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와도 운동회는 즐거워

ⓒ 염기동 기자

먼지가 일지 않도록 전날 운동장에 물까지 뿌렸으나 하필이면 운동회 하는 날 비가 내렸다. 돌아보면 이런 기억이 한두 날이 아니었다. 소풍을 앞두거나 운동회를 앞두고 얼마나 조마조마했던가.

줄다리기를 끝으로 장소가 실내체육관으로 옮겨졌다. 응원전이 다시 불을 붙였다.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그런데 이상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청군도 백군도 아닌 “달님 이겨라, 별님 이겨라”며 응원을 하고 있었다. 언니오빠들과 한 건물에서 공부를 하는 유치원생들이었다. 이에 대해 한 학부형은 이렇게 말했다.

“운동회도 초등학교와 유치원이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치러지니까 짐을 하나 던 기분이에요. 저는 2학년 아들하고 유치원 다니는 딸을 두고 있는데 따로 따로 운동회를 한다면 맞벌이 부부들한테는 조금 번거롭거든요.”

처음엔 도시락을 들고 나온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엄마들뿐이었으나 점심때가 가까워오자 아빠들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학교행사에 적응이 잘 안 되는지 대부분의 아빠들은 먹을거리를 손에 든 채 체육관 밖에서 점심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