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민주항쟁

이전까지 나는 광주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그저 교과서 내용 정도 아는 학생이었다. 이번에 직접 다녀오면서 정말 많은 것을 느꼈다. 불과 30년 전에 지금은 상상조차 할 수 없고,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행해졌다는 게 너무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맞고 가족, 친구의 슬픔에 울부짖고, 죽은 뒤조차 멸시와 버림을 당했다는 게 믿겨지지 않았다. 그 당시의 높으신 분들의 정치 이념이나 생각, 권력은 모르겠고 그냥 사람들이 사람들을 그렇게 무자비하고 잔인하게 인간성을 파괴하면서까지 폭력을 휘둘렀다는 게 머리에 무언가 얻어맞은 듯, 사고가 정지되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러면서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자유의 보장이 거짓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어쩌면 지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폭력이었고, 우리의 자유와 민주주의는 없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광주에 다녀오고 나서 알게 된 사실 중 가장 큰 것은 미국이 전두환 정권의 군대 출병 사실을 알고도 묵인하고 심지어는 승인까지 했다는 사실이다. 왠지 모를 배신감과 외교, 정치에 환멸감을 느끼게 됐다. 그리고 언론의 검열로 삭제되었던 기사들을 보면서 최근에 본 ‘공범자들’이 생각났다.
5·18 기록관에서 기록물들을 볼 때 관을 태극기로 감싼 모습이 있었다. 그때 한강의 ‘소년이 온다’에서 읽은 구절이 생각났다. “군인들이 죽인 사람들에게 왜 애국가를 불러주는 걸까? 왜 태극기로 관을 감싸는 걸까? 마치 나라가 그들을 죽인 게 아니라는 듯이…….”  ‘그렇다면, 나라가 그들을 죽인 게 아니라면 누가 죽인 걸까? 권력이, 인간의 욕심이 그들을 그렇게까지 내몬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505 보안부대 옛터에서 그 당시 영창의 모습을 직접 보았는데 분명 거기 잡혀 들어간 사람이 거의 민간인일 텐데 어떻게 군대 감옥에 집어넣고, 제대로 조사 한번 하지 않고 온갖 고문과 구타들을 행했는지……. 보고 있는 내내 온 몸에 소름이 돋고 끔찍했다. 희생자 분들의 아픔과 비명소리가 느껴지는 듯했다. 핏자국이 즐비한 거리의 사진을 봤을 때, 한 방에 100명이 넘는 수용 인원을 초과한 감옥의 모습들을 보면서 ‘소년이 온다’의 이야기들이 생각났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시대에 감사하며 ‘나라면 저런 생활들을 견딜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나라면 눈앞에 보이는 무수히 많은 총대 앞에서 굴복하지 않고, 뒤돌아보지 않고 계속해서 “계엄 해제! 살인 정권 물러나라!”라고 외칠 수 있을까? 아마도 나는 그러지 못할 것 같다. 또한, 내가 그때 공수부대원이었다면 많은 사람들을 때려잡을수록 포상금을 지급한다는 군의 명령에 복종했을까? 나도 저 사진 속 사람들처럼 인간성마저 잃고 살인자가 되었을까? 만약 그런 상황이라면 나 스스로에게 인간이길 포기하면서까지 살지 말라고 되새기며, 그렇게 되지 않게 하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립 5‧18 민주 묘지에 갔을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울컥함과 엄숙함, 그리고 죄송스런 마음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이 땅을 지켜주신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과 좀 더 일찍 찾아뵙지 못해서 창피한 생각이 들었다.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시신을 찾지 못한 빈 묘지를 봤을 때, 죽어서도 편히 쉬지 못할 것 같아 하루 빨리 되돌아오시길 바랐다. 그저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고 말했을 뿐인데 어떤 사람은 너무 고통스럽게 죽고 어떤 사람은 평생을 장애와 후유증으로 잠조차 맘 편히 주무시질 못하고 계시다. 아직도 호의호식하는 전두환과 노태우, 그리고 그 정권의 핵심인물들, 그들이 가한 짓에 비해 그들이 받은 벌은 너무나도 약하다. 법이란 누굴 위한 것인가? 정치란, 권력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은 고민이 생겼다. 우리의 자유와 민주주의는 뜨거운 피가 흘러 완성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것 같다. 이번 활동을 통해 확실히 내가 해야 한다고 느낀 것이 있다. 나는 아직 세계 곳곳에 남아 있는 전쟁과 갈등들이 치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죽음 앞에서도 평화적이고 서로를 도우며 버틴 광주 시민들의 정신과 사랑을 본받아 나눔과 봉사를 실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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