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이란 전쟁이다. 고로 합의로 통한다.'
여기 잘나가는 변호사가 있습니다. 잰을 주축으로 한 이 팀은 일명 '먹이를 구하는 하이에나'라 취급받는 상해 사건 소송 전문 변호사들이지요.
구석엔 배심원이 한가득 앉아있고 좌우로 변호사들이 한데 뭉쳐있고 가운데 판사가 자릴 잡고 있으면 잠시 후, 잰은 자기 몸도 의지 못하는 젊은 남자를 태운 휠체어를 밀고 들어옵니다. 그리고 정성스레 단추를 풀어주고 불편한 곳은 없는지 봐주는, 양심과 신념에 목숨 건 표정을 하고 서있어요. 그러면 배심원들의 얼굴은 동정심에 일그러지고 상대 병원 측 변호인들은 부랴부랴 메모지에 숫자를 씁니다.
120만 달러? 잰은 고개를 젓습니다. 150만 달러? 여전히 만족할 수 없죠. 200만 달러? 마침내 눈을 지긋이 감습니다. 그러면 상대 변호인은 땀을 훔치고선 '원고의 합의서에 동의하는 바입니다'를 외칩니다. 이것이 바로 ‘시빌액션’입니다.

잰과 캐빈, 빌, 그리고 재정을 담당하는 고든까지. 이들은 판결까지 가 승소를 따내는 변호사가 아닌 어느 정도 선에서 합의를 본 후 무리 없이 이익을 챙기는 팀입니다. 이런 그들 앞에 어마어마한 ‘건수’가 생겨요. 작은 도시 워번에서 집단으로 아이들이 백혈병에 사망한 것인데 그 배경엔 거대한 대기업 두 곳이 관련돼 있는 겁니다. 이들은 잘만 풀리면 수천만 달러의 합의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죠.
이제 이 영세한 소규모 변호팀은 고든의 말을 빌어 한마디로 '워번에 돈을 바가지로 퍼다붓는' 소송을 시작합니다. 상대 입에서 '합의'란 말이 나오도록 듣도 보도 못한 지질학팀과 장비, 게다가 의료 조사단까지! 수백만 달러의 돈을 쏟아 붓습니다. 그런 그들의 공헌(?)에 화학약품과 독성폐기물을 매립했다는 증거와 증인까지 확보하기에 이릅니다.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결국 양측 변호인들은 협상테이블에 앉게 돼요. 그들이 암묵적으로 동의한 액수는 2천 5백만 달러입니다. 이 돈이면 워번 주민들의 보상은 물론이거니와 은행에 대출받아 바가지로 퍼부은 돈까지도 다 상환하거니와 밀린 청구서를 말끔히 결제하고 그들의 노고를 충분히 보상할 액수가 떨어진다는 계산이 선 재정담당 고든은 한숨을 돌립니다.
"현찰 2천 5백만 달러…와 그리고 다신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연구소창립비용 2천5백만 달러, 각 가정에 30년 동안 150만 달러의 금액을~" 잰의 말에 동료들은 마치 뒤통수 맞은 듯한 표정을 해가지고 잰을 바라보고 고든은 안색이 창백해집니다

시내 안 작게 자리 잡은 이 팀이 어떻게 대기업 변호인들에 맞서 판결까지 끌어내는지, 그리고 어떤 판결을 얻어낼 것인지 영화는 실화를 안고 있지만 퍽이나 재치 있고 유머러스하게, 또한 감동을 배제한 리얼리티를 유지해가며 관객들의 시선을 잡고 있습니다. 거기에 배우들까지 한 몫을 하니 존 트라볼타를 비롯해 윌리암H.메이시와 토니샬호브, 또한 로버트 듀발까지 화려한 연기를 감상할 수 있지요. 진지한 이야기를 아주 유쾌하고 가볍게 풀어내고 있는 이 작품을 끝으로 저의 부족한 연재를 마칩니다. 좀 더 많은 이야기와 좋은 작품들을 풀어내지 못하고 매듭지어 아쉬운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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