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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까지 몰아간 간호사 태움, 근본원인은 인력부족
  • 김현영 전주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 승인 2018.03.0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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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시작하며 Big5라 불리는 병원에 취업하여 간호사로서 꿈을 펼쳐보기도 전에 죽음을 선택한 후배 간호사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미안함을 전하며, 모든 아픔을 뒤로하고 편히 잠들기를 기원합니다.

지난 설연휴에 입사한 지 6개월된 신규간호사가 극심한 ‘태움’을 견디다 못해 자살했다는 소식은 의료계에 큰 충격을 던져주었다. 신규간호사는 근무하게 될 부서에 배치된 후에 4~8주의 교육을 받게 되는데, 교육 기간임을 고려하여 인력이 추가배치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교육을 주는 간호사(프리셉터)는 자신의 일을 다하면서 신규간호사를 교육해야 한다. 이러한 교육 방식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우선 중환자실의 경우 선진국은 간호사 1인당 중환자 1명을 담당하거나, 중증도가 매우 높은 환자의 경우는 간호사 2명이 1명의 환자를 담당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Big5라 불리는 병원의 중환자실에서도 간호사 1인당 2-3명을 돌보고 있다. 밥먹는 것은 고사하고 화장실조차 가지 못하면서 일할 때가 많은데, 이런 상황에서 신규간호사에게 시범을 보이고 절차를 설명하고 모르는 것은 알려주고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가며 교육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바쁜 자신의 업무를 방해하는 신규간호사에게 친절한 교육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구조이다. 교육을 주는 프리셉터 간호사, 교육을 받아야 하는 신규간호사, 그리고 간호를 받는 환자 모두 희생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선배간호사의 업무를 방해하면서 간호업무를 배워야 하는 신규간호사는 죄인이 되는 느낌을 가질 수 밖에 없으며, 신규간호사의 사직률이 35%에 이르는 상황을 넘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아픔에 직면하게 되었다.

필자는 big5 병원 중 한 병원에서 17년 넘게 간호사 생활을 하고 이직한 후 10여년의 세월이 더 흘렀지만, 지금도 스트레스가 심할 때는 어김없이 간호사 시절 꿈을 꾼다. 간호사는 3교대 근무를 하므로 다음 번 근무 간호사에게 일을 넘기지 않기 위해 내가 맡은 업무를 완료해 놓아야 하는데, 다음 번 근무 간호사가 출근할 때까지 일을 다하지 못해 허둥대는 그런 꿈이다. 그 당시만 해도 생명을 다투는 응급환자가 있을 때는 다른 환자에게 ‘저쪽에 중환자가 있어서 그래요. 제가 집에 가기 전에 꼭 해드리고 갈께요.’라고 하면 그나마 이해를 해주던 시절이었다. 친절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오늘 집에 갈 때 밤길 조심하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지만, 지금보다는 인간미가 있던 시절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노동조합을 통해 직장 내의 어려운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할 수도 있었다. 지금은 눈에 보이는 곳에서 다른 환자가 응급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어도 잠시도 기다려주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병원의 규모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간호사 1명이 12~50명까지 돌보아가면서 그리고 새로운 의료기술에 따른 전문성, 숙련성, 친절, 신속성을 모두 갖출 것을 요구받는 상황에서, 느긋하고 친절하게 신규간호사를 교육해줄 수 있는 간호사는 그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홍길동의 분신술을 간호사에게 알려주거나, 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

첫째, 현실에 맞는 적정 간호사 수에 대한 법제도 마련 및 적용이다. 우리나라 의료법에 의료기관에 필요한 간호사 수를 제시하고 있지만 1962에 시행규칙으로 제시된 ‘1일 평균 입원 환자 5인대 간호사 2인’ 기준이 어떠한 변화도 없이 2018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지키지 않아도 그만인 법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간호사 1인당 평균 환자수는 43.6명으로 미국 5.3명의 8배에 달한다. 둘째, 노동조건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병원의 간호사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간호대학 수를 늘렸지만, 연구에 따르면 70%의 병원은 인력수준이 변화하지 않았고 10% 가량은 오히려 인력수준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간호사 면허를 가진 사람을 늘릴 것이 아니라 숙련된 간호사들이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셋째, 신규간호사의 교육 시스템 보완이 이루어져야 한다. 일본에서는 2010년부터 새로 졸업한 신규간호인력에게 졸업 후 임상훈련 제공을 의무화하고 정부가 훈련 비용을 부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을 바탕으로 교육기간 동안의 과도한 업무 부담이 신규간호사에 대한 태움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한다. 넷째, 개인 및 부서의 고충을 병원과 협의할 수 있는 창구로서, 또 노동자와 환자의 안전을 지키는 보루로서 노동조합 활동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의 관심이 절실하다. 현재 청와대에 간호사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 것을 청원하는 서명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3월 20일까지 이십만명 이상의 서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참여를 부탁드린다.

김현영 전주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ibuan@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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