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부임한지 꼭 한 달을 맞은 정찬호 교육장과 부안교육을 주제로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지난 2일 부안교육지원청 교육장실에서 1문1답 방식으로 약 1시간가량 진행됐습니다. 이를 요약해 싣습니다.  편집자 말

- 우병길 대표 : 임기 시작 1개월여가 지났습니다. 임기 중 부안교육의 발전을 위해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정책은 무엇이며, 관련하여 교육장님의 교육철학을 간단하게 설명해 주시지요.
= 정찬호 교육장 : 저는 교육의 최종 목표가 즐거움, 기쁨,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현장에서 학생과 교사 두 축이 자존감을 가지고 머리길 지혜로움과 마음길 따뜻함, 손길 부지런함을 잘 조화시켜 행복한 교육공동체를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한마디로 행복 공감교육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첫 번째는 해피 트라이(happy try), 그러니까 삶과 연계된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아이들 스스로 꿈과 비젼을 세우는 입지교육입니다. 두 번째는 해피 플레이(happy play), 학습에 즐겁게 참여하고 함께 소통하는 열정의 교육을 뜻하고요. 세 번째는 해피 필링 (happy Feeling), 마음과 마음을 여는 공감 교육을 의미합니다. 그러자면 교육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해요. 행동주의 기반에서 정서주의 기반으로요. 아이들 자율적으로 가야 한다는 거죠. 교육 기반 역시 지식 기반에서 지혜 기반으로 바뀌어야 하고요. 이 세 가지가 바로 제가 추구하는 행복 공감교육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이미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로 접어들었는데 성숙사회에서의 교육은 정답이 없고 물이 흘러가듯 자연스러운 것이어야 해요. 그래서 저는 중용의 미덕을 강조합니다. 중용이 학교 현장에서 실현되려면 리더인 선생님이 인간적 성실성, 철학적 통찰력, 실천적 영역 이 세 가지를 고루 갖추고 즐거운 교육을 만들어 가야합니다.

- 전북도교육청은 학생 인권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에 따라 학생 인권이 장족의 발전을 했지만, 반작용으로 교사 인권이 침해된다는 불만도 없지 않습니다. 두 교육 주체의 인권이 균형을 이루면서 발전해야 한다는 요구를 어떻게 수용하실 것인지?

= 처음 부임해서 교장선생님들을 만났는데 그 분들이, 선생님들이 자존감이 없습니다, 라고 말씀들을 하세요. 그러면서 학교 현장의 제일 시급한 문제로 자존감을 살리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하셔서 제가 공감을 했습니다. 학교라는 곳은 교사와 학생이 만나서 서로 존재가치를 확인시켜 주는 곳이잖아요. 그리고 거기서 성장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곳이거든요. 교사 인권과 학생 인권은 분리되는 것이 아니고 함께 가는 것이고 협력하는 거예요. 그러자면 서로 다름을 인정해야 하고, 또 공동선과 공동이익을 함께 추구하면서 교사와 학생이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는 문화가 형성돼야 합니다. 그리고 매달 교감회의가 있는데, 거기서 학생 인권이나 학교의 문제점 등을 수면 위에 올려놓고 얘기를 하시거든요. 저는 전 과정을 경청하면서 그런 기회를 통해 서로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공감하는 자리가 되도록 하려고 합니다. 정보도 공유하고요. 이런 일들이 지원청에서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원청에서는 현재의 체제와 범위 안에서 최대한의 공약수를 찾는 게 중요해요. 그 이상의 어떤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교육지원청으로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원청 차원에서 교사의 자존감을 높이는 부분에 대해서는 최대한 방안을 마련해 지원할 생각입니다.

- 해마다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게 부안을 비롯한 농산어촌의 현실입니다. 신입생이 1명도 없는 학교가 있는 반면, 부안남초의 경우 입학생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학생 수를 늘리는 방안과 작은 학교 통폐합에 대한 생각을 밝혀 주시죠.

