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 집강소 건물 행안면 송정마을의 영월 신씨 제각. 동학 집강소 유적으로 뛰어난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그에 걸맞는 대접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사진 / 이일형 기자

행안면 영월 신씨 제각···창고처럼 쓰이고 있어
문화재 가치 우수해 행정·학계 함께 관심 가져야

지역 학계에서 행안면 송정마을의 영월 신씨 제각이 동학 집강소 유적으로서 뛰어난 가치가 있다며 문화재 지정 추진과 함께 보호·관리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집강소는 동학농민혁명 이후 조선정부와 전주화약을 체결한 뒤 전라도 53개 군·현에 설치된 자치행정기구이다. 기록에 따르면 김낙철(동학 접주) 선생은 행안과 줄포 두 곳에 집강소를 설치한 것으로 전해진다. 줄포는 아직 명확한 위치가 파악되지 않았지만 행안면 송정마을의 영월 신씨 제각은 집강소가 설치되었다는 기록이 명확한 만큼 향토문화재 지정 등 보호 노력과 함께 역사적 가치를 알릴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지난 7월 전라북도 기념물(제137호)로 지정된 김제시의 원평집강소는 전국 유일의 동학 집강소 유적으로 알려져 있다. 허물어져 가는 건물을 복원한 원평집강소에 비해 신씨 제각은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규모면에서도 문화재로서의 가치는 더 우수하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지역 내 동학 연구가 뒤늦은 탓에 신씨 제각의 가치가 알려지지 못했지만 앞으로 학계의 연구와 지역 사회의 관심이 더해진다면 제대로 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신씨 제각의 보호·관리가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영월 신씨 문중 소유의 제각은 동학에 대한 탄압 속에서도 당시의 모습을 꿋꿋이 지켜왔지만 수년 전부터 관리가 이루어지 않은 모습이다. 문들은 창호지가 대부분 찢겨진 상태고 내부는 잡다한 기물들이 아무렇게나 놓인 채 창고처럼 함부로 쓰이고 있었다.
최근 본지에 '부안 민중사'를 연재 중인 최자웅 신부는 “처음 제각을 찾았을 때 웅장한 품격에 놀라웠다며 이정도 보존 상태라면 (비용 면에서)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전국적인 것”이라며 “동학이 탄압을 받으면서 대부분의 집강소가 훼손된 상황이지만 김낙철 선생의 노선이 온건했고, 제각이라는 특성상 문중의 관리 덕에 보존이 잘 된 것 같다”고 동학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문 신부는 뒤이어 “최소한 안내판이라도 설치해서 집강소 유적임을 알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부안문화원의 김경성 사무국장은 “그동안 우리 지역의 동학에 대한 연구가 미흡했던 점이 있지만, 최근 연구가 활발하다”면서 “홍제일기(부안 지역의 동학 활동을 포함한 사회 전반의 기록물) 탈초가 곧 마무리 되면 이를 토대로 학자들의 연구가 이루어지고 행안도소(집강소)의 가치도 부각될 것이다”라고 기대감을 밝혔다. 김 사무국장은 이어 “도문화재 지정은 오래 걸릴 수 있으니 우선 군에서라도 지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김제 원평집강소 못지 않게 역사적 가치가 있는 행안도소가 잘 보존되어 있다는 것을 동학 기념사업회에도 꾸준히 제기하고 있지만 행정의 지원뿐만 아니라 학계의 연구, 지역 여론 형성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방안을 제시했다.
부안군은 신씨 제각과 같은 향토문화재를 보존하기 위해 2005년 ‘향토문화재 보호조례’를 만들었다. 하지만 조례는 유명무실할 뿐 지금까지 단 한 건의 향토문화재 지정도 없었다. 
부안군 실무 담당자는 “향토문화재 목록은 수년 전부터 만들어져 있었지만 그동안 지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서 “향토 문화재로 지정할 경우 지속적인 관리와 함께 예산이 투입되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담당자는 이어서 “내년 예산 계획에 향토문화재 지정을 추진할 계획이다”면서 “예산에 반영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한편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동학농민혁명을 4·19혁명 기록물과 함께 세계기록유산 등재신청 대상으로 선정했으며, 내년 3월 유네스코에 등재심의 신청할 예정이다. 부안군도 동학 문화재에 대한 관심과 함께 보호에 앞장서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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