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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독립운동 기념일’ 역사기행 소감문

제 88주년 학생 독립운동 기념일을 맞아 부안교육지원청이 주최하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안지회가 주관하는 인문학 강연 및 역사기행이 부안 관내 중‧고생과 인솔 교사 등 110명의 참가 속에 마무리됐습니다. 이 행사는 11월 3일(금)과 4일(토)로 나뉘어 곽재구 시인의 강연과 광주 5·18민주화운동 유적지 역사기행 등의 순서로 진행됐습니다. 본지는 기행에 참가한 학생의 소감문을 3차례에 걸쳐 싣습니다.                                 편집자 말

홍승완(부안고)

학생독립운동 기념일에 광주로 가는 역사 기행에 대해 처음 소개를 받을 땐 사실 아무것도 모른다기보다는 그곳에 가서 공부한다는 것을 쉽게 생각하는, 가벼운 마음이었던 것 같다. 5.18 민주화운동을 공부하러간다는 것부터 내겐 너무 먼 느낌에 가까웠고, 무엇보다 그렇게 관심이 가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아픈 기억으로 남은 역사를 알고 싶진 않았다. 그러나 이게 너무도 짧은 생각이었음을 금방 깨닫게 되었다. 광주에 가기 하루 전, 금요일에 우리를 위해 곽재구 시인의 강연이 준비되어 있었다. 곽재구 시인의 재치 넘치면서 나긋나긋하던 목소리에서 만들어지는 그 당시의 생생한 순간들. 직접 겪으셨기에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실 그때의 일들이 내 귀에서 일어나자, 무언가 꿈틀거리는 게 느껴졌다. 그게 뭔지 알지 못했으나 내 마음이 드디어 그 역사에 대해 더 알고 싶다고, 그쪽으로 정신을 집중하고자 하는 일종의 신호였을 것이다. 그곳에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 속 열정 스위치가 켜졌다.
다음날, 처음 접한 금남로는 예전의 광주를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매우 깔끔한 모습이었다. 그곳을 거닐며 시민군이 목청 높여 외치다가 군인들의 총소리에 하나, 둘, 쓰러져가는 모습을 눈에 그려보니 ‘그만큼 잔인하게 느껴지는 장면이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무방비한 시민에게 무차별적으로 가한 폭력행위를 기록관에서 보았던 사진들과 같이 떠올리니 절로 소름이 돋았다. 얼마나 아프셨을까, 또 힘드셨을까, 내게 있어서는 평생 느끼지 못할 두려움이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그런 상황 속에서 항상 질서와 협력을 지키며 함께 대항하셨다는 해설사분의 이야기 속에서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존경의 마음이 우러나왔다. 다른 나라의 경우, 이러한 상황 속에서는 강도, 강탈 등이 빈번히 일어나기 십상이라지만 광주는 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서로 밥을 나눠먹으며 서로 헌혈해서 피가 남아돌 정도였다니 실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 정신을 해설사분이 ‘대동정신’이라고 소개해주셨는데 이 정신은 아마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점심을 먹고 찾아갔던 국립 5.18 민주묘지. 광주의 마지막을 맞이하던 거대한 추모탑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손을 모아 기도하는 듯한 모양의 탑. 그 모습이 얼마나 우리가 그분들을 생각하고 살아가야 하는가를 말해주는 듯 했다. 그 뒤로 이어지는 수많은 묘지. 그리고 묘비 뒤에 새겨진 모두가 다른 비문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비문들을 모두 곱씹어 보아도 그들의 헤아릴 수 없는 슬픔을 다 알 수가 없었다. 그들이 죽게 된 사연부터 마지막에 남긴 일기의 한 줄,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던 아들에게 하는 말 한마디, 아버지를 그리워하던 아들의 한마디. 차마 다 읽을 수가 없었다. 그저 숨죽여 눈물을 머금었다. 우리에게 지금을 선물해주신 거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고, 이를 이어가겠다는 의지의 마음이었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광주를 떠나는 버스를 타기 전, 그 민주 묘지의 탑 앞에서 나 혼자 짧게 묵념을 한 번 더 드렸다. 왜 그랬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내가 그러고 싶었고, 그분들께 한 번 더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차 속에서도 계속 그날 느꼈던 모든 것들, 배웠던 모든 것들을 정리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그게 내 맘대로 쉽사리 되진 않았다. 그래서 마음을 우선 최대한 다스리고 생각했다. ‘오늘을, 이 감정을, 이 날을 잊지 말자. 그리고 다시 희미해질 때 이곳에 다시 와서 한 번 더 떠올리자. 항상 우리가 가지고 가야할 이야기니까.’
우리는 이를 기억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피로 지켜진 지금을 잃지 않기 위해서. 그것이 그분들이 원했던 세상이고 미래로 이어져야하는 일이니까. 버스 안에서 내 친구 대희가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꽃이 진 곳에서 아름다운 꽃이 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홍승완  ibuan@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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