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 반이면 부안전통시장에서 친절캠페인이 시작된다. 상인회 남정수 회장이 방송실에서 부안전통시장 노래(로고송)를 튼다. 볼륨을 서서히 올린다. 모니터 화면으로 보니, 옹기종기 모인 상인들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데 몸짓이 아기자기하다. 가만히 들어보니 노래 가사도 쉽고 정겹다.
얼씨구나! 지화자! 인심 좋은 부안시장 놀러 오세요. 푸른 바다 푸른 들이 우리를 기다리네. 부안시장 오세요. 다함께 강강술래 신나게 돌아간다. 인심 좋고 맛을 아는 부안 전통시장~
야채전길과 중앙통길 사거리 상인들이 가장 열심히 한다. 물론 시장 상인 모두가 참여했으면 좋겠지만, 상인 절반 쯤 참여하고 있다. 손님이 있는 상점은 당연히 제외하고, 수산점 상인들은 물을 자주 묻히다 보니 아무래도 불편한 점이 있어서 또 제외하고, 포목전길은 터줏대감이 많다 보니 참여해달라 성화를 부리기도 난감하다.
그래도 포목전길에서도 꿋꿋이 참여하는 상인도 있다. 문화상회 강순임 씨(72) 목소리에 활기가 넘친다. “안 하는 사람들은 그 맛을 몰라서 그러지. 한번 하면 기분도 좋고, 재미도 있고, 몸도 풀어지고, 그 순간에는 마음을 싹 비우고 하니 좋아요. 안 하는 날은 허전하고 그 시간이 기다려져요. 습관이라는 것이 무서워요.”
친절캠페인은 2012년부터 시작했다. 오전 10시 반 전후 15분 간 진행한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전국 전통시장 10여 곳이 했다. 대부분 중단했지만 부안전통시장은 지금까지 친절 캠페인을 이어오고 있다.

“매일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녀. 회의도 있고 행사도 많고. 그래도 기왕 하는 거 많이 참여해서 체조도 신나게 했으면 좋겠어요. 혼자서 하려면 뻘쭘해서 하기가 좀 그렇지. 야채전길이  가장 열심히 참여해요. 수산점은 물을 묻히고 있다고 하기 뭐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남정수 상인회장이 모니터 화면으로 열심히 하는 곳을 보여준다.
2014년에 전통시장 문화관광형 사업이 시작하면서 시장 노래가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유행가를 개사할까 논의도 있었지만 어차피 돈 들어가는 것 시장만의 노래를 만들자는 제안에 따라 지금의 노래 ‘부안전통시장 로고송’이 탄생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중독성이 있다. 쉽고 재밌다. 이어 2015년에 시장 체조를 만들었는데 아침마다 열리는 친절 캠페인 속에서 함께 해오고 있다. 전통시장 상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체조라고 한다.
체조가 끝나자 남정수 회장이 마이크를 잡는다.
“눈앞의 이익보다 고객의 만족을 먼저 생각하는 행복발전소 부안시장 친절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회원님들은 가게 앞에 잠깐 나오셔서 친절캠페인에 참여해주시기 바랍니다. 예. 안녕하세요. 손 한번 흔들어 주세요. 감사합니다. 오늘도 박수치면서 구호외치고 캠페인 시작하겠습니다.
깨끗하게, 주변정리, 고객님께, 친절응대, 활기차고, 활성화된, 부안시장, 만듭시다 남정수 회장의 구호 한 마디 한 마디에 맞춰 ‘짝짝짝짝’ 박수 소리가 방송실까지 들려온다.
간단한 중국어 인사말 연습도 한다. 안녕하십니까 니하오 환영합니다 환잉꽝린…….
오늘은 중국어를 하지만 다음에는 베트남어를 한다. 다문화가정이나 외국인 근로자들이 시장을 자주 찾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지막 순서로 이웃 상인들끼리 서로 인사까지 나누면 친절캠페인 방송은 모두 끝이 난다. 오늘은 상인대학 신청자 모집과 전기 공사 안내, 화재 안전과 당부의 말들이 덧붙인 후 남정수 회장이 마이크를 껐다.
“시장을 찾는 고객에게 친절을 베풀 수 있는 분위길 만들기 위해 합니다. 눈앞의 이익이 아닌 고객의 이익을 생각하자는 것이죠. 또한 이웃 상인도 고객이니까 화합을 통해 상생해 나가자. 멀리 있는 친척보다 주변의 이웃이 더 중요하지 않겠냐”며 남정수 회장이 친절캠페인을 통한 바람을 밝힌다.
친절캠페인에 열심히 참여했던 풍년팥죽 김순임 씨(61)가 밝게 웃으며 말한다. “상인들끼리 서로 얼굴 보고 인사도 하고 기분 좋은 일이죠. 춤도 추고, 서로 단합도 되고. 시장은 밝은 웃음소리가 들려야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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