= 저도 정말 절감하는 문젭니다. 교장 연수 때도 보면 선생님들의 가장 큰 고민은 학생 수 감소예요. 정읍 대흥초의 예를 들면, 원래 학생수가 20여명이었는데 지금은 60명이예요. 학교를 살린 거죠. 제가 볼 때 가장 큰 요인으로는 동문들의 절실함이었어요. 동문들이 긴밀한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장학금도 주고 해외연수를 시켜주는 등 노력을 많이 했고요. 그렇게 해서 학교가 활성화되니까 마을과 학교가 교육과정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으로 발전하는 거예요. 저는 학교가 살아나려면 학교 밖 교육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믿어요. 예를 들어 지역에서 재능 있는 분들, 목공이라든지 이런 전문가들에게 학생들을 보내서 가르침을 받게 하고 방과 후 지원을 그분들에게 하는 거죠. 학생 관리도 그 분들이 하고. 마을이 나서서 아이를 키우는 겁니다. 또 변산서중도 좋은 예가 되는데, 중학생들이 자신이 배운 것들을 인근의 초등학교 학생들을 가르치는 거예요. 공부가 하기 싫다가도 저희들끼리 맡겨놓으면 잘 하거든요. 의형제를 맺어서. 그러다보면 나중에 초등학생들이 중학교에 갈 때는 자신을 가르쳐 준 형이 있는 학교로 가겠다고 하는 거죠. 어울림 공동교육과정이 되는 거예요. 또 젊은 귀농인들이 내려올 수 있도록 유학촌을 형성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특색 있는 학교와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 젊은 귀농인이 안심하고 아이들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지원청에서도 지자체와 협력해서 특색있는 프로그램에 대한 박람회를 연다던가 방안을 강구해 지원할 생각입니다.

- 사회 전반에 걸쳐 미투 운동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 부안에서는 각별히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은데, 학교 내 성범죄를 근절할 방안을 갖고 계신지요?
= 미투운동은 지금까지의 권위적인 문화를 정화하는 매우 긍정적인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깊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학교 문화는 사실 관리자에 따라서 좌우되기 때문에 매달 열리는 학교장 연수를 통해 기존의 권위적인 문화를 청산하는 계기로 삼고 있고, 또 그래서 학교장 연수가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봅니다.

- 서림고가 인문계 고등학교로 거듭났습니다. 어떻게 육성해 나갈 것인지 말씀해 주시고, 기존 학교와의 형평성 시비 등이 일수도 있는데 어떻게 배려하실 생각이십니까?

= 부임하자마자 서림고를 제일 먼저 갔습니다. 그런데 교장선생님의 경영 마인드를 접하고, 또 선생님들과 공동결정을 하는 모습을 보고 굉장히 안심했어요. 학교 시설이나 이런 하드웨어 쪽은 도교육청에서도 신경 쓰고 있지만 저희 지원청에서도 소통을 많이 해 진척이 잘 되고 있는 상황이고요. 중요한 것은 교육의 질 같은 소프트웨어 쪽인데, 우선 교사들을 믿고 잘 되리라고 보고 있고, 교장선생님도 2년 후에 아이들이 얼마나 진학했는지를 놓고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인지를 하고 계셔서 잘 될 거라고 봅니다. 어쨌든 서림고의 등장은 부안교육을 한 단계 높이는데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학부모님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또 학교 간에도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긴장을 하게 되니까요. 앞으로 두 학교가 상대를 비난하지 말고 함께 가면서 좋은 것은 서로 배우고 경쟁하면서 발전했으면 합니다. 물론 부안여고도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 부안의 학부모와 군민들께 부안 교육과 관련하여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 주십시오.
= 전임 교육장님이 워낙 잘 하셔서 사실 부담이 좀 됩니다만, 교육행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학교라는 것은 아이들의 꿈을 보듬어 안고 꿈을 심어주는 곳이기 때문에 학생과 교사들이 자존감을 가지고 생활할 수 있도록 즐거운 학교문화가 조성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항상 소통과 공감 협력으로 항상 행복한 배움터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부안의 모든 교육과정이 힘을 합하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Together anything is possible, 같이하면 뭐든 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런 점을 공감해주시고 지원해주시고 또 격려해주시고, 언론도 합리적인 부분에서 객관성과 타당성을 가지고 부안 교육의 도약을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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