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영 전북민주동우회 회장

하늘 노릇하기로
4월 하늘이 가장 어려워
누에는 따뜻하기 바라고
보리는 춥기 원하지
나그네는 맑기 바라고
농부는 비를 기다려
뽕따는 아가씨는
구름 낀 날을 좋아한다네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7월 임명장을 수여받은 후, 문 대통령 앞에서 읊었던 시다. 그보다 먼저 2014년, 당시 김진태 검찰총장이 서울시청직원 간첩조작사건이 불거지자 검찰 간부회의 석상에서 읊었었다. 문 총장은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분리 등 검찰개혁을 놓고 여야가 상반된 입장을 보이는 상황에서, 또는 검찰 내부의 반발과 국민여론의 압력 사이에서 검찰의 총수로서 복잡한 심정을 토로한 것 같다. 그러나 3년 전 김진태 총장이 이 시를 인용한 것은 위법행위를 공평무사하게 조사해야하는 검찰로서는 뜬금없는 행위였다. 좌고우면은 간신의 특기이고, 감찰기관은 직언 직필이 생명일진데, 김 전 총장은 아마도 검찰보다 더 큰 권력의 외압과 국민 그리고 역사의 눈 사이에서 착잡한 심사를 내비쳤던 것 같다.
두 검찰총장 모두 중간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괴로운 처지를 표현했지만 이 시를 가장 절실하게 느꼈을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또한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운전대는커녕 운신의 폭을 확보하지 못한 채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으니 말이다. 대통령만이 아니고 더 나아가 우리나라, 우리 민족이 강대국 사이에 끼어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
중국은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으로 관광객을 끊었고, 한류문화의 유입을 차단했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기업체들은 막대한 타격을 입어, 많은 기업들이 현지에서 철수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에게도 미국과 함께 경제제재를 가하고 있다.
미국은 사드배치에 이어 전투기 등 엄청난 고가의 무기를 우리에게 강매한다. 한미FTA 재협상을 강요하여 현재 재협상이 진행 중이며, 그 무엇보다도 미국은 연일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키겠다고 북한만이 아니라 우리민족 전체를 겁박하고 있다.
서두에 소개한 이 시는 중국 강남지역 농촌에서 구전되어온 민요인데, 중국의 한학자인 남회근이 그의 책 ‘논어별재’에 소개한 뒤 유명해졌다. 남회근이 90세였던 지난 2007년 북경대에서 경제관료와 학자 그리고 유수 기업가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그는 강의 서두에서 다음과 같은 옛 시를 인용했다.
“한 조각 흰 구름이 계곡 어귀를 가로막아 수많은 새들이 돌아갈 둥지를 찾아 헤맨다(一片白雲橫谷口 幾多歸鳥盡迷巢)”
남회근은 당시 중국을 둘러싼 국제정세를 설명하기 위해서 이 구절을 인용했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에 딱 들어맞는 표현이 아닐 수 없다. 남회근은 이 강의에서 당시 세계정세를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확대판이라고 말했다.
춘추전국시대란 주나라가 쇠약해진 기원전 8세기부터 진나라가 중원을 통일한 기원전 3세기까지 약 550년 동안의 시기를 말한다. 당시 중국은 각 제후국들이 전쟁을 통해 강대국이 약소국을 침탈하는 등 극심한 혼란의 시대였다.
이후 약 2500년이 지난 뒤, 무대를 전 지구상으로 확대해보면 지금도 춘추전국시대다. 19세기 영국에 이어 20세기에 두 차례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이 양대 강국으로 팽팽히 맞섰다. 그 후 소련이 붕괴하고 미국이 단일패권국이 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온다. 근래에는 중국이 강대국으로 부상하면서 미국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고 있다. 이런 와중에 우리 한반도가 미국과 소련 혹은 중국 사이에 끼어서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우리나라는 해방이 되었으나 당시 두 강대국인 미국과 소련 사이에서 나라가 두 동강이로 나뉘고 말았다. 이 때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 말이 있다. “미국을 믿지 말고 소련에 속지마라. 일본은 일어난다.” 지난 주 일본 총선에서 아베의 자민당이 압승을 거두었다. 일본은 이제 개헌을 통해 ‘전쟁(침략)을 할 수 있는 나라’로 복귀할 날이 멀지 않았다. 일본이 일어나고 있다.
다음달 7일 한국에 오는 트럼프 미 대통령은 “전쟁을 해야 한다면 전쟁은 그곳(한반도)에서 일어날 것이다. 만일 수많은 사람이 죽는다면 그곳에서 죽게 될 것이다. 그 사람들(우리민족)이 그곳에서 죽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유엔에서 북한에게 ‘완전 파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자기 나라를 위해서라면 우리 한민족 수백만 명이 죽어도 좋다는 미국이 과연 우리의 우방이요, 혈맹인가? 한반도에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우리는 어디로 가야하나?
“한 조각 검은 구름이 한반도를 가로막아 우리 민족은 살아남을 곳을 찾아 헤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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