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찾은 경희네횟집.

부안 전통시장에는 횟집이 10곳이다. 수산점에서 회를 떠 가면 상차림 비용만 내고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 1인당 5천원이고 회를 뜰 때 매운탕거리를 달라고 하면 인심 좋게 바지락, 미더덕을 넣어준다. 시장을 찾는 손님들에게 물어보면 저마다 자기 단골집이 제일이라고 추천하기도 하지만 맛은 다 비슷하다. 수산점에서 바로 회를 떠 오기 때문에 싱싱한 회 맛이 다를 수가 없고 매운탕거리도 똑같이 챙겨주니 그럴 만도 하다. 그중에서도 경희네 횟집은 매운탕이 진하고 시원하다는 소문이다. 덧붙여 단골손님들 말에 따르면 반찬이 입에 맞고, 친절한 주인이 인심도 넉넉하다고 한다.
일부러 점심시간을 피해 두시 반쯤 경희네횟집을 찾았다. 마침 정읍에서 오신 손님 여섯 분이 늦은 점심을 오래 드시고 계신다. 쭈꾸미 샤브샤브에 광어회에 반주를 진하게 곁들이고 있다.
정광일씨(정읍시 소성면. 71) “시장에 다닌 지 한 7년 됐는데 여기저기 다녀보다가 여기만 오는데, 다른 집에 비해 반찬이 괜찮고 입맛이 맞어. 조금만 더 주세요 하면 네 하고 친절하게 갖다 주고. 3월달 농사철 되면 바쁘잖여. 단합대회 겸 와가지고 먹고 그러요.”
함께 온 안상옥씨(76)도 “다른 계모임으로도 여러 번 오는데 여기 자주 와요. 단골 (수산점) 집이서 여기를 추천해줘서 오기 시작했는디 반찬이 깔끔허고.”
반찬은 숙주나물, 마늘쫑, 파나물무침, 봄동무침인데 보기에도 깔끔한 솜씨다. 맛을 보니 재료가 신선하고 간이 잘 맞다. 철에 따라 맞춰서 메뉴가 달라지지만 재료는 모두 좋은 것으로 쓴다고 한다.

경희네횟집 주인 박경희 씨.

주인아주머니가 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하지 4년이 됐다. 시장에 들어오기 전에는 다른 곳에서도 식당을 5년 했다. 특별히 잘 하는 것을 물었더니 주인아주머니는 손님들이 매운탕은 다 맛있다고 한단다.
“봄에는 쭈꾸미가 제철이니까 아무래도 샤브샤브가 좋고 곧 갑오징어, 도다리도 나와요. 도다리탕은 봄쑥을 넣어 지리(맑은 탕)로 끓이는데 맛이 좋죠. 된장 살짝 넣고, 무 넣고 끓이다가 도다리 넣고, 쑥 넣어 끓이면 시원해요. 그런데 가르쳐줘도 그 맛이 안 난다고 해요. 특별히 맛이 좋은 이유는 없어요. 시장에 싱싱한 물건이 많은데, 바로 사다하기 때문에 맛이 좋죠. 아무리 좋은 것도 죽은 것 가져다 하면 맛이 없잖아요.”
마침 가게에 다니러 오신 어머님께서 “고춧가루가 중요허지. 안 좋은 것 쓰면 못 먹것더라구.” 어머님 말씀에 생각난 듯 주인 아주머니는 양념을 좋은 것 쓰기 때문인 것 같다고 한다. “양념은 다 엄마가 농사 지은 걸 써요. 통깨, 참기름, 된장. 고추장은 사서 써요. 엄마가 된장은 잘 담그는데 고추장은 맛이 없어서.”
어머님은 멋쩍으신 듯 “왜, 고추장도 잘 담가요. 옛날식으로 장독에 소금 많이 넣으니까 짜서 그러지. 냉장고에 소금 덜 넣고 하면 달고 맛있지. 변할까봐 그러지. 고추장은 사는 게 맛나기는 해요.”
어머님께서 농사를 이것저것 짓는데 아주머니는 그냥 가져다 쓰기만 하면 된다고 웃는다. 아주머니의 솜씨에 어머님의 정성이 맛의 비결인가 보다.
어머님은 갈치탕이 맛있다고 추천하신다. 주안아주머니는 “갈치 시가가 비싸서 손님들에게 다른 것을 권하는데, 다른 것 드시고 갈치탕만 못하다 그러시더라구요. 가을 지나면 무가 맛이 좋아서 무만 넣어 끓여도 맛있어요. 봄에는 감자를 넣고, 여름에는 호박, 양파를 넣어 끓여야 맛이 좋죠.”
경희네횟집은 지난해 12월 ‘6시 내고향’ 부안 전통시장 맛집으로 방송을 탔다. 벽 한쪽에 사진이 걸려있는데 물메기탕(곰치)으로 촬영했던 모양이다. 물메기는 부안 사람들이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때가 제 철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술 좋아하시는 분들이 해장으로 좋아한다.

익산에서 온 우병옥씨 일행. 광어회, 숭어회로 반주를 들고 있다.

며칠 후 점심시간에 다시 경희네 횟집을 찾았다. 손님이 많다. 익산에서 온 우병옥씨(73) 일행은 부안 시장에 다닌 지 10년째인데 단골집이 문을 닫았다고 한다. 사돈께서 일러주셔서 처음 경희네횟집을 찾은 참이다.
“수산시장은 전라북도에서 부안만한 곳이 없지. 군산, 고창 가도 부안만 못해.” “서천도 가고 맛집 자주 다니는데 부안 시장이 괜찮아. 무료 주차장도 크고, 앞뒤로 주차할 데도 많고.” 광어, 숭어 1키로씩 회를 떠 네 분이 소주 두병 반주를 하다 보면 두런두런 농이 오간다. 그 즈음 매운탕이 되어 나오면 밥 배를 채운다. 일행 중 한 분이 매운탕 맛을 보더니 “여기 잘 하네. 다음에도 회 뜰 때 여기로 와야 겠네.”
점심시간에도 회 하나 떠서 탕을 먹는데 광어, 농어, 도미가 매운탕 감이 좋아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
네 명이 광어 1키로(3만원)를 떠오면 상차림비 1인당 5천원, 뼈매운탕 5천원. 공기밥 천 원씩 계산하면 5만9천 원짜리 점심이다. 직장인 점심값으로는 비쌀 듯 한데도 ‘시장 맛’을 아는 분들은 찾아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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