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정치/행정 자치행정
첫 발 뗀 부안군 ‘예산학교’, 1박2일 워크숍이 전부···“기획력이 아쉽다”
   
▲ 지난해 11월 열린 주민참여예산위원회 회의 모습.

민간업체 위탁 맡겨 한 차례 워크숍 계획
서대문구, 1/5 비용으로도 여섯 차례 운영
수원시, 위원 기본 교육에 시민강좌도 병행
부안군 “계획이 세워졌으니까 우선 해보고”

부안군이 오는 4월 주민참여예산제의 핵심인 ‘예산학교’를 운영할 계획인 가운데 실속 없는 일회성 워크숍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부안군에서 열린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주민의 무관심과 사업발굴의 어려움, 행정 주도의 위원 선정 및 형식적인 심의 과정, 나눠먹기식 예산 편성 등 숱한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이에 주민의 관심과 참여를 높이고, 주민이 주도하는 주민참여예산제가 되기 위해 예산학교 운영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줄기차게 이어졌다.
이러한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인식한 듯 부안군은 주민참여예산제를 시작한 지 5년이 지난 올해부터 첫 예산학교를 운영할 계획이다. 지역 사회는 이러한 행정의 변화에 주민참여예산제가 본래의 취지대로 운영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것을 기대하며 반기는 모습이다. 하지만 부안군이 내놓은 예산학교 운영 계획은 주민의 기대와 사뭇 다르다는 평가다.
부안군에 따르면, 3월 중 위탁 업체 선정과 참여자 모집 등 준비를 끝내고 4월 초 예산학교를 운영할 예정이지만, 주요 내용을 보면 달랑 1박2일짜리 워크숍으로만 구성돼 있어 ‘학교’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단 한 번의 워크숍만으로 주민참여예산제에 대한 이해와 지역에 필요한 사업 발굴 능력, 예산 심의 능력 등 효과적인 교육이 이루어질지도 의문이다.
더구나 예산학교 참여자도 공개 모집이 아닌 각 읍면장 추천으로 30명을 모집할 예정이다. 이는 폭넓은 주민 참여의 문이 닫혀있다는 점에서 주민자치 활성화라는 본래의 취지를 살리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좋은예산센터 오관용 센터장은 “예산학교가 한 번으로 되는 것은 아니고, 1년 내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부안군이 워크숍으로 진행하겠다는 건데, 워크숍이 꼭 필요하다면 전체적인 (예산학교 교육) 프로그램 중에 하나로 짜여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산학교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수도권의 경우 주민참여예산 위원들을 대상으로 짜임새 있는 예산교육을 여러 차례 진행하고, 시민들을 대상으로도 지속적인 주민참여예산 교육을 병행하고 있었다.
서대문구는 주민참여예산의 위원 자격이 주어지는 기본 교육을 하루에 2시간씩 2회 진행하고, 위원으로 위촉된 이후에는 2시간씩 4회 심화교육을 받게 된다. 심화교육은 주민참여예산 위원들이 직접 사업제안을 해보고 이에 대한 현장평가, 발표 및 토론, 사업 우선순위 선정 등 실습 중심으로 치밀하게 짜여져 있다.
전문가들이 이상적인 예산학교 모델로 손꼽는 수원시 역시 주민참여예산 위원회 필수 이수과정으로 하루에 3시간씩 2회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별도 예산으로 운영하는 시민대학에 주민참여예산 강좌까지 개설해 위원과 일반 시민들을 위한 강의를 1,2학기로 나누어 각각 20강씩 진행하고 있다. 이와 비교하면 부안군의 일회성 예산학교 운영 계획은 ‘터무니 없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기획력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수원시나 서대문구는 자체 기획으로 운영하는 반면 부안군은 민간업체에 위탁을 맡길 예정이다. 문제는 부안군이 검토하고 있는 위탁업체 2~3 곳이 예산과 관련한 전문적인 교육기관이 아닌 선진지 견학 등 주로 공무원들 교육을 담당해온 업체라는 점이다.
실제로 부안군이 밝힌 예산학교 세부 일정을 살펴보면, 주민참여예산의 이해를 돕기 위한 특강과 사업제안 실습처럼 예산 관련 교육은 서너 시간에 불과했다. 대신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체조, 지역답사 등 불필요한 프로그램들로 짜여져 있어 굳이 1박2일 일정으로 진행해야 할 필요성도 찾아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자칫 야유회 성격의 행사로 변질될 우려도 커 보인다.
비용 면에서도 지나치게 비효율적이다. 수원시는 예산학교 운영에 교재비나 홍보비용을 제외하고 총 6시간(2일) 강의에 강사비만 100만원의 비용이 들었고, 서대문구는 서울시 강사료 책정기준에 따라 강사비만 총 12시간(6일) 강의에 210여만원 정도와 교재비만 일부 들어갔다고 각각 밝혔다. 이와 비교하면 부안군은 1천만원이라는 많은 비용을 식비, 숙박비, 교통비 등 불필요한 곳에 낭비하는 상황이다.
부안군이 실속 있게 예산학교를 기획한다면, 현재 예산만으로도 지속적인 운영이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또 인터넷을 통해 예산학교만 검색해 보아도 여러 지자체의 우수한 운영 사례들을 접할 수 있고, 프로그램 내용과 강사들의 명단도 쉽게 찾을 수 있는 까닭에 특별한 능력이 아니어도 짜임새 있는 예산학교 기획이 가능하다.
하지만 부안군은 이러한 노력 대신 행정 편의만을 택해 주민참여 예산학교에 대한 지역사회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비난을 자초한 셈이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부안군청 관계자는 “계획이 세워져 있으니까 우선 위탁도 해보고 내년에는 다른 방향도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좋은예산센터 오관용 센터장은 “민간위탁으로 할 경우 비용이 많이 드는데 부안군청의 기획력이 아쉽다”면서 “예산학교라는 큰 틀을 기획해야 하는데, 행정만으로 한계가 있다면 지역에 있는 단체들이나 연구회를 설립해 함께 기획해 가는 것이 가장 좋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일형 기자  ulisae@daum.net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일형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