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2일 변산면에서 열린 오복공감 이야기마당. 면사무소 직원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질문자·질문지 각본 짜놓고 중학생들 동원
부안군 “자진 참여다” vs 주민 “제 정신이냐”

김종규 군수가 각 읍면을 돌며 열고 있는 오복공감 이야기마당이 치적 홍보에 급급한 나머지 군민과의 대화를 나누겠다는 본래의 취지를 잃었다는 지적이다.
부안군은 지난 16일 부안읍을 시작으로 26일 위도면까지 13개 읍면을 찾아가는 오복공감 이야기마당을 열고 있다. 새해를 맞아 군수가 직접 군정을 알리고 군민과 대화를 나누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군민의 자발적 참여가 아닌 반강제식 인력동원 문제와 군정 홍보에 적합한 인물과 질문으로 미리 각본을 짜놓고 일방적인 치적 홍보만 벌인다는 불만이 군민들 사이에 팽배해 있는 실정이다. 
부안읍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A씨는 “여러 사람들이 (군수에게 질문을 해달라고) 부탁해서 어쩔 수 없이 참석했다”면서 “질문지도 미리 받아 외웠는데 정작 시간이 부족해 질문도 하지 못했다”고 황당해 했다.
부안읍 이장 B씨 역시 익명을 요구하며 “이장들은 두 사람씩 데려오라고 했다”면서 “한두 번 일도 아니다”고 손사래를 쳤다.
B씨는 이어 “김종규 군수가 (좋은 일은) 다 했다고 그러는데 우리도 방송 보고 다 아는데 그 점에 대해서는 말 할 것이 없다”고 실소했다.
부안읍에 거주하는 군민 C씨도 “홍보나, 치적 알리기에 중점을 둔 것 같아 아쉬웠다”면서 오복공감에 대한 실망감을 전했다.
C씨는 이어 “많은 공무원들도 동원됐던데 행정공백이 생길 것”이라면서 “민원인이 군청을 방문했는데, 담당자가 없으면 다시 방문해야 하는 불편이 있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한편, 변산면은 오복공감 이야기마당에 중학생까지 동원해 물의를 빚었다.
행사 당일 인근 중학교 학생 19명이 봉사활동을 위해 면사무소를 찾아왔고, 그 중 2명은 1층 현관 앞에서 참석자들에게 다과를 권하는 봉사활동을, 나머지 학생들은 2층 회의실에서 열린 오복공감 이야기마당에 참석해 김 군수의 군정 설명을 들었다.
학생들은 맨 뒷줄에 앉아 자리를 채우거나 일부는 중간쯤 앉아 질문자 역할을 담당했다. 이야기 마당이 마무리 지어질 쯤 한 학생이 졸고 있던 다른 학생들을 깨웠다. 질문지를 뽑은 사회자가 ‘피로엔 박카스’라고 읽자 학생들은 신난 듯 일제히 “저희요”라고 외치며 손을 들었다. 그리고 한 학생이 앞으로 나가 박카스 한 병을 김 군수에게 건넸다. 이 '훈훈한'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학생들은 10시에 나와 질문과 노래를 수차례 연습해야 했다.
이처럼 군정 홍보에 중학생을 동원한 소식이 전해지자 교직에 종사하는 D씨는 “제 정신이 아닌 것 같다”고 일축하면서 “어떻게 학생을 그런 자리에 동원하느냐”고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변산면 관계자는 “학생들이 봉사활동 시간을 채워야 하는데 할 곳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학교에 공문을 보내 봉사활동을 할 학생 8명을 모집했는데 20명이나 와서 우리도 힘들었다”면서 “처음에는 의자 정리와 청소를 담당할 예정이었는데, 우리가 노래 연습을 하니까 노래도 같이 하게 됐다”고 답변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밥을 사주면서 박카스라는 질문이 있는데 그거라도 해줄래, 했더니 (학생들이) 하겠다고 해서 연습도 시켰다”면서 “학생들에게 군정에 대해 알려주고 싶어 참석하게 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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