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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동아리-부안먹그림 연구회
   
 

문인화에서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 목련, 목단, 파초, 연꽃, 소나무, 포도를 십군자(十君子)라고 한다. 십군자처럼 각각의 삶의 모습과 기품을 지닌 사람들이 모였다. 주부, 도예가, 목사, 자영업자, 전직 교장·공직자, 30대 청년, 80대 어르신도 모두 먹그림이 좋아 붓을 잡았다. 9년 전부터 부안읍자치센터에서 운영하는 문인화반에서 정미숙(대한민국 국전 초대작가) 작가에게 먹그림을 배우며 묵향처럼 은은하게 이어진 인연이다. 바로 부안 먹그림 연구회다.
그동안 일주일에 한 번 진행하는 수업이 짧다는 아쉬움에 지난해 연구회를 만들었다. 문인화반 수업과 함께 공모전 출품 준비도 하면서 힘든 점이나 느낀 점을 나누는 시간도 갖고 1년에 2~3회 전시회 관람도 한다. 연말에는 회원들이 1년 동안 만든 작품을 읍사무소, 군청에서 전시회를 열어 많은 사람들이 문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강귀자 회원은 먹그림의 즐거움에 대해 자신이 며칠 전 경험에 대해 얘기한다. “밤에는 붓을 잡지 않는데 그날은 속상한 일이 있어서 우울하고 착잡했어요. 저도 모르게 붓이 잡아지더라구요. 남편이 보더니 밤에 무슨 그림 공부를 열심히 하느냐고 하더라구요. 집중해서 그림을 그리다 보니 차분해지면서 마음이 다스려진 것 같아요. 먹그림은 정화시키는 시간을 주는  것 같아요.”
임미정 회원은 “도예를 하는데 표현에도 도움이 되거든요. 저녁에도 꾸준히 연습을 하는데 보통 주부들은 저녁에 TV만 보잖아요. 하지만 저는 그 시간에 먹그림 연습을 꾸준히 하니까 삶이 풍요로워지는 느낌도 들어요. 제 삶을 깨끗하게 해주는 산소 같다고 할까요.”
또 붓과 먹물로 그림을 그리며 암을 이겨내고 있는 의지의 회원도 있고 가장 어른이신 이금옥씨는 붓과 먹물을 통해 사군자를 그리며 나이를 잊고 제2의 삶을 보람되게 가꾸고 있다.
처음 먹그림을 시작할 때는 붓 한 자루와 먹으로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다. 하지만 마음을 다스리는 공부도 하고 삶의 여유를 느끼는 즐거움에 취해 9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줄도 모른 채 묵묵히 먹그림을 배워왔다. 문인화반 수강생들 중 더러 공모전 수상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에는 하나 둘 초대작가가 되어 있었다.
초대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한 대회에서 꾸준히 입선 이상의 성과를 얻어 정해진 점수를 모두 채우면 초대작가가 된다. 대부분 학원에서 전문적으로 배워야 가능한 일이고 보통 10년 쯤 시간이 걸리는데 문인화반에는 벌써 여섯 명의 초대작가가 나왔다. 먹그림 연구회는 매년 여러 공모전에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데 지난해만 해도 대한민국서예대전, 전라북도 서예대전과 미술대전, 전국온고을미술대전, 전국매창 휘호대전 등에서 28명이 우수상, 특선, 입선의 수상성적을 냈다.
부안 먹그림 연구회의 성과에 대해 김영자 회장은 학생과 선생님의 열정이 이루어 낸 성과라고 말한다. “너무 좋으신 선생님을 만나서, 이렇게 열정적으로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 없어요. 선생님 실력뿐만 아니라 학생들보다 앞서는 열정, 그 덕분에 우리 실력도 커나가는 것 같아요.”
뛰어난 선생님의 지도를 받을 수 있고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먹그림 연구회는 가입 조건이 까다롭다. 물론 문인화에 관심 있는 분은 누구나 강좌를 수강할 수 있지만, 어느 정도 기본기를 익히고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능력이 되어야만 연구회에 가입할 수 있다. 더구나 정원을 두고 있기 때문에 빈자리가 있어야 들어올 수 있는데 연구회에 대한 회원들의 애정이 대단하다 보니 기존 회원이 나가는 행운(?)을 잡기란 쉽지 않다. 예비 회원으로 상당 기간 대기해야 한다. 하지만 예비회원이라도 먹그림에 대한 열정과 함께 연구회 활동에 성실하다면 정회원과 다를 바는 없다고 한다. 참고로 부안군의회 오세웅 의장님도 예비회원으로서 상당기간 설움(?)을 겪고 나서야 올해 정회원이 되었다고 한다.
회원들은 지난해부터 부안군이 시작한 지역 동호회 지원사업이 반가웠다고 한다. 적은 금액이나마 지원되면서 먹그림 연구회 조직력이 더욱 탄탄해졌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지역사회의 관심과 행정의 지원이 많아져서 많은 분들이 함께 즐기고 성취감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회원들의 바람을 여적(그림을 다 그리고 남음 먹물)으로 전한다.

이일형 기자  ulis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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