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닮는다’가 아니라 닮아서 부부인가 보다. 김기곤, 이영경씨 부부는 학창 시절 풍물에 빠졌다. 이영경씨는 대학 탈춤 동아리에 들어갔는데 선배들 따라 주로 풍물을 배우러 다녔다. “남원굿을 배우러 갔는데 눈감아도 장단이 쳐지더라구요. 그 때 푹 빠져들었죠. 당연히 학교도 그만 두고.”
김기곤씨는 “안양에서 풍물패를 어영부영 하다가 20대 중반에 부안으로 돌아왔습니다. 천지인(풍물패) 이상백 선생님께 풍물을 배우고 있었는데 순천·광양에서 맹활약을 펼치던 이영경씨가 올라와 함께 했죠. 저보다는 집사람이 진짜죠. 전 사람이 좋습니다. 북 치면서 노는 것. 사람들하고 막걸리 먹는 것. 그 게 좋더라구요.”
두 사람이 각자의 장단으로 살아오다가 부안농악이라는 굿판에서 부부의 연을 맺었다. 부부의 스승 나금추(전북 무형문화 제 7-1호 부안농악 상쇠 예능부요자) 선생으로부터 부안농악을 전수 받고 농악에 ‘미쳐서’ 살았다. 이제는 부안농악의 부흥을 위해 한 몫 하자고 부부는 의기투합해 지난 7월 타무(뜻: 두드림 속의 몸짓)를 개원했다.
부안 농악은 전라 우도를 대표하는 농악이다. 하지만 부안 농악에 부안 사람이 없다고 부부는 말한다. “물론 찐하게 마음을 주고받는 분들이 도움을 주고 계시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부안농악이라면 부안 사람이 있어야잖아요. 지금은 대부분이 외지 사람들이에요. 부안 사람과 함께하는 굿판을 만들고 싶습니다.”
농악은 고된 노동을 이겨내기 위한 유흥이다. 한 땅에서 나고 자라 한 땅을 일구는 사람들이  어느새 하나 된 숨을 죽이고 살리는 것이 바로 장단이고, 그 장단에 몸을 얹는 것이 농군의 놀음 농악이 아닐까? 김기곤씨 말처럼 굿판이 신명 나려면 사람의 마음이 찐하게 나눌 수 있어야한다는데 서울, 여수, 강원도, 전주, 익산에서 오시는 분들의 도움으로 부안농악을 이어가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김기곤씨는 뜬금없이 “사람이 먼저다”라고 웃으며 말한다. 모두가 하나 되는 신명나는 굿판을 만들고 싶은데 그럴려면 우선 치배(악기 다루는 사람)가 있어야 하고, 굿판에 뛰어들어 함께 놀아줄 관객도 있어야 한다. 치배든 놀이꾼이든 우선 사람이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부부는 차근차근 밟아나가다 보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부안농악의 신명이 깊고 넓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부부가 꿈꾸는 부안농악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부부는 고창의 ‘굿 한마당’을 말한다. “초청 공연을 간 적 있는데 각 면마다 풍물패가 있더라구요. 1년에 한번 씩 큰 대회를 열어요. 하루 종일 굿판이 벌어져요. 풍물패 회원들 그 식구들이 다 모이니까 2000여명 정도 되더라구요. 진짜 축제더라구요.”
부안도 예전에는 면마다 풍물패도 많았고 대회도 있었지만, 지금은 7~8개 풍물패만 남았다. 그래서 부부는 옛 부안의 풍물패를 되찾고 싶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부안 사람 중심으로 내년 7월에 공연을 갖는 것으로 시작하려 한다. 지금 타무 단원은 10명 정도이지만 ‘마음 찐하게 주고 받는 분’이라고 거듭 강조면서 앞으로 부안농악이라는 굿판에 많은 사람을 불러낼 계획이라고 말한다. 부부는 벌써 신명나는 굿판을 뛰노는 눈빛이다.
예인의 길. 힘들지는 않을까? 물어 보니 “힘든 점은, 돈이 없습니다. 하하하.” “빚은 많고. 호호호.” “돈은 나중 문제고 지금은 사람이 제일 중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부부가 장단을 주고받듯이 말한다. 역시 전문 치배 부부답게, 힘들지만...힘들지 않아 보인다.
“경제적으로는 힘들지만 그래도 공간 내니까 많은 사람들, 굿쟁이들이 좋아해요. 뿌듯해요. 저번 공연 끝나고 뒷풀이 때 우시는 분들도 있더라구요.” “아마, 부안 농악에 대한 모두의 마음이 더 절절해질 것 같습니다.” 타무라는 공간과 사람들 그리고 많다는 빚(^^)을 이 부부는 어떤 신명으로 풀어낼지 다음 굿판이 기대된다.
부부는 타무에서 풍물 교습을 하고 있다. 취미반, 전문가반 등을 직접 가르치기도 하고 나금추 선생과 이동헌 선생이 가르치기도 한다. 또한 부부도 배운다. “공연 같은 걸 하려면 대표는 상쇠를 할 줄 알아야 하거든요. 물론 꾕과리, 징, 북도 칠 줄 알지만 스승님께 깊이 있게 배워야지요.”
또한 지난 16일에는 예술회관에서 타무 창단 공연도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주어 고맙고 감격했다고. 특히 “부안 농악이 정리 된 것 같다”는 인심 넉넉한 분의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고 한다.
“타무는 누구나 와서 연습할 수 있도록 항상 열어놓을 생각이에요. 정말 문을 열어놓는 다는 것은 아니고, 마음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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