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과 함께 만드는 햇빛발전소

부안은 지금 알에서 깨어나고 있다. 정든 고향을 선조로부터 물려받았듯이, ‘대한민국 어디에도 핵폐기장 결사반대!’를 외치며 에너지 정책의 전환을 요구했던 생태도시 부안 주민들은 스스로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

2005년 10월 5일 마침내 부안성당, 원불교 부안교당, 생명평화 마중물 사무실 지붕에 각각 3kW의 햇빛 발전기를 설치하였다. 이제 상업발전을 시작했으니 원자력이나 석유,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발전이 아닌, 지속가능한 대안에너지로 전기를 공급하게 된다. 발전소 당 1년에 약 3,600kW의 전력을 생산할 것이다.

또 이에 따른 수익은 각각 260만원으로 세금 및 관리비를 제외한 순수익이 1년에 약 230만원에 이를 것이다. 이것을 계산해보면 설치비 회수기간은 10년이고 이자 수익률은 연간 4.89%가 된다.

물론 이 사업의 주인공은 정부도 지자체도 아닌 부안주민이다. 부안투쟁을 이끌어 오셨던 문규현 신부님, 김인경 교무님이 앞장서자 많은 주민들이 그 뒤를 따랐다. 외부에서의 도움도 있었다. 에너지 대안센터, 시민발전(유), 환경운동연합, LG 환경사랑카드, 한겨레신문사에서 후원을 보내왔다.

또한 이 사업은 무엇보다 부안투쟁을 하면서 “당신네들은 전기 안 쓰냐? 전기의 40%를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하고 있다, 그러니 핵폐기장이 어딘가에는 필요치 않느냐” 고 하였던 일부 언론과 핵 산업계에 당당히 그 대안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미 전 세계는 지속가능한 대안 에너지로의 전환을 기본으로 하는 중장기 에너지 정책의 로드 맵을 작성하고 있다. 그런데도 유독 우리나라만 에너지 과소비 국가의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오히려 원자력발전정책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그로 인해 1인당 전기 소비량은 국내총생산(GDP)이 2배가 넘는 일본, 영국, 독일을 추월하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에너지의 효율을 높여야 한다. 생산지와 소비지역의 지역간 불균형으로 수많은 전기가 송전 과정에서 사라지고 있듯 고효율 전기용품의 확대, 대기전력 방지 시스템 도입 등 에너지 과소비체제를 바꿔가는 것이 우선과제다. 지속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국민들에게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이 모든 사실을 알려 사회적 합의 속에서 진로를 모색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대안이 유일한 방법임을 전 세계가 이미 알려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여전히 핵발전소 확대와 핵폐기장 추진으로 전국의 수많은 지역주민들을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정부와 핵산업계는 여전히 밀실 속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안면도, 굴업도에 이은 부안에서의 교훈을 유독 이들만이 애써 눈 감고, 귀 막고, 입 다물고 모른 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젠 방법이 없다. 국민이 나서야 한다. 국민 스스로가 에너지 문제에 대한 관심 속에서 실천 가능한 대안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그 일을 얼마 전 부안이 앞장서서 시작했다. 세 곳의 태양광 발전을 시작으로 풍력, 바이오 메스 등 지속가능한 대안에너지를 이용하는 시민발전소를 연차적으로 건설할 계획에 있다. 물론 주인은 출자와 뜻을 함께 하는 여러분들이다.

꿈은 이루어진다! 혼자서 꾸는 꿈은 깨고 나면 그만이지만 여럿이 함께하면 현실이 된다. ‘생태도시 부안!’ 이제 막 첫걸음마를 시작하였다. 부안투쟁의 혼이 살아 숨 쉬는 한 행복한 지역 공동체 만들기는 주민의 힘과 정성 속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