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백지화는 기정 사실

이해찬 국무총리 귀국을 계기로 원자력위원회의 개최일정과 논의내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해찬 국무총리는 21일 5박 6일간의 유럽방문을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원자력위원회는 국무총리 소속의 원자력 이용에 대한 심의 의결기관으로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고 위원은 과학기술부장관·산업자원부장관·재정경제부장관·기획예산처장관 등 당연직위원과 그밖에 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 하는 위원 등이 참여한다.
이해찬 국무총리를 포함한 당·정·청의 주요 관계자들은 지난 10월 7일 총리관저에서 있었던 협의 자리에서 “위도는 중·저준위 핵폐기장 적지가 아니며 중·저준위 시설은 내륙에 지어야 한다”는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또한 “중·저준위 시설과 고준위 시설을 분리 처리하는 의견까지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의결과는 사실상 정부방침으로 해석돼 공식 의결을 거칠 원자력위원회의 개최 시기에 관심이 집중됐었다.
통상적인 관례로 보면 총리공관에서 있었던 회의는 내용적으로 의사결정 과정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따라서 10월 25일을 전후해 원자력위원회가 열릴 것이라는 예측이 설득력을 얻었다. 실제 이해찬 국무총리는 총리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유럽순방을 마치고 오는 대로 원자력위원회를 열겠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총리관저 회동 이후 부안 핵폐기장 문제 및 원전 정책 전반에 관한 논의의 진척이 답보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총리관저 협의를 통해 사실상 결론이 난 상황에서 공식의결 절차가 미뤄지고 있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이처럼 회의 일정과 내용이 유동적인 이유는 시민사회단체와의 협의과정과 정부 부처간 이견 조정이 쉽게 풀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주된 이유다. 특히 시민사회단체와의 협의과정이 순탄치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시민단체와 대화는 하고 있는데 간극은 좁혀지지 않는다”고 말해 시민단체와의 협의과정이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확인했다. 산자부 관계자도 “협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바뀐 상황은 없다”고 말해 비슷한 상황인식을 드러냈다.
구체적으로 국무총리실이 주도하면서 원자력위원회를 통해 부안 및 원전관련 정책전반을 풀어가려는 정부입장과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모든 걸 논의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입장이 맞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문제 또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시민단체와 정부는 중·저준위와 고준위를 분리하는 문제에서도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다. 정부는 중·저준위와 고준위를 분리해서 추진하자는 반면에 시민단체는 통합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핵국민행동 등 시민단체는 부안 문제 뿐 아니라 핵폐기장 건설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의 문제를 함께 고려해서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해 일괄적으로 해결하는 방향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 문제 및 중·저준위와 고준위 분리와는 별개로 부안 핵폐기장 백지화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이다. 현재 정부의 방침 자체가 그동안의 절차와 과정을 백지화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총리공관에서 중·저준위와 고준위를 분리 추진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 것은 새로운 방침이 결정된다는 의미다”라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핵폐기장 및 원전관련 주무부서인 산자부 관계자 역시 “새로운 대안을 검토 하고 있으며 종합적인 보고를 할 것”이라고 말해 이를 재확인했다. 한편 핵폐기물 처리문제 및 원전정책과 관련해 다음 달 8일쯤 정부에서 입장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정부발표문에 시민단체와의 입장차이가 어떤 식으로 담길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영주 기자 leekey@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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