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정기의사 기념관의 비석. 비문의 내용에 출생지가 부안군 동진면 하장리로 되어있다.

제적부에 출생기록 명확하지 않아 혼란
국가보훈처 “근거 제시하면 정정 가능”

우리 고장에서 태어난 독립운동가 백정기 의사의 출생지가 논란이다. 국가보훈처와 주요 포털사이트 등 정읍으로 잘못 기재된 곳이 많아 이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시급해 보인다.
백정기(1896~1934) 의사는 부안군 동진면 하장리(현재 부안읍 신운리)에서 태어난 우리 고장의 인물이다. 아나키스트 계열 독립운동가로서 일본 요인 암살을 시도했고 활발한 항일 투쟁을 벌였다. 1933년 3월 상하이에서 일본요인과 친일파들의 연회를 습격하려다 사전에 발각되어 체포된 후 병으로 옥사했다. 백정기 의사는 1963년에 건국훈장 독립장에 추서됐다.
백정기 의사의 출생지 논란이 불거진 것은 3년 전인 2015년 1월 경 부안군의회 군의원들이 의회 일정으로 서울 효창공원을 방문하면서 시작됐다. 백정기 의사가 묻힌 삼의사묘를 참배하는 도중 안내판에 백정기 의사의 출생지가 부안이 아닌 정읍군 영원면으로 잘못 기재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후 공문을 보내 바로잡기를 요구했다. 하지만 삼의사묘의 비문 내용을 따라 안내판에도 출생지가 기록된 까닭에 쉽사리 정정될 수 없었다. 삼의사묘의 비문을 쓴 인물이 바로 백범 김구였기 때문이다.
3년여가 흐른 지난해 9월 부안군청은 ‘백정기 의사 바로알기 프로젝트’를 추진해 출생지가 잘못 기록되어 있는 기관, 포털사이트 등에 그동안 준비한 학계의 연구 결과와 지역의 향토 자료 등을 제시해 정정을 요구했다.
그 결과 백범 김구 선생의 명성에 꼼짝하지 않을 것 같았던 효창공원 삼의사묘 안내판의 백정기 의사 출생지가 정읍에서 부안으로 정정됐다. 또한 네이버 한국민족문화대백과, 두산백과, 다음 위키백과 등 상당수 기록이 고쳐졌다.
하지만 아직 국가보훈처와 주요 포털의 일부 블로그 등은 정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국가보훈처 홈페이지에서 검색하면 ‘이달의 독립운동가’와 ‘공훈록’ 등에는 여전히 백정기 의사의 출생지가 ‘정읍군 영원면 은선리’로 되어 있다.
국가보훈처 측에 따르면 독립운동가의 출생지 기록은 당시 제적부나 판결문, 범죄인명부, 감형통지서 등 역사적인 사료가 기준이 된다. 백정기의사 출생지는 나가사키 감옥에서 만들어진 감형통지서와 제적부를 근거로 기록되었는데 출생지가 모두 정읍군 영원면으로 되어 있다는 설명이다.
보훈처 관계자는 “부안군의 수정 요구가 있어 검토해봤지만 부안 출생 근거는 현재까지 백정기 선생의 친척 분의 구술 뿐이다”면서 “수정을 위해서는 (정읍 출생으로 보이는)제적부나 감형통지서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 자료 발굴이 먼저 되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백정기 의사의 잘못된 기록을 바로잡기 위해 도움을 주고 있는 임기태 군의원은 “많은 학술 연구서도 부안 출생이라고 하고, 백정기 의사 기념사업회도 인정하고 있다”며 ‘기가 막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임 의원은 이어 “일제가 제적부를 만들 때 그 이전 기록이 제대로 안 되었거나, (해방 이후) 일본식 기록을 옮기는 과정에 출생지가 누락이 되었나 보다”면서 “백씨 문중의 족보를 찾아보면 출생이 어딘지 확실하게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동안 백정기 의사 바로알기 프로젝트로 고군분투해 온 부안군청 이동희 학예사는 “소중한 부안의 인물인데 출생지 기록이 잘못 되어 있어 안타깝다”면서 “80% 정도는 정정이 되었는데, 아직 안 된 곳은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자료가 미비한 것은 추가로 찾아내서 확실한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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