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급식지원센터가 지난 4월 문을 열었다. 지난 1년간 준비과정을 거쳐 우리 지역의 안전한 농산물을 우리 아이들의 먹거리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센터는 현재 관내 22개 학교에 친환경농산물을 납품하고 있다. 관내에는 모두 60여개 학교가 있지만 학생 수가 적어 자체 시설을 갖추고 급식을 하기 어렵다. 따라서 조리 시설이 갖추어진 학교에서 주변 학교로 급식을 배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센터가 22개 학교에 납품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관내 모든 학교 학생들에게 우리 지역의 친환경농산물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유재흠 센터장(왼쪽)이 와삭이 상추를 수확하고 있다

-오랜 연구개발로 쌓인 친환경농업 기술이 일군 성과

지난 28일 유재흠 센터장이 한창 수확 중이다. 친환경 농법의 원칙을 충실히 따르고, 정성껏 기른 ‘와삭이’ 상추를 손수 뜯고 있다. 유 센터장은 퇴비와 천연 유기질비료, 큐어링 수(오존이 발생하는 물)만으로 키웠다고 설명한다. 비료, 농약은 물론이고 친환경 약제도 전혀 쓰지 않았다고 한다. 유 센터장이 자신 있게 말한다. “그래도 싱싱하고 좋잖아”

친환경농사를 짓는다고 하면 아직도 ‘어떻게 농사가 되냐’고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유 센터장처럼 친환경농사를 짓는 농업인이 오래전부터 다양한 기술 개발과 실패를 겪으면서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노하우가 쌓였고, 지금은 충분한 기술력을 갖추었기 때문에 정직하게 땀 흘릴 마음가짐만 있다면 거뜬한 농사다.

“채소는 벌레가 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가 없어요. 한낮에도 문을 꼭 닫아놓고, 모기장 쳐 있는 옆문만 열어놓아요.” 고자리(벌레)가 하나도 없다고 일러준다.

수확 중인 하우스 안으로 이웃 농부가 찾아왔다. 얼갈이배추도, 상추도 잘 됐다고 칭찬이다. 유 센터장이 한줌 뜯어가라는 말에 처음에는 집에서 먹을거리로 조금 키운다고 사양하더니 와삭이 상추를 잠시 살펴보다 이내 한 움큼 뜯기 시작한다.

“우리도 키우는데 와삭이는 없거든요. 이건 깨끗해서 흙만 털어서 먹어도 되요. 한번 잡사봐요.” 이웃 농부가 맛보기를 권한다. 겉보기에는 배추처럼 두툼하니 질길 것 같았으나 씹는 순간 이름처럼 정말 ‘와삭와삭’ 소리가 난다. 하우스 시설도 깨끗한데다, 친환경농법이라니 흙도 털 필요 없이 그냥 먹어도 될 것처럼 믿음이 간다.

 

하서면에 위치한 친환경급식지원센터.

-관내 친환경농가모임 연합해 설립 ‘친환경습식센터영농조합법인’

도내 타 시군은 3~4년 전부터 친환경급식지원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부안군은 뒤늦은 셈이다. 친환경 농가들이 친환경급식센터 운영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차에 2016년도에 부안군청에서 제안을 해왔다.

그동안 부안에서 농사지은 친환경농산물은 대부분 생협으로 납품됐다. 그러다 보니 정작 우리 고장 땅에서 기른 친환경농산물을 우리 아이들에게 먹이는 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친환경농가와 부안군청이 논의 끝에 친환경급식지원센터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2017년도에 시설을 짓고 그간 준비를 거쳐 올해 4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했다.

부안군청의 지원이 물꼬를 트고 지역 친환경농가 모임인 하서미래영농법인, 변산산들바다공동체영농법인, 변산공동체영농법인이 공동 투자로 즉, 우리 지역의 친환경 농가의 뜻이 하나로 모아져 친환경급식센터영농법인이 탄생한 것이다. 하서미래영농법인이 운영대표 법인으로 수고로움을 도맡고 있다.

부안군친환경급식지원센터 유재흠 센터장은 친환경급식에 대해 두 가지 의미를 밝혔다. 첫째는, 아이들의 건강은 곧 나라의 미래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둘째는, 지역의 친환경 농가가 원활한 유통이 어렵다. 의욕을 잃고 있는 농가가 많은데 친환경급식센터가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는 계기를 만들자는 것이다.

취지가 좋은 만큼 의욕적으로 센터 운영 준비에 들어갔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고 한다.

