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꽃과 함께 온다. 4월이면 꽃들이 다투어 피는데, 그 중에서도 벚꽃은 화사함에서 단연 앞선다. 최근에 각광을 받는 부안의 벚꽃 거리는 개암사 가는 길목이다. 이곳은 저수지를 따라 벚꽃이 피고, 흔들리는 물에 비친 사람들과 벚꽃이 마치 물속에서 한 몸 되어 노니는 것 같아 흥미롭다. 이곳 마을 주민들은 벚꽃 길을 민간주도의 축제로 발전시켜 주목을 받는다. 내변산 청림리 길가의 벚꽃도 볼만하다. 사람들이 별로 찾지 않으니 호젓한 느낌의 벚꽃을 볼 수 있어 좋다. 작년 4월에 위도에 갔다가 본 벚꽃과 동백, 산에 핀 진달래를 잊지 못한다. 올해도 위도의 벚꽃이 활짝 필 것으로 기대하는데, 띠뱃놀이 전수관 앞의 벚꽃은 그 화려함으로 마을까지도 아름답게 물들인다.
  삼거리나 사거리라는 지명이 붙으면 일단은 교통이 편리한 곳이니 사람들이 많이 거쳐 가는 곳이다. 마포삼거리 역시 격포나 도청·모항 사람들이 변산면사무소라도 가려면 이곳을 꼭 거쳐야 한다. 마포마을에서 유유동을 거치면 마동으로 넘어 갈 수 있고 이 긴 고개가 말재고개이다.
  이곳 변산의 마포 삼거리에서 벚꽃을 만나려 한다. 

1970년대까지 마포마을의 삼거리 양쪽 길가에는 벚나무가 잘 자라 봄철이면 상춘객으로 붐볐는데 지금은 모두 고사해버려 삭막하다.
-김형주의 『부안 땅이름 마을이름』에서

마포 삼거리는 벚나무로 해서 주변의 변산이나 격포 초등학교의 봄 소풍지로 이름이 났다. 이곳 벚꽃은 마을의 집과 돌담과 함께 아름다움을 뽐냈다. 여기에 마포의 정부자 집에는 소리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는데 이름을 대면 알만한 여성 소리꾼들도 여럿이 이 집에서 기식하면서 소리를 했다. 특히 벚꽃 피는 봄철에 주변 유력한 사람들을 불러놓고 잔치를 벌이면 소리꾼들의 소리는 가난한 동네 사람들의 귓가를 흔들었다.
 벚나무가 갑자기 사라진 것은 오래돼서 고사(枯死)하기도 했지만 도로를 넓히는 과정에서 베어졌다는 증언도 있다. 정부가 돈을 써서 길을 넓혀주고 포장도 해준다는데 한갓(?) 벚나무 몇 그루 때문에 반대할 명분이 당시에 있었을까. 항상 이런 일에는 ‘개발만이 살 길’이라고 주장하는 목소리 큰 사람들이 마을의 다양한 의견을 잠재우기 십상이다. 마포는 돌담도 아름다웠다는 얘기를 듣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아봤더니 아직도 돌담이 남아 있다. 돌담은 소박하고 자연스럽다. 그렇게 높지 않은 담장 위에는 꽃도 피어 있었다.
  벚꽃 사진은 마포의 조찬준 집 벽에 걸린 사진이다. 어린 조형과 박영근이 소달구지에 탄 것으로 1968년에 부라이언 배리의 사진이다. 이 사진은 부안문화원에서 펴낸 『살래여 살래야』라는 책자 속에도 들어 있다. 길옆의 돌담과 초가집이 어울려져 있고, 플래카드는 이곳을 지나는 사람을 겨냥해서 벚꽃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다.
 우리는 사라진 것에 대한 아쉬움을 추억한다. 때 늦은 후회도 한다. 지금도 주변의 옛것들은 자본의 논리에 쉼 없이 흔들리고 편리함 때문에 사라질 위기 앞에 위태롭게 서 있다. 마포삼거리 벚꽃이 사라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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