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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전통시장 기획시리즈20-난타동아리

매주 목요일 오후 7시가 되면 전통시장 상인회 사무실 한 켠에서 난타 동아리 연습이 펼쳐진다. 동아리 회원들이 창고에서 북을 꺼내 좁은 공간에 일사분란하게 대열을 갖춘다. 아무개 언니는 허리 수술 받느라 못 나오고 아무개 언니는 다리가 아프다고 동아리 회장이 출석을 정리 하는데 한 회원이 아무개가 누구냐고 묻는다.
“그게 누구여? 간판 이름이나 무슨 집, 무슨 가게라고만 불러 봤지 이름을 불러봤어야 알지 도무지 모르겠네.”
수십년 동안 시장에서 함께 장사를 했어도 정작 서로 이름을 몰라 어이가 없다며 동아리 회원 모두 한바탕 웃음을 쏟아내고 다시 연습을 준비한다. 지난 4년 간 난타 동아리를 지도해온 강사가 인사 장단을 시작한다. “어이!” ‘쿵덕, 쿵덕, 둥둥둥 쿵덕 딱’ 4년 전부터 함께 장단을 맞춰온 원년 멤버들 답게 북채를 쥔 손 끝에, 구령에도 힘이 느껴진다.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지유? 타법 연습부터 갑니다. 올리시고, 힘 빼시고, 뿌리듯이 때려주시고, 무릎 조심하시고, 북채 끝이 밑으로 향하게 자 갑니다. 하나 둘 시작. ‘쿵’ 어이! ‘쿵’ 어이! ‘쿵’ 호흡 실어서 어이!”
그동안 연습해왔던 장단으로 시작해 부채춤을 곁들인 공연을 한 차례 펼친다. 흥겨운 장단에 절도 있는 동작들이 능숙한 솜씨다.
“한동안 안 했더니 깜박 잊어버려지네. 1년 동안 배운 건데.” 한 차례 공연이 끝나고 실수가 있었던지 몇몇 회원이 박자를 놓쳤다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그래도 잘 하시네. 다 기억하시고. 각도가 많이 좋아지셨어요. 다음 연습해봅시다. 해보면 기억이 나오잖아. 8번까지 나갔잖아요. 9번까지 나갔어요? 잘 허도 못하면서? 하하하”
“학생들 말도 듣도 않고 막 앞서 나갔잖여.” “하하하” 한 차례 연습이 끝날 때마다 강사와 회원들이 우스개 소리를 주고받으며 숨을 고른다.

요즘 상인 난타 동아리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있다. 멀지 않아 군산에서 열리게 될 우수시장 경진대회에 나가 공연할 계획이다. 그간 대회에 나가 몇 차례 상도 받은 실력이지만 새로운 것이 익숙치 않아 자꾸 순서가 헷갈린다. 오랫동안 함께 호흡을 맞춰오다 보니 이런 실수가 나올 때면 잠시 쉬어갈 겸 강사가 웃긴 얘기라며 말을 꺼낸다.
“여동생한테 전화가 왔어요. 큰일 났디야. 엄마 때문에 미치것디야. 아버지가 수술 날짜를 잡았다고 했잖아요. 근데 수술을 하면 열흘 정도 대학병원에 입원하셔야 되나봐. 엄마가 거기 계셔하니까. 엄마가 매일 상추 따러 다닌다고 했잖아. 엄마 한 달 월급을 우리 형제들이 걷어 주기로 했거든. 엄마가 뜬금 없이 전화가 왔디야. 야 큰일 났다! 왜? 마늘이랑 양파랑 그때 캐야 혀. 어떡 한다냐? 아버지 수술을 좀 미루자 그러더리야. 내가 못 살것어.”
“선생님이 딱 엄마 닮았고만 그려.” “하하하.”
“우리 여동생이 성질은 못 내고 엄마 때문에 폭폭해 죽것다고.. 하이고... 울 엄마는 어찌 그럴 수가 있을까?” 밝고 활기 넘치는 강사가 근심을 우스개로 풀어놓는다.
시장에서 온갖 고생을 겪으며 반 평생을 살아온 시장 아주머니들이 그 우스개를 다독다독 받아준다.
“부부가 오래 살다 보면 그려. 내 할 일, 할 것은 해야 하고.” “그러다가도 막상 돌아가시고 나면 그립다고 그러시더라고” 강사도 회원들도 서로 맞장구를 쳐주고 웃고, 웃느라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상인 분들이 바쁜 와중에도 대단하신 것 같아요. 자기 가게를 하면서 일이 끝나면 누구라도 눕고 싶잖아요. 운동 삼아서, 한편으로는 저를 보기 위해 오신다는 분도 계세요. 물론 미모도 뛰어나지만 성격이 좋다는 이유로.. 하하하. 열심히 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상서식육점의 남문정씨 “시장에서 이렇게 동아리 할 수 있게 지원해줘서 난타하지 우리가 어디 가서 이렇게 배울 수 있겠어요. 너무 재밌고, 여기 와서 웃고 떠들고 하다 보면 얼굴이 밝아지고. 선생님이 숨은 재주가 많으셔. 매력덩어리야. 팔 운동도 많이 되고, 때리다 보면 모든 걸 잊어버리게 되고.”  

이일형 기자  ulis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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