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수산에 나온 쭈꾸미 1kg에 2만5천원이다.

설 명절이 지나고 한동안 전통시장에 발길이 뜸하다. 3월 2일 보름이다 보니, 채소가게에 취나물, 머위대, 토란대, 고구마순, 무말랭이, 아주까리, 호박고지, 시래기, 가지나물이 나왔다. 오곡밥에 쓰일 밤, 호두, 대추, 은행도 제수용품점에서 눈에 띈다. 찰밥 쪄서 먹던 보름 나물 맛도 옛 놀이도 가물가물 떠오른다.

“둘이서 먹는데 찰밥이나 쪄 먹고 너물이나 무쳐 먹어야지. 버섯 깨갈이탕 해 먹고.” 시장에 마실 나온 이영애(부안읍. 78) 할머니는 보름 음식 장만은 간단하게 말씀하시고는 옛 보름 얘기가 술술 이어진다.

문화상회에서 보름 이야기를 재밌게 들려주신 이영애 씨(오른쪽).

옛날에는 장독대에 찰밥, 나물, 조기를 채반에 담아 제사를 지냈다. 보름이면 얻어먹으러 오는 사람도 많았는데 들고 온 조리에다 넣어주었단다. 있는 집 사람들도 아홉집에서 먹어야 좋다고, 얻어먹으러 다녔다. 일부러 조금씩 아홉 번을 먹었다고. “내 더우 하면 대답을 안 혀야혀.” 두부를 먼저 집어 먹으면 부스럼 안 생기고, 김을 먼저 싸 먹으면 복을 다 싸먹는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김 가게에는 손님이 조금 늘었다. 가게 안에는 마침 김을 구우러 오신 할머니 두 분이 큼직한 비닐 봉지를 챙기신다. “보름인 게 찰밥 싸 먹어야지. 전부터 시할매가 제상에 꼭 막걸리하고 김을 놔야한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나도 꼭 김을 놓는디. 그전엔 김이 귀했는가?” 격포에서 오신 구이쁜(84) 할머니는 “나 이제 맹년에 올텐게” 대길조미료 젊은 주인에게 인사를 건네고 가게를 나가신다. 김 두 톳을 구워 가신다.

상서상회에서 할머니 한분이 보름나물을 고르고 있다.

7~8년 전까지 보름장도 제법 큰 장이었다고 한다. 설 대목 지나고 사람이 뚝 끊겼다가 보름장부터 시장이 활기를 되찾았다던데 요즘은 그저 옛말이다. 보름에는 조상님께 제사 지내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지만 요즘은 찾아보기 힘들다.

“보름장이 큰 장이었는데 요즘은 워낙 젊은 사람들이 안하니까.” 태양수퍼 주인아저씨는 아쉽다는 듯 보름 나물을 잔뜩 준비해 두고도 봄동, 냉이 가격까지 일러주신다. 냉이는 한 근, 봄동은 세 개에 5천원이다.

“배추 대용으로 봄동을 먹는데 꼬숩지. 냉이는 무쳐 먹고 봄동은 겉절이로 먹고. 봄동도 3월 초면 다 들어가버려. 쑥도 곧 나오는데 광주는 벌써 나왔어. 쭈꾸미 철인데 샤브샤브 할 때 쑥을 넣어 먹으니까.” 아저씨는 봄소식을 전한다.

자연식품 주인 아주머니는 “우리는 햇취나물을 꼭 데쳐서 먹는데 된장, 고추장 넣고 갖은 양념 넣고 무쳐서 먹으면 맛있어요. 냉이도 쭈꾸미랑 샤브샤브 하면 딱 먹을 때에요”라고 일러주신다.

수산점에는 봄이라고 간재미, 쭈꾸미가 나왔다. 간재미는 한 마리에 1만원에서 1만5천원 선이다. 장안수산 주인은 “간재미는 홍어 사촌인데, 회 무침, 사시미, 쪄서 먹고, 탕도 먹고 저건 암케나 먹어. 말려서 찢어도 먹고.”

대신수산에 정읍시 칠보면에서 네 분이 오셨다. 보름날 마을회관에서 쓸 장을 보러 오셨는데 쭈꾸미를 두고 잠시 실랑이를 벌인다. 아저씨 한분은 “얼마 안 되면 산 놈을 사”라고 성화신데 나머지 아주머니들은 죽은 놈을 고르신 모양이다.

쭈꾸미는 1키로(12~13마리)에 산놈이 2만5천원, 죽은 놈이 1만5천원에서 1만7천원이다. 대신수산 주인 말에 따르면 3월 중순에서 4월까지 제철인데, 3월에는 알은 안차도 다리가 연하고, 4월에는 알이 차지만 다리는 질기고 그 차이란다.

정읍 칠보면에서 온 박연순 씨가 쭈꾸미를 들어 보이고 있다.

박연순(칠보면 흥이마을)씨는 부안 전통시장에 오는데 30분 걸린단다. “광어, 쭈꾸미는 여기가 싸고 싱싱하니까 여기서 사고. 소고기나 다른 건 정읍에서 사지.” 쭈꾸미를 들고 포즈도 취해주신다.

결국 아주머니들은 죽은 놈 4키로5백을 저울에 재고 6만5천원에 사셨다. 서운하신가 싶어 아저씨께 여쭈었더니 “내 묵을 껀 산 놈으로 따로 1키로 샀어. 가을에는 3만원씩 하더니 많이 내렸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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