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역사교사 모임에서 연락이 왔다. 부안군 백산면 원천리 출신의 독립운동가 지운(遲耘) 김철수(金錣洙, 1893-1986) 선생의 집을 찾으러 백산지역을 헤매고 다녔는데 찾지 못했다고 한다. 이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내년 1월에 전국역사교사 모임을 전라북도에서 갖게 되는데 부안이 대상 지역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인물로는 김철수 선생을 집중 조명한다고 했다.
  10월 21일에 이들과 함께 지운 선생이 살았던 이안실을 찾았다. 백산면 대수리 야트막한 야산에 자리 잡은 10평 안팎의 초라한 외딴집이다. 1960년대 중반에 지운 선생이 손수 지은 단칸방으로 유명을 달리할 때까지 이곳에서 30 여년을 사셨다. 이 집에 살면서 조국의 통일을 염원하며 작은 고통이라도 나눈다는 자세로 자신의 토담집을 ‘이 정도면 편안하다’는 뜻으로 ‘이안실(易安室)’이라 이름 지었다.
  사진에서 보는 위는 지운선생이 살던 때이고, 밑의 집은 최근에 교사들과 같이 갔을 때 찍은 사진인데 집이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풀숲에 갇혀 있었다.
  지운 선생을 이해하기 위해 아래의 짧은 글을 인용한다.
 
김철수라는 이름이 있다. 1920년대를 대표하는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이다. 해방 후 월북하지도 않았고, 북한 정권 수립에 가담하지도 않았다. 좌우합작 통일정부 수립에 진력하다 정치상황에 환멸을 느껴 1947년 모든 활동을 접고 낙향, 농사꾼으로 여생을 보냈다. 13년8개월간 옥고를 치를 만큼 불굴의 독립투쟁을 펼쳤고, 친북활동의 전력이 없었음에도 그는 1986년 타계할 때까지 1급 감시 대상으로 한평생 공안당국의 감시를 받았다. 그가 해방 60년 만에 조국으로부터 인정받았다. (‘경향신문’ 사설 2005년 8월 4일)

  일본과 중국 · 러시아를 넘나들며 치열한 항일 독립운동을 했음에도 해방된 조국에서는 사회주의 중심의 독립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공안당국을 앞세워 감시를 했다. 사후 20년이 지나서야 그의 독립운동을 인정한 정부는 건국훈장 독립장을 2005년 8월 15일에 추서했다.
  지운 선생이 살던 곳을 알리는 안내 표지판이 없으니 찾기가 어렵고, 갈수록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워지면서 그의 이름도 ‘망각의 늪’속에 갇히게 되었다. 김철수를 끌어내어 ‘기억의 역사’로 다듬고 알릴 방법은 없을까. 이생에서 춥고 초라하고 외롭게 살다 가신 독립운동가를 무책임하게 방치하는 것은 역사의 훼손이며 부끄러움이다. 이제 선산이 팔리면서 집조차 돌보는 이 없이 방치되었다. 1월에 전국의 역사교사들이 이곳을 찾을 것을 생각하니 이안실을 정비하고 주변을 정리해야 할 방법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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