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4월과 5월의 수성당 오르는 길은 아름답다. 유채꽃이 우리를 반기고 여우골의 파도는 오랜 신화를 간직한 채 찾는 이를 먼 세계로 이끄는 듯하다. 수성당은 적벽강과 어울려 자연스러움과 또 다른 상상력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수성당은 민속문화재로써 채석강과 적벽강 등의 지질공원을 연결하는 역사의 흔적이 많은 곳이다. 이곳은 오늘날까지 제사의식이 행해지는 등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진 해양문화를 간직하고 있어 세계적으로 드문 사례로 꼽힌다. ‘죽막동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국제학술대회’가 열렸고 2017년에는 ‘부안 죽막동 유적(扶安 竹幕洞 遺蹟)’이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됐다.
  격포항은 조선시대부터 고기잡이 어선의 중요한 관문이었으며, 이에 따라 칠산어장 어민들은 수성당의 개양할미에게 절대적으로 의탁하여 풍어와 뱃길 안전을 기원했다. 어업이 성한 때에는 외지의 어선들조차도 격포에 이르면 선원들이 수성당을 향해 고사를 올렸다고 한다.
   당제는 매년 음력 정월 열나흗날에 지낸다. 수성당은 칠산어장의 당집에 좌정한 여신들의 본가(本家)이자 원당이라 할 수 있다. 개양할미가 딸네 집을 왕래하고 딸들이 개양할미의 지시를 받는다고 보기 때문에 개양할미는 시집간 딸들을 총 관리하는 으뜸 신격이다. 개양할미가 거주하는 수성당은 칠산어장 당집의 총 본부라 할 수 있다.(이영금의 ‘마을신앙’에서)
  올 4월 24일에 지역 교사들 50여명과 함께 적벽강을 걷고 수성당에 올랐다. 비가 조금씩 뿌렸지만 움직이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 그런데 수성당에 오르기 전부터 굿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전에는 수성당 주변에서 하더니 이제는 아예 당집 안에서 한다. 수성당은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58호로 보호를 받아야 할 곳인데 이런 문화재 안에서 사적인 굿을 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혹시 이 문제를 문화재 활용으로 이해해야 하나? 이 활용론은 박정희 정부 때  등장해 지금도 정책의 대세를 이루고 있다. 문화재를 관광자원이나 이벤트 장소로 이용해서 사람들이 많이 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화재는 그 가치를 보고 그것을 보존하고 존중하면서 후세에 물려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수성당은 평소에 문이 잠겨 있다. 그런데 보란 듯이 활짝 문을 열고 굿을 하는 것을 보니 누군가로부터 허가를 받은 듯 익숙하다. 공공의 문화재를 사적인 이익 추구로 쓰고 있다는 의심도 지울 수 없다. 이곳은 수성할미를 모시는 문화재이지 개인 치성을 드리는 곳이 아니다. 상당한 사람들이 찾는 곳에서, 그것도 문화재 안에서 보란 듯이 굿을 하는 것이 지역 문화재 관리의 현실인가.
  문화재로 지정되면 소유주가 책임지고 관리하지만 수성당 같은 곳은 개인 소유가 아니니 문화재가 있는 곳의 지자체가 관리주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수성당은 우리나라 3대 기도처라 하여 무속인들이 선호하는 곳이고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물리치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관광객들이 많은 한 대낮에, 그것도 문화재인 당집 안에서 이루어지는 무속인들의 행위는 막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