“준비할 때는 힘들었죠. 우리는 그동안 생산만 해왔지 유통의 영역은 경험이 없었잖아요. 학교 급식은 유통 과정이 더욱 복잡합니다. 각종 관리 규정들 따라야 하고 식품위생법, 영업허가, 종사원, 시설기준, 친환경 생산 취급 등 모든 인증 절차가 까다롭습니다. 친환경 농산물을 아무나 할 수 없잖아요. 모자란다고 친환경 아닌 것을 넣으면 안 되니까 취급 인증 받기도 그만큼 쉽지 않구요. 또한 EAT(공공조달) 시스템을 이용해 학교에서 물건을 주문 받고 센터에서 납품하고 있는데, 이러한 시스템 준비 과정도 복잡했죠. 이런 초기 준비과정들이 오래 걸렸어요.”

유 센터장은 그동안 복잡했던 준비 과정을 잘 헤쳐 나왔듯이 앞으로 닥칠 본격적인 센터 경영의 어려움도 자신 있다고 여유롭게 웃어 보인다.

 

각 학교에 납품할 물량을 센터 직원들이 포장작업을 하고 있다.

-우리 지역 친환경농산물 우선 원칙, 센터 간 물품 교류로 판로 넓힌다

유 센터장은 물품에 대한 공급 원칙을 강조한다. “관내 산이 우선이고 그 다음이 전라북도 산입니다. 전라북도 산이 없어서 겨울철에 제주산 감자 들어올 때가 있었지만 이같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타 지역 농산물이 들어올 수 없게 되어 있고요.”

학교에서 월간 식단이 짜여지면 당일 필요한 물량에 맞춰 납품을 하게 된다. 센터는 계약을 맺은 농가로부터 수확한 농산물아 받아 학교 별 주문 물량대로 포장해서 배송을 한다.

잎채소는 그날그날 수확을 하고 감자, 양파 등 뿌리채소는 제 철에 수확해 저온저장고에 2~3도로 보관한다. 배송은 센터가 서쪽 지역인 영전, 줄포, 곰소, 변산, 격포, 하서, 장신을 직접 납품하고, 부안읍 등 나머지 지역은 업무협약을 체결한 황제식품과 자연식품이 맡고 있다. 모두 친환경 급식을 해왔던 업체로써 그동안의 공급노하우를 존중하고 그만큼 신뢰하고 있다. 또한 지역 업체와 함께 수익을 나눌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는 센터 정책과도 맞다는 판단에 따른 귀결이다.

사업 초기이다 보니 센터가 공급하는 품목은 아직 많지 않다. 지금은 양파, 대파, 열무, 상추, 시금치, 버섯, 연근, 얼갈이배추 등 일부 농산물과 가공 식품으로는 삼보식품의 죽염간장, 죽염된장과 초록아리울의 참기름, 들기름, 들깨가루, 참깨가루 등을 납품하고 있다. 계약지는 주로 하서, 변산 농가와 되어 있고, 보안은 버섯, 부안읍은 연근이다.

나머지는 군산친환경센터에서 공급받고 있다. 전주친환경센터로는 부안 쪽에서 변산 시금치나 가공품을 납품하고 있는데 전체적으로는 가져오는 것이 많다. 친환경급식지원센터 간에 물품 교류가 가능한 점을 이용해 앞으로는 판로를 넓혀나갈 계획이다. 부안의 농산물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고, 6월 경 감자, 양배추, 고추, 방울토마토 수확이 시작되면 전주 쪽으로 납품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4월 30일 부안동초등학교 학생들이 친환경농산물로 차려진 급식을 받기 위해 줄 서 있다.

-전북도 우리 아이들, 서울로 급식 진출이 목표

유 센터장은 아직은 소득을 논할 때가 아니라고 한다. 부안은 학생 수가 많지 않아 수요에 한계가 있고, 생산량도 많지 않은 상황이다. 앞으로 품목 확대와 함께 생산농가의 참여를 늘리고 경영안정을 뒷받침할 수 있는 대책 마련 등 난제가 많이 남았다.

“우리 부안뿐만 아니라 전북도 우리 아이들입니다. 더 나아가 서울 급식도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죠. 우리가 이윤을 남기는 것이 주 목적은 아니지만 경영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져야 센터 근무자들도 생산농가도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경영상 풀어야 할 난제가 많아요. 관리나 배송 인력 충원도 늘어날 텐데 모두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잖아요. 앞서 급식을 시작했던 타 지역도 모두 호소하고 있는 부분이고요. 센터는 우리 아이들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고, 친환경농가의 판로 확대 기회라는 두 가지 좋은 뜻을 가지고 있으니 행정과 공감대를 갖고 여러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정책을 함께 해나가는 것 차원이 다르잖아요. 또한 앞으로 많은 농가의 참여가 중요하구요. 우리 센터는 많은 농가와 결합되어 있습니다. 새로운 농가 발굴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고요. 관심 있는 농가는 언제든 연락 바랍니다. 우리 센터는 친환경 생산자들에게 항상 열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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