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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일주일 앞두고 생선점은 ‘북적북적’

설을 일주일 앞두고 생선점이 대목이다. 한 생선점 앞은 사람들이 일렬로 늘어섰다. 소문에 따르면 이 집 주인이 전통시장 ‘홍어 기술자’라는데 그래도 홍어 손질에 30분은 걸린다고 한다. 손님은 그렇게까지 안 걸린다며 재촉이다. 또 다른 손님은 1시간도 넘게 기다렸다며 다리 아파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이런 때는 아르바이트라도 써서 후딱후딱 해서 보내버려야지” 결국 한 손님의 핀잔이다.

홍어 손질하고, 동태 손질하고, 흥정하고 사람이 셋인데도 생선점은 십수명이 기다린다. 어떤 손님은 물건만 말해놓고 다른 장을 보러간다.

행안면에서 온 이정순(85) 할머니는 “홍어는 차례상에도 올리고, 무침은 손님 대접하려고 사는데 아무래도 포 뜨는데 시간이 걸리니 어쩔 수 없지”하고 체념어린 말투다. 이정선 할머니는 이어 “큰 집이라 한 사흘은 장을 봐. 앞서서는 안 썩는 것 사고, 뽀작 때는(가까워지면) 과일이나 생물을 사고.” 큰집 장보기 요령이다.

다른 생선점도 마찬가지다. 어떤 곳은 오후 세시에 늦은 점심을 먹는다. 좌대에 걸터앉아 급하게 드시길래 손님이 많아 이제 드시나 했더니 아저씨는 “손님 없어요. 허허.” 식사를 챙겨주던 아주머니는 “바쁜 때는 늦게 먹고 그러잖으면 시간 찾아 먹고.” 별스런 일도 아니라는 투다. “난, 날일꾼이요. 그래야 밥 주니까. 대목이라 나왔지. 난 심부름이나 허니께 저 사람에게 물어봐야 알지.” 아주머니는 날이 추운 탓인지 대목이라기에는 손님이 없다고 한다. “명절 때니까 비싼가 보다 하는데 똑같이 팔아요. 물어보는 손님이야 많은데 다 사가면야….” 생선점도 간간히 손님이 끊긴다.

어딜 가나 값 나가는 것이 눈에 든다. 홍어 8만원, 참조기 1만원이다. 오징어 7천원, 엿거리(조기 스무 마리)는 8만원에 혀를 내두르다가도 기어이 사가는 손님도 있다. 망설이는 눈치면 상인들이 흥정을 건넨다. “이 정도는 돼야 쓸만하지” 정 아니다 싶으면 수입산이나 작은 것을 권하기도 한다.

손수레를 끌고 온 한 손님은 중국산 조기를 샀다며 푸념이다. “국산은 비싸서.. 고관대작이나 이병철이나 먹을까? 중국산은 냄새나서 그냥은 못 먹어. 미원 같은 것 넣고 요리해서 먹어야지.”

대목에 전통시장을 찾아온 사람들은 많지만 이래 저래 흥정이 길어지다 보니 생선점 주인들은 생물 사다 놓으면 다 얼어버린다고 혀를 찬다. “아구, 고등어, 생태도 떼어다 놓으면 동태돼요.” 그나마 날이 풀렸다는데, 상인들은 추운 날씨가 야속하다.

한칸 짜리 한복집에는 할머니들이 오붓하게 들어앉아 전기난로를 쬔다. “아무 것도 안 혀. 작은 집이라 헐 것이 없지.” “나댕기다 미끄지면 어쩌려고? 나이도 많고 사러 다니지도 못 허고.” “그래도 뭣을 좀 허긴 혀야지. 그냥 떡 좀 허고, 부치는 것이나 좀 부쳐야지.” 아무 것도 안 하신다면서도 설 채비가 술술 이어진다.

“손주들 용돈도 층층식으로 줘야지. 대학교, 고등학교... 유치원 다니는 손녀는 오천원 줬더니 할머니 나는 시퍼렇지가 않어 잘못 줬어. 이러더라니까.” “지들 부모가 주는 것 보다 더 들어가” 아무래도 할머니들은 손주 안을 채비가 무엇 보다 중요한가 보다.

제수용품점은 사나흘 전, 수산물(횟집)은 명절 날이 대목이다. 그래도 간간히 둘러보러 온 손님들이 값을 묻기도, 회를 떠 가기도 한다.

“참숭어 뜨는데 제철이에요. 수족관에 오래 들어 있으면 맛이 없는데 대목 때는 소모가 빠르니까. 차례 지낼 것 한번 둘러보려구요. 원래 안식구가 장 보는데 어디 가서 장볼 것이나 생선, 덕자(병어) 같은 것은 제가 봐요.” 전주에서 왔다는 손님은 수산점 주인에게 조기는 어디서 사야느냐 이것저것 덤으로 묻고 간다.

수산점 주인은 자신 있게 말한다. “정읍, 전주, 익산, 김제에서도 많이 와요. 여기서 먹던 사람은 딴 데서 못 먹겠다고 하더라구요.” 수산점은 명절 날이 대목이다 보니 온 명절 세러 온 아들, 딸도 모두 나와 거들어야 한단다. 주인은 자식들에게 용돈을 받기도하지만 그래도 알바비는 톡톡히 챙겨준다며 웃는다.

이일형 기자  ulisa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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