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화도 주민들의 시위, 외로운 싸움 아니기를

행동보다는 말이 앞서는 세상이다. 그래서 자꾸 말만 많아지나 보다. 게다가 막상 하루하루 바쁜 일상에서, 언뜻 보면 자신과 별 관계도 없어 보이는 문제에 얼마나 관심이 가겠는가.

새만금 간척사업도 워낙 항간에 잡다한 말들이 많이 떠돌아서 주의 깊게 듣지 않으면 제대로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건설업체, 전북지역 언론, 전북의 정치인들이 하나같이 “개발만이 살 길이다”라고 외쳐대니 어떤 말인들 먹혀들겠는가.

그런 와중에 진실로 안타까운 것은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인한 피해나 혜택은 고스란히 부안사람들의 몫이라는 것이다. 막상 어떤 문제가 생기면 책임질 사람은 아무도 없고, 살고 있는 사람들만 숙명처럼 그 문제를 안고가야 한다. 그래서 찬성이든 반대든 좀 더 포장을 벗기고 진실을 찾아야 한다.

최근 방조제 안에 있는 1천여척의 배들을 밖으로 내보내야 된다는 보도가 나온 뒤 생각하니 이제 정말 마지막이라는 절박함이 생긴다. 내년 초쯤에 아예 방조제가 막혀버리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다. 이제 우리에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더 이상의 무관심은 미래에 대한 방종이요 무책임이다. 부안지역의 입장에서 보면 유사 이래로 가장 중요한 판단의 기로에 있는데, 모든 것을 외부의 판단에 맡겨 버린 채 먼 산만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는 안 되며, 이럴 때일수록 우리를 직시하여 부안주민의 미래와 입장을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새만금 간척사업은 농지를 만드는 사업이다. 현실을 조금만이라도 주의 깊게 본다면 농지를 제외한 어떤 개발에 관한 계획도 실현이 불가능함을 알 수 있다. 전라북도와 대다수 전북도민들은 복합 산업단지를 가정하고 찬성을 하고 있다. 오로지 농지만 가능하다면 전북의 여론도 달라질 것이다. 농지가 되면 서산간척지의 두 배 정도가 된다. 서산간척지에서 현대가 농사를 지으면서 매년 50억씩 적자가 났다고 한다. 그래서 모두 농지로 만든다 한들 전라북도와 도민들에게 어떤 실익이 있겠는가? 게다가 지금은 있는 농지들도 놀려야 될 상황인데 말이다.

정부도 주무부서인 농림부도 오로지 농지만을 위한 사업이라고 하는데, 오직 전라북도만 복합 산업단지(현재 재판 중에는 말을 바꾸어 전북도 농지를 주장함)를 구상하고 있는데, 그것은 우리세대에는 실현이 불가능하다. 농지로 사용함을 전제로, 현재 진행되는 서울행정법원 재판에서도 새만금 사업의 재검토를 권고하면서 공업용수나 생활용수로는 사용이 불가능할 것으로 진단했다. 그래서 만약에 사업이 복합 산업단지로 바뀌면 또다시 장기표류하게 될 것이 뻔하다.

환경영향평가와 환경오염방지 대책을 다시 세워야 하고, 사업추진에 추가로 소요되는 거액의 예산(약 28조원으로 추정되며 매년 2천억씩 배정이 될 때 100년도 더 있어야 공장에서 부안 주민이 일할 수 있음. 이자 빼고)에 대한 국민적인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경제논리로 봐도 투자하면 계속 손해만 나는 사업을 어느 정부가 한다고 나서겠는가? 국가적으로도 손해요, 지역주민들에게도 손해인 사업을 개발론자들만이 환상을 부추긴다. 지역 언론이나 정치권도 그들과 한편이다. 누구도 현지에 살고 있는 부안주민을 위한 새만금 사업을 생각하지 않을뿐더러 이에 따른 책임을 질 사람도 없다. 지금 진행되는 공사도 방조제가 완공되면 내부공사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한없이 표류할 것이다.

완공되면 총면적이 구미공단의 7배정도이니 우리나라 웬만한 공장은 다 들어와도 될 정도다. 그러나 이미 다수의 제조업이 중국이나 개성공단 등으로 가버리고, 남은 기업도 오직 이윤만을 추구하는데, 지금도 많은 수가 비어있는 군장산업단지 보다 땅값도 비싸고 지반이 침하하는 매립지에 들어올 기업이 있겠는가.

그래서 천번 만번 생각해도 복합 산업단지는 불가능하다. 아니 거짓말이다. 군산 쪽으로 아주 작은 면적정도는 개발이 가능할지도 모르겠으나 주변에 연관 산업이나 유통망이 확보되지 못한 부안은 일말의 가능성도 없다. 방조제에 돌 갖다 부을 일이 아니다.

말로는 30만 거점도시를 열 번도 더 만들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한다면 구체적으로 알아본다면 이 사업은 명백히 실패한 사업이고, 막상 공사가 끝나면 시화호 사람들처럼 관심 밖으로 밀려나버린다는 것이다. 농지로 사업이 완성되었다 하더라도 새만금 사업으로 생기는 땅 총 8천만여 평 정도에서 부안 관할 면적은 기껏 2천만여 평이 못되는 농지와 방조제 밖에 없다. 계화간척지가 1천100만평이니 그보다 조금 넓은 농지만 생긴다. 무한한 해양자원과 세계적인 갯벌을 버리고 우리가 얻을 것이 고작 그것이다.

제대로 미래를 살펴보아야 한다. 농지가 된다하여도 10년이 지나야 가능한데, 그때까지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어 많은 사람들은 이곳을 떠나야 한다. 현재 방조제 안쪽에서 먹고사는 사람들과 가족을 합하면 대략 1만여 명 정도 되는데, 그중에 반 정도는 어쩔 수 없이 남는다 하여도 반은 부안을 떠야 할 것이다. 그리고 방조제 밖에도 대략 1만여 명 정도가 바다에서 먹고 산다고 보면 이 중의 상당수도 떠나야 할 것으로 보여,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관된 가게나 업체들까지 동요하면 최소한 1만여 명의 인구가 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새만금 사업은 부안의 입장만으로 생각해 보면 축복이 아니고 재앙이다. 멀지 않았다. 방조제가 막히면 해안가에 길게 늘어선 죽은 어패류, 썩는 갯벌의 악취, 그리고 물이 빠지면서 부는 소금 폭풍이 멀지 않았다.

그래서 계화도 주민들이 청와대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그들만의 외로운 싸움이 아니기를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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