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1포기 2천500원, 무 2kg 2천원대 - 농민들 ‘안도’…김치 가공업체 ‘한숨만’

김치 재료로 쓰이는 배추·무·파가 예년보다 두세 배 이상 가격이 올랐다. 김장용 배추가 나오는 다음달 중순에는 가격이 내릴 것으로 전망되지만 가계 부담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 중국산 김치 파동 여파

부안 상설시장과 농협 공판장 관계자에 따르면, 배추는 포기당 2천~2천500원 정도로 예년보다 두 배 오른 시세다. 무는 2kg 기준으로 1천500~2천원으로 세 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대파 역시 1kg에 1천500원으로 높은 가격이다.

이처럼 김치 재료값이 오른 가장 큰 이유는 중국산 김치 파동. 지난달 25일 납 등 중금속이 든 김치 문제가 국정감사에서 터져 나오면서, 사먹는 김치를 꺼리고 직접 담가 먹으려 하는 소비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배추값이 포기당 800원대로 폭락한 뒤로 올해는 배추 재배면적이 줄었고, 잦은 비로 작황이 부진한 것도 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유통업계에서는 김장용 배추가 다량 출하된 뒤에는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부안농협 공판장 김진은 경매사는 “11월 중순께에는 배추 1천500원, 무 8백~1천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파 가격은 오히려 오를 것으로 보인다. “대파 작황이 좋지 않고 공급량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19일 오전 최규만씨가 배추밭에 물을 주기 위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있다. ⓒ 염기동 기자
◇ 배추농사, 작년보다는 나아

배추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지난해 배추값 폭락으로 애써 키운 채소들을 폐기처리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기에 더욱 그렇다.

지난해 1억원에 가까운 생산비를 날려야 했던 최규만(49·부안읍)씨는 “언젠가 한번은 중국산 김치파동과 같은 일이 터질 줄 알았다”며 입을 열었다. 수입농산물과 수입김치 등으로 농가에 어려움을 주면서도, 회생과 보전 정책에는 무심한 정부를 꼬집는 말이다.

그러나 시중 배추 유통가격과는 무관하게 농민들이 체감하는 수익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개의 배추농가가 이미 배추를 밭떼기로 유통상인에게 넘긴 상태이기 때문이다. 평당 거래되는 가격은 4천500~5천원 수준으로 한포기당 450원꼴이 된다.

◇ 울상 짓는 김치 가공업체

중국산 김치파동으로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곳은 김치가공업체들이다. 소비자들이 사먹는 김치 자체를 꺼려하면서 매출이 줄어들었다. 게다가 배추 가격의 오름세로 김치 원가도 동반 상승한 터라 중국산 김치 파동으로 인한 업체의 고충은 더욱 크다.

서울 등 외지의 마트로 유통하고 있는 부안의 유일한 김치 가공업체인 (주)텃밭김치의 김용진(59) 사장은 “배추값이 비싸서 손을 놔야할 실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시중가격은 가정용 김치가 1kg에 3천원, 식당용이 1천800원으로 재료비만도 1천원이 넘게 들어가다 보니 인건비도 챙기기 힘든 실정인 것이다.

김 사장은 “타격을 받는 업체를 위해 학교급식 등 지자체가 협조를 해주면 좋을 텐데 너무 무심하다”며 어려운 심정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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