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로 전통시장을 지켜갈 젊은 상인을 찾아보니 30대가 가장 젊다. 앞서 소개한 시장안카페와 떡사랑전문점 주인은 두 사람 모두 인터뷰를 선뜻 반기지 않았다. 아무래도 여성의 수줍음은 아니었을까 싶은데 초밥집을 취재할 때 만난 태양수퍼 고자혜 씨(35)는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승낙해 주었다.
“제 성격이 원래 활발해요. 헤헤.” 비가 와서 시장 안 공기가 제법 싸늘했지만 자혜 씨는 반팔 차림이다. 오전이라 손님이 많기도 하지만, 수시로 들어오는 물건을 옮기느라 추운 줄도 모른다. 쉴 틈 없이 찾아오는 손님에 물건을 봉지에 담고, 들어온 물건을 냉장고에 넣느라 정신이 없다. 오전은 식당에서 쓸 음식 재료를 사가는 손님이 많다.
자혜 씨는 여덜삷 아들과 17개월 된 딸이 있다. 아이들 보내고 9시에 나와 부모님이 운영하는 가게 일을 돕는데 저녁에 아이들 오는 시간에 맞춰 6시까지 일한다.
“착해요. 애기 키우기도 바쁜데 아침 일찍 나와서 엄마 도와주고. 결혼하고 애기 키우면서 부모 입장 아니까 그러지.” 태양수퍼 맞은 편 손가네수산 주인아주머니의 칭찬이다.
자혜 씨는 결혼하기 전 안산에서 핸드폰 기판 검사하는 일을 했었다. 그러다 친구 소개로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고향으로 내려오게 됐다. 나이가 있기도 하지만, 아이들 키우면서 어디 취직하기가 쉽지도 않다. 갑자기 아프거나 할 때는 직장 생활보다 부모님 일을 돕는 것이 백번 낫다고. 물론 월급도 두둑히 받는 모양이다.
“주위 사람들 중에는 부려 먹는다고 뭐라 그러는 사람도 있는데 좀 그래요. 딸인데 도와주는 건 당연하잖아요. 주위의 그런 시선이 조금 힘들어요. 물론 보기 좋다고 하는 분들도 있구요. 장사가 힘들잖아요. 별의 별 사람도 많아요. 어디는 더 싸게 준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처음에는 좀 그랬는데 이제는 그런가보다 해요. 저도 가끔은 쉬고 싶고 날씨 좋으면 바람 쐬고 싶을 때가 있죠. 너무 지치면 엄마한테 얘기하고 잠깐 볼일 보러 나갔다 오기도 하고요.”
돌아가신 할머니 친구 분이 가게에 들어오신다. 병원에 왔다가 들리셨다는데 자혜 씨에 대해 묻자 “뭣이든 잘 혀. 얼굴 보면 알지. 할머니 때부터 봤었지.” 할머니 친구 분은 가방만 놓아두고 금세 가게를 나가신다. 자혜씨 어머닌 “엄마(시어머니) 친군데 엄마는 15년 전에 돌아가시고 친구는 저렇게 정정하셔.”
태양수퍼는 할머니 때부터 가게를 해오다 보니 단골이 많다. 야채전길 중 가게 규모도 가장 크고 물건 종류도 다양하다. 물건도 손님도 많다 보니 몸이 고된 것은 당연하지만 자혜 씨는 가격을 외우는 것도 힘들다고 한다. 아버지가 물건을 떼어오면, 어머니가 그날 시세에 따라 가격을 정하는네 그날그날 달라지는 품목도 많아 가격을 다 외우기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한다.
“아직은 많이 서툴러. 여러 면에서 한창 배워야지. 일 배워서 가게 물려받으라고 했는데, 마트가 많이 생기고 인구는 줄고 예전만 못 해도, 그래도 직장생활 보다는 낫지. 곁에 있으니까 든든하니 좋아.” 정순옥 씨(60)는 열심히 일하는 자혜 씨가 고맙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고된 시장 일을 하는 것이 안쓰러운 표정이다.
모녀가 함께 일하는 태양수퍼는 북쪽 4문에서 들어오는 초입에 있다. 가게가 넓은 데다 두 방향으로 트여 있다 손님 많을 때는 모녀가 부지런히 뛰어다녀야 하는데 요즘은 어머니 다리가 불편해서, 대신 자혜 씨가 열심히 뛰어다닌다.
바쁘게 일하다 보면 싫은 소리도 듣고 마음 상할 일도 있을 법 한데 자혜 씨는 남편하고는 가끔 싸워도 결코 엄마하고는 싸우지 않는단다. “어른이 얘기하는 거니까 제가 이러쿵 저러쿵 하는 건 맞지 않는 것 같아요. 다 나 잘 되라고 하는 말이니까요. 어릴 때 속 많이 썩였는데 결혼하고 새끼 낳고 철들었지. 학교 다닐 때는 뭣 모르니까요.”
자혜 씨의 바람이다 “엄마 다리가 아파서 많이 불편해 하시는데 많이 쓰다 보니까 무릎 연골이 닳아서 그렇다고 하더라구요. 엄마, 아빠 건강하셨으면 좋겠고. 앞으로 시장도 발전했으면 좋겠어요. 마트보다 시장 인심이 더 좋으니까 시장에 많이 오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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