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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에 오면 팥죽 한 그릇은 꼭!
동진팥죽 주인아주머니가 단팥죽을 담고 있다.

동짓날 액운을 쫓고, 한 살 더 먹기 위해 먹던 팥죽이 언제부터인가 겨울철 별미다. 날이 춥다 싶으면 출출한 뱃속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음식 생각이 당연한 일이지만 탕 종류 음식도 많은데 하필 팥죽이다. 그런 날이 있다. 엄마의 손맛 중에서도 달달한 맛이 그리운 날. 동짓날 온 식구가 둘러앉아 팥죽을 후후 불며 먹던 따뜻한 기억이 그리운 까닭인 것 같다.

풍남팥죽.

부안의 전통시장에는 팥죽집이 여덟 곳이나 된다. 주산팥죽, 전주분식, 동진팥죽, 향교분식, 대우분식, 일남분식, 부안분식, 풍남팥죽 모두 맛도 좋고 가격도 싸다는 입소문이 났다.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시장에 들리면 맛있는 팥죽집이 어디냐 묻는 일도 몇 해 전부터 부쩍 늘었다고 한다. 부안이 사람은 많이 줄었지만 먼 곳에서 입소문 듣고, 옛 맛을 기억하고 오는 손님들은 점점 늘어 시장 상인들은 반가웁다.

전주분식 아주머니가 팥죽 맛을 보고 있다. copy


“부안은 어릴 때부터 유별나게 팥죽을 많이 드셨나 보더라구요. 예전부터 드셔서 그런지 지금도 팥죽을 좋아하시는 분이 많아요. 부안이 팥이 많이 나거든요. 어머님들이 농사 지어 놓으신 것 미리 사놓아요. 상인회에서 받은 인증현판이 있는 집은 다 100% 국산팥이에요.”올해로 20년 된 전주분식(이미숙. 58)은 점심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가게 안에 손님이 끊이질 않는다. 어디로 가는 것인지 포장 용기에 담아 놓은 팥죽, 팥칼국수는 한 숨 식히고 있다.

향교분식.


“인천, 서울 같은데 보다 여기가 훨씬 맛있다고 합니다. 그쪽에서는 쌀을 불려서 하는데 여기는 찹쌀을 새알로 빚어서 하니까. 가격도 싸고, 맛도 좋고. 엄마들이 백반집에서 비싼 거 먹는 것 보다. 5천원짜리 먹고 돈 모아서 귀경도 가고 혼인계도 타고 그런 모임을 많이 해요. 우리 집은 오젓을 드립니다. 제가 집에서 직접 만들었는데 하나도 안 짜고 꼬숩습니다. 많이 오세요.” 향교분식 주인 아주머니는 여기 저기 사진도 찍으라며 가게 홍보에 열심이시다.

설 연휴 마지막 날 오후 2시에도 주산 팥죽에는 손님이 많다

주산팥죽 서정덕 씨는(57) “옛날에는 한 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어요. 배달도 있고 하면. 요즘은 손님이 별루 없어요. 사람이 없다 보니. 그믐날처럼 평소에도 시장에 사람 많으면 즐거운 비명이겠죠. 그래도 어렸을 때부터 먹던 입맛으로 한 번씩 생각이 나니까요.”
풍남팥죽 김재순 씨(61) “넘의 일 다니다가 시작했는데 한 5년 됐어요. 손님들도 다 맛있다고 하고, 외지에서 포장 많이 해가요. 점심 때 잠깐이지만 새참 때도 손님이 좀 있고. 저녁에는 주로 보리밥 먹으러 오셔요. 보리밥은 나물 같은 것 준비해서 비벼 먹고.”
손님들은 저마다 자기 단골집이 제일 맛있다고 한다.

상인회가 100% 국산 팥을 인증하는 현판.

향교분식에서 만난 추삼옥 씨(부안읍.60대)는 “한 달에 한 번씩 친목계 모임을 팥죽집에서 해요. 이집이 제일 잘 되요. 값도 오천원이면 싸고. 팥 소화 잘 되고 혈액순환도 잘 되고 신장, 간에도 좋고. 열한 시에 모여서 팥죽 먹고 얘기 나누고 놀다 해떨어지면 들어가요.”
박순자 씨(부안읍.63)는 “(주산분식) 여기가 맛이 제일 좋아요. 애들도 같이 자주 오는데 팥죽을 좋아하니까. 엄마들 음식 한 번씩 생각나잖아요. 배달도 시키고 포장도 해가고. 20년 단골인데 처음 보다 1000~2000원 밖에 오르지 않았아요. 양도 많아서 남겨요.”
임점순 씨(부안읍. 72) “촌이고 그러니까 옛날부터 많이 해먹었지. 지금도 동짓날에 딸네가 오면 팥 냄새라도 풍겨야지 안 그러면 사위들이 서운한가 보더라고. 옛날에 한번은 포천 사는 딸이 친구들이랑 왔길래 동진팥죽에서 시켜 먹었는데, 지금도 친구들이 얘기한다고 하더라고.”
부안 전통시장 팥죽 여덟 곳은 가격이 단팥죽(팥칼국수) 5000원, 팥죽(새알심) 6000원으로 똑같고 반찬은 김치, 물김치, 나물 종류도 대체로 비슷하다. 팥죽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칼국수나 보리밥을 함께 파는 것도 마찬가지. 점심 때가 지나 한가한 시간에 단팥죽 한 그릇. 속은 따숩고 어르신들 말씀이 정겹다.

이일형 기자  ulis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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