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 초밥집.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 값 싸게 팔아야 미덕인 시장에 비싼 초밥집이 아무래도 낯설다. 하지만 수산물이 유명한 시장이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동안 초밥집이 없었던 것이 의아스러워진다.
시장안(See場安) 초밥집은 값도 저렴하고, 그날그날 시장에 들어오는 싱싱한 횟감을 쓴다. 입소문도 나고 방송도 수차례 탔다. 거기다 사람 좋다는 사장님 내외의 깔끔한 솜씨가 맛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초밥집 사장님 내외가 티격태격 다툰다.
“날마다 싸워요. 한 달에 한 20일? 일이 바쁘다고, 성격 급해가지고.”
“뭔 20일씩이나. 바빠도 깔끔하게 해주는 것이 좋잖아요.”
“성질나면 저 사람이 숨 한번 쉬고 와요. 싸우면 자존심 싸움이잖아요. 남이 그렇게 하면 안 나올 건데. 같이 있으니까 안 싸울 일도 싸워요.”
“부부가 안 싸우면 정이 없는 거여. 싸워야 정 들어요.”
그새 아내 분은 배달을 챙겨 나간다.
“저 사람이 깔끔해요. 화분도 많이 키우는데 보면 마음이 편해져요. 집에 가면 어마어마 해요.”
인터뷰 중에도 다투는 모습을 보니 사장님 내외의 성격이 엿보인다. 일에 대한 고집도 있고, 솔직한 말투에 깔끔함이 묻어난다.
사장 김재훈(43) 씨는 지난해 4월 29일이 초밥집을 오픈한 날이라고 한다. 가게를 오픈하고 이틀 만에 마실축제가 열리면서 신고식을 톡톡히 치렀다.
“죽는 줄 알았어요. 마실축제 때 비가 오니까, 사람들이 전부 시장 안으로 들어오더라구요. 만드는 건 저 혼자 하니까. 매상을 보니까 하루에 초밥을 1800개를 만들었더라구요. 정신이 하나도 없고 어떻게 했는지 기억도 잘 안나요.”
김재훈 씨는 횟집에서 14년 간 일했다. 젊었을 때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무작정 제주도로 바람 쐬러 갔다고 한다. 우연히 작은 횟집에 들어갔는데 횟집 사장님이 바다에서 고기를 잡는 모습이 멋져 보였다고 한다. 그때부터 횟집 일을 시작했다.
“교차로 이런 데 알아봤는데 전남 순천에서 왔다고 하니까 다들 꺼리고 안 받아주더라구요. 그러다 ‘우도 동굴 횟집’ 사장님이 절 받아주셨어요. 섬세하게 잘 가르쳐 주시더라구요. 싸고 맛집이다 보니까 고생 많았지만 그만큼 배웠죠. 그런데 횟집에서 초밥은 기본으로 하거든요. 그때 초밥 만드는 것 다 배웠죠.”

김재훈 씨는 원래 고향이 전남 순천이다. 부안에 살고 있는 아내 분과 결혼하면서 부안 사람이 되었고 최근까지 시장 밖에서 횟집을 운영했다. 전부터 초밥집을 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시장 안에 좋은 자리가 생겨서 다 접고 시장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언제나 손님이 많은데 그래도 주말이 가장 바쁘다고 한다. 모듬초밥, 생선초밥, 연어초밥, 간장새우초밥을 많이 찾는다. 김재훈씨가 밝힌 맛의 비결은 신선한 재료를 첫번째로 꼽는다. 모듬에 들어가는 새우, 소라, 갑오징어만 냉동 재료이고 나머지는 모두 직접 손질한 재료를 쓴다. 냉동재료가 싫기도 하고, 시장에 신선한 횟감이 많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부안의 신동진 쌀과 초대리(밥 간) 맛이다. 신선한 재료에 밥이 잘 되어야 하고 거기에 초대리까지 삼박자가 맞아야 하는데 삼박자를 모두 맞추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삼박자를 잘 맞추는 모양이다. 멀리서 온 손님들이 물어물어 시장안 초밥집을 찾는다고 수산점을 운영하는 오경영 씨(58. 진호수산)가 귀뜸해준다.
“거기 손님 많아요. 하루에도 몇 명씩 텔레비전 보고 찾아와서 어디냐고 물어봐요. 회 싱싱한 걸로 초밥 만드니까 사람도 찾아오고 시장도 살아나고. 친구 왔을 때 두 번 가봤는데, 먹어보면 싱싱한 재료 쓰는 거 알죠. 손님이 초밥 찾으면, 배달도 해주니까 주문하기도 하고. 서로 상부상조하는 거죠. 사장님 사람이 참 좋아요. 친절하고.”
태양수퍼 젊은 주인은 초밥을 먹는 중에 뒤늦게 온 손님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가게에서 먹겠다며 주섬주섬 초밥을 챙겨 일어난다. “초밥을 좋아해서 자주 먹어요. 맛이 기가 막히니까요. 사장님이 솜씨가 좋으시니까. 부안 지역 다른 초밥집에서도 먹어봤는데 여기가 제일 유명해요.”
맛집으로 방송을 여러 번 타면서 멀리서 오는 손님이 많아졌지만 김재훈 씨는 앞으로도 많은 시도를 해보고 싶단다. 연신 칼질을 하면서 건네는 김재훈 씨의 말이다.
“시장 초밥이 얼마나 잘 하겠어? 이럴 수도 있잖아요. 저렴하면서도 잘한다. 그런 소리 듣고 싶어요. 물론 비싼 재료 쓰면 되겠지만, 가격대가 있기 때문에, 전통시장에는 싼 맛에 오는데, 그걸 살려야니까, 타 지역은 광어, 연어초밥이 15000~17000원 하는데, 우린 1만원 받잖아요. 회도 두툼하게 썰어 넣고요. 시장에서 싸게 공수해오니까 가능한 거죠.”.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