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절’과 ‘일체’의 차이

요새도 찾아보면 그런 대폿집이 있을 겁니다만, 얼마 전 한적한 시골을 지나다가 십수년은 되었음직한 유리창에 적힌 글씨를 보았습니다.
탁주, 소주, 안주일절….

새끼손가락으로 휘휘 저어 벌컥벌컥 마시던 노인네들. 꾸울떡꾸울떡 목젖을 타넘으며 막걸리가 넘어가던 소리. 지금도 그 기억이 떠오릅니다. 노란 주전자 낑낑대며 막걸리심부름을 했고 그 때를 놓칠세라 시큼하면서도 이상하게 당기던 막걸리를 홀짝홀짝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보자, 어떤 곳엔 안주일절, 또 어떤 곳엔 안주일체라고 써 놨습니다. 안주일절(一切)이나 안주일체(一切)나 한자는 똑같네요.

‘일체’로 읽을 때는 ‘온통’ ‘모두’라는 뜻을 가집니다. ‘일절’로 읽으면 ‘전혀’ ‘도무지’라는 뜻을 갖지요. 따라서 ‘안주일체’라고 하면 술을 먹을 정도의 안주는 갖추고 있다는 뜻이 됩니다. 그렇지만 ‘안주일절’로 써 놓으면 어떡하나요?

안주는 전혀 없다는 말이 되겠지요. 막걸리라면 몰라도 깡소주를 안주도 없이 먹는다면 속이 남아날까요? 혹 가셔서 막걸리라도 한사발 하시려거든 ‘안주일체’로 써 놓은 대폿집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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