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처음 부안에 왔을 때, 백산면 농민 분들은 대부분 부농이었다. 보통 1,200평 논 10필지 정도 소유하고 이앙기부터 콤바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농기계를 갖추어 자신의 논만 경작해도 소득이 넉넉했다.

그로부터 26년이 지난 현재, 쌀 재배 농가들은 생산비도 안 되는 쌀값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 형편에 처하게 되었다.

2016년 수확기의 전국 쌀값 평균이 80kg에 129,711원으로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최저가를 기록했다. 쌀값 하락으로 인한 소득손실을 보전해 주는 변동직불금이 보조총액한도를 초과하여 국가가 농민에게 약속한 금액조차 일부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2017년 6월 단경기임에도 전국 산지 쌀값이 평균 80kg에 126,767원으로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

농업 문제 중 그 어느 하나 급하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특히 쌀값 폭락과 관련한 대책 마련은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본다.

쌀값 폭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쌀 과잉재고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으로 추가적인 밥쌀 수입을 중단하고 우리 쌀과 북한의 지하자원을 교역하는 방안을 이야기했었다. 국내 쌀값이 정상적인 수준으로 회복될 때까지 밥쌀 수입을 중단하는 결정이 하루라도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방편으로 대북 쌀 제공 문제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대북 쌀 제공과 해외원조가 쌀 과잉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방안이라고 생각된다.

나아가서 쌀의 중장기 정책목표를 올바르게 세워야 한다.

쌀 정책의 목표는 자립기반을 유지하고, 수급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쌀 농가의 유지를 위한 소득을 보전하는 것이어야 한다.

쌀 자립 기반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70년대에는 쌀 수출국이었던 필리핀이 현재 수입국으로 전락한 사례와 1980년 우리나라 쌀이 부족했을 때 국제시세보다 몇 배나 비싼 가격으로 쌀을 수입했던 경험에서 잘 알 수 있다. 식량주권과 다원적 기능을 위해서 쌀의 자급기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핵심 목표가 되어야 한다.

쌀의 자급기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탄력적인 생산조정제를 도입해야 한다. 현재처럼 쌀이 수요를 초과하여 생산될 때 재배면적을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생산량이 부족할 때 재배면적을 늘리는 방안까지 포함하는 생산조정제도가 필요하다.

생산조정 대상 품목은 다른 밭작물의 연쇄적인 가격파동 방지를 위해 사료용 벼, 밀, 콩, 보리, 옥수수 등 자급률이 매우 낮은 대체 식량작물 위주로 선정해야 한다. 그리고 대체 작물 재배에 따른 농가소득의 차이 또한 보전해 주어야 한다. 생산조정으로 늘어난 사료용 벼, 밀, 콩, 보리, 옥수수 등을 소비할 수 있는 수요 확보 방안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공급식, 생협 등의 수요 증가 대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쌀 생산농가의 소득보전을 위해서는 직접지불제도, 특히 고정 직접지불의 확대가 중요하다. 세계적으로 식량주권과 다원적 기능을 위해 직접지불제도를 확대하는 추세이고 선진국들 보다 훨씬 낮은 우리나라의 직접지불제도를 확대해야 한다.

그와 더불어 쌀값의 안정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2016년 쌀값 폭락으로 2조3천억원의 직접지불금이 지급되었음에도 쌀 농가의 명목소득 기준으로 4,630억원, 실질소득 기준으로 2조원의 소득 손실이 발생했다. 직접 지불의 소득 보전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반면 쌀값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변동 직접지불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고 그 재원을 고정 직접지불 확대에 사용한다면 더 효과적인 농가소득 대책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쌀값의 안정을 위해서 쌀의 출하조절과 시중격리를 해낼 수 있는 전국단위 경제사업연합회의 설립과 운영이 필요하다고 본다.

중장기적으로 쌀의 소비와 수입을 조정하기 위해서 여전히 다음의 과제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해외원조의 확대 및 대북 식량교류 정례화 추진, 둘째, 매년 40만9천 톤이나 되는 쌀 의무수입물량 철폐 또는 절반 수준으로 감소, 셋째, 공공급식 등 실효성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쌀 소비 촉진을 위한 꾸준한 노력을 추진하는 것이다.

쌀값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시급한 과제이며 농업 기반을 지키고 식량주권을 사수하는 중요한 과업이다. 문재인 정부가 하루 빨리 밥쌀 수입을 중단하고 제대로 된 쌀 정책을 세우도록 농민들과 농업 관련 단체들 그리고 국민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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