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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갑질이 사라지는 세상을 꿈꾼다
  • 김현영 전주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 승인 2018.01.1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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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아 남북관계의 복원에 관한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2017년을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사악하고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의미의 파사헌정(破邪顯正)이 뽑혔는데, 드디어 바른 것이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한 좋은 신호인 듯 하다. 연이어서 지난 해에 ‘간호사 선정적 춤 강요’ 논란으로 촉발된 병원의 갑질도 사라지고, 환자 안전에 필수적인 간호사 인력이 적정 수준으로 유지되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지난 연말에 SNS에서 병원의 간호사에 대한 갑질 하소연이 이어지고, 심각성을 인식한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보도했던 대표적인 갑질 사례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병원 재단 행사에 간호사들에게 선정적인 옷을 입게 하고 야한 춤을 강요한 사례이다. 이 행사에 동원되어 춤을 춘 간호사들의 동영상을 본 아이돌 그룹의 댄스 트레이너는 매우 강도높은 춤연습이 있었을 것이라고 보았는데, 실제로 3교대 근무를 하면서 휴식시간도 없이 춤연습을 하였고 견디다 못해 사직하는 간호사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사례는 절대로 다시 사용해서는 안되는 일회용 의료기구를 세척하고 소독하여 다른 환자에게 사용한 경우이다. 주사바늘 종류는 한 번 사용하고 나면 피나 이물질이 남아있을 수 있기 때문에 감염 우려가 있어서 반드시 폐기해야 하는데, 이를 재사용하도록 강요해왔으며 이 과정에서 간호사들이 죄의식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것이 병원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다.
  간호사 윤리 강령에 간호사의 역할은 건강증진, 질병예방, 건강회복 및 고통경감으로 명시되어 있고, 간호 교육 과정에서 환자의 안전을 매우 중요한 가치로 교육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역행하고 있는 병원 현실에서 간호사들이 겪는 윤리적 갈등과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것으로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병원 간호사로 오랫동안 재직했고, 지금은 간호사를 양성하는 간호학교수의 한 사람으로서 필자 또한 이러한 현실에 대한 미안함과 막중한 책임을 느끼게 된다.
최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4명의 신생아가 사망하는, 있어서는 안될 일이 발생하였다. 현재도 수사 중에 있으므로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병원 내 환자안전에 매우 큰 위협적인 일이 발생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병원에서 의료오류로 인하여 사망에 이르는 사건을 ‘적신호 사건’이라 부르며, 예방을 위한 관리활동을 강조하고 있지만 진짜 근본원인에는 눈감아왔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환자안전과 관련된 중요한 요인은 적절한 간호사 숫자이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었을 때에, 일차적으로 변화를 알아채는 것은 24시간 환자 곁에 있는 간호사이다. 의사는 환자 옆에 상주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에 혹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 간호사의 연락을 받고 환자에게 오게 된다. 내(환자)가 아무리 아파도 나에게 바로 달려와줄 간호사가 부족하다면 혹은 없다면, 아무런 대책이 이루어질 수 없게 된다. 이것이 바로 적정 간호사 수가 중요한 이유이다. 많은 연구에서 간호사 수가 부족하면 입원환자 사망, 긴급 상황대처 미흡, 병원 내 감염, 낙상, 욕창 등의 발생이 높은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우리나라 의료법에 의료기관에 필요한 간호사 수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1962에 시행규칙으로 제시된 ‘1일 평균 입원 환자 5인대 간호사 2인’ 기준이 어떠한 변화도 없이 2018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강산이 변해도 6.5번은 변했지만, 환자 안전과 관련된 간호사 인력 기준은 단 한번도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의료법 기준이 현실적인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낮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간호사 정원기준을 위반한 의료기관이 많은 현실이다. 간호사 인력이 부족하여 실제로 아침 6시부터 밤 11시까지 17시간 연속 근무를 하기도 하고, 밤 11시에 퇴근한 뒤에 다음 날 아침 6시에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휴식을 취해야 할 시간마저 쉬지 못하고 강압적으로 강도높은 춤연습을 하고, 각종 행사에 동원되어야 한다면 환자 안전에 위협을 주는 일임은 분명하다. 뿐만 아니라, 간호사가 아파도 대체할 인력이 없기 때문에 독감 증상이 나타나도 아예 검사조차 하지 말 것을 암묵적으로 종용한다. 독감으로 판명이 되면 병가가 불가피하므로 차라리 모르는 체로 아픈 것을 참아가며 근무하라는 것이다.
의료기관에서 적절한 간호사 수가 지켜져야 하는 것은 간호사 만의 문제가 아니라 안전한 치료 받을 권리를 가진 모든 환자의 문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지난 정부에서는 간호사 부족 현실에 대해 근본원인 파악하고 대책을 수립하기 보다는 간호대학 입학 정원을 늘려서 간호사 숫자만을 늘리려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였다. 면허를 가진 간호사 숫자가 많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병원에서 일할 수 있는 간호사 숫자가 많이 필요한데도 말이다.
문재인 케어가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건강권을 향상하기 위한 것이므로, 이에 더불어 환자의 권리와 안전을 보호하기 위하여 병원에서 일할 수 있는 간호사가 늘어날 수 있도록 의료법 개정, 간호법 제정, 노동법 준수와 같은 정책을 수립해주기를 바란다. 더불어, 국민들께서 간호사 인력이 환자 안전, 의료사고 예방과 직결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시기를 당부드린다. 사족으로 병원에서 간호사를 부를 때에 아가씨(처녀나 젊은 여자를 가리키거나 부르는 말)가 아니라, 나의 생명 그리고 건강과 직결되는 직무를 수행하는 전문인으로서 ‘간호사’라 불러주시길 당부드린다.

김현영 전주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ibuan@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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