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 사진이 도둑맞은 동문안 당산돌솟대이고, 가운데·오른쪽 사진은 2009년 A박물관에 전시된 솟대 모습이다.

국가민속문화재 19호, 400여년 동안 마을 지켜온 수호신
2003년에 도난…2016년에 A박물관 전시사진 단서 발견
지역 주민 “담당공무원, 방송도 막고 2년 동안 무소식”
당시 담당자 “노력했다. 손 놓고 보낸 기간 길었다 인정

도둑맞은 국가민속문화재 19호 동문안 당산돌솟대(오리)의 행방을 알 수 있는 단서가 나왔지만 이를 알고도 부안군청이 2년여 동안 방관해왔다며 지역 주민의 원성이 들끓고 있다.
동문안 당산돌솟대는 돌장승(할아버지 당산, 할머니 당산)과 함께 국가민속문화재 제19호로 지정된 부안의 소중한 문화재이다. 400여년 전부터 동문을 지켜온 수호신으로서, 마을 주민들이 2년 마다 정월 대보름이면 돌솟대에 당산제를 지내고 마을의 복을 기원하고 농사의 풍요를 바래왔다.
2003년 3월경 돌솟대를 도둑맞으면서 경찰 조사도 이루어지고 문화재청에 도난문화재로 등록 되었지만 아직까지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 후 마을 주민들은 당산제를 지내지 않고 있다. 그러던 중 오랫동안 당산 문화를 연구해온 황준규 씨(서울)가 2016년 인터넷 블로그에서 경기도(현재 서울)에 있는 A박물관이 2009년도에 전시했던 사진들 중 동문안 솟대로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수차례 부안 지역을 오가며 눈에 익은 까닭에 동문안 솟대를 확신하고 황 씨는 이를 마을 주민과 부안군청 문화재팀에 알렸다.
황 씨는 “십 수년 동안 부안을 오가면서 보고, 사진 찍고, 눈에 익은 것들이다. 돌의 입자 상 아무리 똑같이 만들려 해도 만들 수 없다. 내 목숨을 걸고 동문안 당산 돌솟대가 맞다”고 확신했다.
마을 주민들도 황 씨가 건넨 사진을 보고 도둑맞은 솟대가 확실하다고 판단하고 2016년 2월 경 부안군청 문화재팀 담당자와 함께 솟대를 되찾기 위해 서울 지역에 있는 A박물관을 찾았다. 하지만 박물관 쪽에서 다른 솟대만 보여주고 황 씨가 발견한 사진의 솟대는 보여주지 않았다고 주민들은 주장했다.
장대현 이장(동중리)은 “비슷하기는 한데 크기가 우리 것보다 작았다. 그래서 사진 속에 있는 것과 다르다. 이거 말고 진짜를 보여달라 그랬더니, 말을 얼버무리고 여기저기 둘러보라고 했다”면서 “지하실 같은 곳에 들어가보려 했더니, 거기는 들어가지 못하게 차단해버리더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A박물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시에 마을 분들이 오셔서 확인했다. (부안지역에서) 잃어버린 것이 아니다고 본인들이 말했다”면서 “돌솟대는 그때 보여드린 게 전부고 다른 돌 솟대는 없다”고 해명했다.
마을 주민들은 도난 문화재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할 담당공무원이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돌솟대 도난 사건을 취재한 방송사에 전화를 걸어 방송까지 막았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당산제를 주관하는 김민성 씨(동중리)는 “문화재팀 담당자가 (박물관 쪽에서) 방송 내지 말고 오라고 했다고 방송사에 전화해 방송을 막았다”면서 “(그) 담당자가 찾아오겠다고 약속해서 믿고 기다렸는데 2년 동안 소식이 없다”고 분개했다.
당시 문화재팀 담당자였던 B씨는 “그쪽에서 방송 기자랑 가면 만나주지 않을 것 같아서 조용히 가자고 했다”면서 “직책도 없는 공무원이 무슨 힘이 있어 방송을 막겠냐?”고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B씨는 이어 “나중에 혼자 다시 찾아가서 간곡하게 사정해봤더니 그쪽에서도 유통업자들을 통해서라도 알아봐주겠다고 우호적으로 말했다”며 “다만 그 이후 손을 놓고 보낸 기간이 너무 길었던 것은 인정한다. 지금은 부서를 옮겼지만 꼭 찾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문화재청의 ‘문화재 도난 및 회수 현황’에 따르면 2013년에서 2015년까지 국가지정, 시도지정 도난 문화재는 모두 15건에 202점이었지만 이 중 단 6점만이 회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회수율이 낮은 점을 감안하면 행방을 알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하고서도 부안군청이 2년여 기간을 손 놓고 보낸 탓에 지역의 소중한 문화재를 영영 찾지 못하는 것은 아닐지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