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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사-신문은 공짜가 아니랍니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을 독자와 비독자를 구분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지난 해 말 운영국 직원이 퇴사를 하고 새로운 직원을 구하는 두어 달 가량 경리 일까지 해야 했는데, 그때부터 그만 이런 버릇이 생겨버리고 만 것 같습니다. 아주 못된 버릇입니다. 그나저나 왜 이런 버릇이 생겼을까요?
미리 말씀드립니다만, 편집국에서 취임사를 써달라고 했을 때 저널리즘의 본질이니 정론직필이니 지역사회에서의 역할이니 그런 번듯한 주제가 어울리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런 주제들을 굳이 말과 글로 새삼 외칠 필요가 없더군요. 언론인은 기사로 보여주면 되기 때문입니다. 관청에서 뿌리는 홍보성 보도자료 일색인 신문도 정론직필을 외치는 세상에서 우리 신문까지 하나마나 한 소리를 보태고 싶은 생각은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찌질한 취임사를 써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아울러 못된 버릇이 생긴 이유도 찾아보고요.
제가 경리직을 겸임하면서 들은 말 중에 지금도 기억나는, 사실 좀 충격이었던 것은 “부안독립신문은 왜 그렇게 악착같이 신문 값을 받으려고 하느냐”였습니다. 이 질문에 선뜻 답을 하지 못하고 우물우물 한 것은 제 아둔함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어떻게 저런 질문이 가능할까 하는 의외성 때문이었습니다. 그 질문은, 적어도 제 귀에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식당 주인에게 “왜 그렇게 밥값을 악착같이 받으려고 하느냐”고 따지는 소리로 들렸습니다. 막상 그런 질문을 받으면 누구라도 어리둥절하지 않을까요?
요리사가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고 상을 차려내는 것이나, 기자가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고 편집을 하는 일은 고단한 노동이라는 점에서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러니 그 질문은 우리 기자들과 직원들에 대한 심각한 결례였던 셈입니다. 물론 다른 주간신문은 공짜로 배포하지 않느냐고 하실 분들도 있겠습니다만, 그렇다면 그 신문을 보시면 됩니다. 식당도 음식도 밥값도 천차만별이듯 신문도 자기 입맛에 맞는 것으로 골라 보면 될 뿐, 그 신문이 그러하니 우리 신문도 공짜로 배포하라는 것은 결례를 넘어 폭력입니다.
“내가 부안독립신문 주주인데 신문 값을 꼭 내야 하느냐”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반문하겠습니다. 삼성전자 주식을 사면 삼성TV와 세탁기를 공짜로 주느냐고요.
무슨무슨 단체, 무슨무슨 노조, 하는 기관들도 자신들의 행사소식을 실어달라거나, 이런 저런 불이익을 받고 있으니 보도해 달라거나, 시시때때로 부탁을 하면서도 끝내 신문은 구독하지 않습니다. 거기까지는 좋습니다. 역시 선택의 문제니까요. 그런데 담당기자에게 기사를 보내달라거나 신문사로 찾아와 달랑 한 부를 얻어가는 모습에서는 측은지심마저 생기더군요.
한 달 신문 값, 6000원입니다.
이와 대비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 90 넘은 어르신이 신문사에 오셔서 “부안독립신문이 진짜 촛불신문이여”라는 말로 시작해 한참동안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가신 적이 있습니다. “부안독립신문에 나는 기사는 조선일보에도 안 나와”라는 말씀을 덧붙이면서요. 굳이 신문값을 현금으로 들고 오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번거롭게 걸음하지 마시고 지로나 CMS로 내시라고 해도 기자들 얼굴도 볼 겸 일부러 왔다며 영수증을 끊는 그 2~3분 동안 저나 기자들의 동태(?)를 찬찬히 살펴보다 가십니다. 무료로 신문을 넣어드리는 경로당 중에 굳이 신문값을 내야한다며 찾아오시는 노인회장님도 계시고요. 참 고마운 분들입니다.
여기까지 쓰고 나니 왜 독자, 비독자를 구별하는 습관이 생겼는지 저로써도 정리가 좀 됩니다. 말하자면 직업병이었습니다. 너무 저급하다고 여기지는 마십시오. 사업하는 사람이 단골손님에게 고마운 건 인지상정 아닌가요?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부안독립신문이 과연 돈을 내고 볼 가치가 있는가? 비독자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은 아닌가? 이에 대한 판단은 신문 발행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일단 유보하겠습니다. 평가는 오로지 독자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대표이사라는 2년짜리 독배를 받아 든 이 순간, 제대로 된 신문, 제대로 된 기업으로 잘 키워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이런저런 고민 끝에 무엇보다 인터넷 기사의 유료화, 또는 독자전용 전환이 시급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독자를 늘리기 위해서 만은 아닙니다. 신문값을 꼬박꼬박 내고 보시는 독자와의 형평성 때문에라도 조만간 시행할 계획입니다. 실생활과 밀접한 기사를 발굴하고 독자들께 다양한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일도 속도를 낼 작정입니다. 일테면 상반기 중에 생활 줄광고를 런칭할 계획인데 독자에 한해 무료로 실어드리는 것도 한 방법이 되겠지요.
아무려나 한 달 신문값 6000원에 목을 매는 최악의 취임사가 되어 버렸습니다. 신문이 인쇄되고 나면 후회할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디 가서 말도 못하고 꽁꽁 숨기던 치부에 대해 미투(MeToo)를 한 것처럼 속은 후련합니다. 앞으로는 이런 찌질한 글 다시는 안 쓰겠습니다. 그리고 다들 하는 소리지만 온 마음을 담아 사족을 답니다. 정론직필 하겠습니다.

우병길 발행인  ibuan@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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