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에는 흩어져 사는 가족이 모두 모여 정담을 나누는 것이 흔한 모습이지만 바람이기도 하다. 하나라도 빠지면 서운하고 개운치가 않다. 차례상도 그렇다. 매년 지내는 일이지만 소홀할 수가 없다. 종일 장을 보고 온 가족이 흥성거리며 정성 껏 음식을 장만한다. 뭐 하나 빠뜨리지 않을까 꼼꼼히 살피며 차례상을 차리는데도 꼭 한 가지 빠뜨려 낭패를 본다. 그럼 웃음으로 채운다. 한복도 곱게 차려 입고 세배도 정갈하게 올리고 나면 설날이 참말 같다.
곧 설인가 보다. 전통 시장은 벌써부터 분주하다. 생선점은 눈코 뜰새 없고, 제수 용품점도 손님이 부쩍 늘었다. 다른 상인들도 얼추 물량을 맞출 시기이다. 모처럼 활기가 넘치는 전통시장 상인들의 바람을 전한다.

● 주단점, “빌리는 값이면 한 벌 지을 수 있어요.”

주단점 할머니는 이번 명절에 손자, 손녀 모두 한복 입고 세배 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다른 지역 보다 전통시장이 저렴하다고. 도시에서 빌리는 값이면 전통시장에서 한 벌 해 입을 수 있단다. 조금 보태서. “한복 빌려가는 것보다 몸에 맞춰서 샀으면 해요. 옛날 사람들은 잠도 안자고 호롱불 켜놓고 손바느질 해서 입혔는데, 그런 정성 때문인가? 예의범절 더 잘 아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옷이 조심성이 있으니까, 세배할 때도 공손해지고 마음가짐 다스리는 걸 알게 되요.”

● 정육점, “거짓말 하고 속이는 사람 없어요.”

주인 아주머니는 고창, 흥덕에서도 많이 오는 시장이라고 자부한다. 고기, 야채, 생선 다 살 수 있고 물건도 좋은데 오히려 부안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간다고 푸념이다. 평소 김제나 전주 대형마트로 간다는 뜻이다. 공산품 가격이 저렴하기도 하고, 하루 나들이 겸 대형마트에 다녀오는 젊은 사람들에 대한 아쉬움일 것이다.
“시장 고기는 작업장에서 거쳐오지 않고 바로 오니까 신선해요. 또 거짓말 하고 속이는 사람도 없고. 명절이라고 가격이 올라도 단골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그 가격 그대로 팔아요. 안심하고 오세요.” 설날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고기는 떡국거리용 소고기나 돼지갈비다. 국거리용 1등급 암소 한우가 600g에 2만원, 돼지갈비는 600g에 7000원 선이다. 냄새나는 소고기는 숫소인데 거세했어도 마찬가지라는 귀뜸이다.

● 제수용품점, “살림에 보탬이 되려면 이리 와야지”

이번 설은 이래저래 걱정이다. 밤, 대추, 곶감이 많이 나가는데 올해는 감이 싸서 곶감은 안 나갈 것 같고. 날이 너무 추워서 도라지, 콩나물, 고사리는 얼까 봐 비닐로 덮어놓았다. 김, 멸치 같은 수산물이 비싸다. 멸치 상품(上品)이 1.5kg짜리가 3만원이다. 꽈리고추도 3.75kg 1관이 며칠 새 2만원에서 4만원까지 올랐다며 주인도 혀를 내두른다. 명절 코앞에는 더 비쌀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래도 재래시장이 10~20% 훨씬 싸지. 나이 잡수신 분들은 재래시장에 오시고, 젊은 분들은 마트로 가는데 살림에 보탬이 되려면 이리 와야지”

● 생선점, “필요한 만큼 사시라고 해야지.”

무 바빠서 물을 기회도 없었다. 홍어 2~5만원대 국산은 최하 7만원 이상. 조기는 가격이 여러 가지. 오징어는 작은 건 다섯 마리, 큰 건 세 마리가 2만원이다. 간재미 두 마리 1만5천원, 병치 큰 거 6만원. 손님과 오가는 흥정을 들은 가격대다.
“좋은 물건 많이 있으니까 많이 사가세요, 그려? 그거지 뭐. 필요한 만큼 사시라고 해야지.”

● 생물점, “싱싱하고 좋으니까 많이 오세요.”

설에도 숭어, 광어를 많이 찾는다고 한다. 숭어는 키로에 만원, 광어는 3만원(대광어는 3만 5천원). 특히 명절 전과 당일에 손님이 많다. 아침 저녁으로 두 번씩 물건이 들어오니 물이 매우 좋다고. 그래도 명절이라고 값이 오르지 않고 정해진 가격대로다. “싱싱하고 좋으니까 많이 오세요. 매운탕 거리도 챙겨 드리고, 많이 사시면 다른 서비스도 많이 드려요.”

● 전통시장 상인회, 설맞이 할인·선물 이벤트

지난해 추석 전통시장 상인회가 이벤트를 여는 모습이다.

전통시장 상인회는 설을 맞아 이벤트를 준비했다. 소박한 즐길거리와 넉넉한 나눌거리로 흥겨운 설 명절 보내고 상인도, 손님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기를 바란다고.
2월 7일부터 13일까지 전통시장에서 물건을 사는 손님은 온누리 상품권을 받을 수 있다. 5만원 이상 구매한 손님은 온누리상품권 5천원권 1매를, 10만원 이상은 2매를 받을 수 있다. 단 영수증을 지참해야 한다. 또한 이 기간 동안 제수용품과 명절선물, 특화상품 선물세트를 10% 할인한다.
9일과 10일에는 경품추첨을 통해 선물도 나누고 제기차기 투호 등 전통놀이 체험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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