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에 젊은 상인이 새로 가게를 열었다. 더 늦으면 도전할 수 없을 것 같아 십수년 간 다니던 직장까지 정리하고 황영자씨(44)가 일을 냈다. 포목전 길에 ‘심봉사고로케’ 가게를 열고 매일 전량 판매중이다.
“어머니가 한복 가게를 하시던 자리인데 연세가 있으시니까 가게를 비어주셨어요. 어머니는 가지고 계신 짐이 많으셔서 1년만 하겠다고 옆집 가게로 세를 얻어 나가셨구요. 개업한지 10일 조금 넘었어요.”
심봉사도로케는 수원에서 오랫동안 노점을 하며 맛으로 소문이 난 모 사장님이 방송을 탄 이후 유명세에 힘입어 지난해 사업을 시작한 체인점이다. 전부터 장사에 뜻이 있던 황영자씨는 우연히 심봉사도로케를 알게 돼 맛을 보고 마침 시장 안에 간식거리가 없어 괜찮겠다 싶어 시작했다. 꽈베기, 도너츠, 고로케를 판다.

“고로케가 2천원이면 비싼 것 같아서 이렇게 많이 팔릴 줄은 몰랐는데 많이 사가네요. 식사  대신 커피랑 드시는 분도 있고, 농번기라 때거리로 사가는 분도 많구요. 세트 메뉴도 많이 나가는데 부모들이 아이들 사다주는 것 같더라구요.”
가격을 살펴보니 팥도너츠 1천원, 야채고로케 1천500원, 피자나 게살고로케가 2천원, 핫불고기고로케는 2천5백원이다. 주인 말을 들어보니 비싼 것도 같은데 그래도 많이 팔린다니 맛이 좋은가 보다.
“생긴 줄도 몰랐어요. 지나가다 있는 것 보고 세 개 먹어 봤는데 게살, 피자, 도너츠 다 맛있네요. 두 세트 사가는데 나머진 집에 가서 먹어봐야 맛을 알죠. 안 먹은 건 말 안 해요. 호호.”
서울에서 온 장금숙씨의 언니가 한 말이다. 본인 이름을 밝히면 다 알아본다며 서울에서 온 동생 이름을 알려준다. 장금숙씨와 언니가 고로케 맛을 보고 세트 메뉴 하나 씩 사가지고 간다.
마실축제 기간에 맞춰 가게를 열다 보니 준비가 부족한 것도 있고 서툴렀던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오픈한 지 10여일 지난 지금 결과는 만족스럽다. 오후 5~6시면 더 이상 반죽을 만들 수 없을 정도로 몸이 지쳐 일찍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손님이 많다.
“원래는 10시부터 8시까지 할 생각이었어요. 재료가 5~6시면 다 떨어져요. 단체, 포장이 있으면 더 빨리 떨어지구요. 숙성시간 1시간 걸리는데, 반죽을 또 해놓으면 되지만 몸이 힘들어서 못하겠더라구요. 그래도 5시에 문을 닫아도 청소까지 하고나면 8시쯤 되거든요.”
손님들 연령대는 다양하다. 주부, 학생, 직장인, 어르신들도 많이 찾아온다.
“학생들은 어떻게 알고 오는지 모르겠어요. 어제도 고등학생이 와서는 왜 이렇게 뭔데다 했냐 오기 힘들다 그러더라구요. 너는 어떻게 알고 왔냐 그랬죠. 부모들이 사가지고 간 것 먹어보고 명함 들어있으니까 찾아오나 봐요.”
벌써 단골도 많이 생겼다. 매일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한 번도 물량이 남은 적이 없다고 한다. 한판에 16개씩 7가지를 세 번 만들고, 꽈배기는 따로 100~200개 정도 만드는데 처음으로 계산 해보니 평일에는 평균 5~600개 씩 나갔다고 한다. 주말은 신랑과 아이들이 도와주는 덕에 반죽을 더 많이 할 수 있어서 1.5배 정도 더 팔리고 있다.
“저도 냉장고에 2~3일 넣어두었다 먹어봤는데 그래도 딱딱하지 않고 맛있더라구요. 손님들은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먹는데 다시 바삭바삭해진다고 해요. 맛의 비결은 믹스(혼합)가루에요. 체인점 사장님의 노하우인데 비법은 아들도 모르죠. 여러 가지 곡물이 섞여요. 빵집하시는 분들도 고로케를 같이 하는데 모두 우리 피(반죽)가 맛있다고 해요.”

황영자씨는 먹거리 장사이다 보니 위생이나 재료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한다. 튀김에 가장 중요한 재료인 기름도 좋은 것으로 딱 3일만 쓰고 튀김기계 청소도 정성껏 한다. 매일 기름을 뺀 후 손으로 찌꺼기를 긁어내고 뜨거운 물로 부어 키친 타올로 닦는다. 그러다 보니 영업이 끝난 후 청소하는 시간도 보통 2시간이 걸린다. 이게 바로 누구나 알 수 있는, 황영자씨만의 비결이 아닐까?
“손님이 많으니까 계속 만들어야 하잖아요. 공장이 돌아가는 것처럼 힘들지만 그래도 꾸준히 찾아 주셔서 감사드려요.” 시장의 새내기 상인이 깍듯이 인사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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