공고기간 내에 분양이 되지 않는 유기견은 안락사 하겠다고도 밝혔다.
이러한 소식을 전해들은 한 동물 애호가는 “이렇게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 거면 차라리 규정대로 안락사를 시키는 게 낫다”며 “그렇게 했으면 이번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안에 동물보호소가 없다 보니 유기동물들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 한다”며 “우선 빈 축사를 임대해서라도 보호소로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이 동물 애호가는 “동물 예방접종 등은 수의사에게 맡기고, 먹이를 주거나 청소 등의 관리는 학생 봉사활동이나 자원봉사자 등을 모집해 운영하면 유기동물들이 안락사 되는 것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람을 전했다.
한편, 동물병원은 유기동물 보호비 등의 명목으로 부안군으로부터 동물 한 마리당 10만원을 지원 받는다. 이 속에는 치료비, 사료비, 안락사 비용 등이 포함 돼 있다. 부안군은 올해 유기동물 보호관련 사업에 1500만의 예산을 편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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