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생각하는 우리말 바로 쓰기

가끔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언제부터, 뭣 때문에 우리말 바로쓰자는 일을 하오?’
오래 전에 옥살이를 하면서 우연히 이오덕 선생님이 쓴 ‘우리글 바로쓰기’란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우리말을 살려쓰자고 주장하는 계기가 되었지요. 그 책을 읽고 몹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당시 저는 노동자 글꾼이었고 저도 모르게 일본말 찌꺼기(우리말처럼 쓰이기 때문에 잘 알아차리지 못함)나 외래어 말법에 오염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책을 읽으면서 잘못을 크게 뉘우쳤고 평생 우리말 살려쓰는 일을 해 나가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 일을 해온 지 15년이 되었습니다. 물론 이 일을 못마땅해 하는 사람들도 더러 만났습니다. 너무 곧이곧대로 우리말을 쓰자고 하니까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다 알아먹는데 시시콜콜하게 무슨 우리말타령이냐, 우리말을 바로쓰자는 주장이 말과 글의 다양성을 해치고 발목을 잡는다 뭐 이런 얘기였지요.

그렇지만 저는 그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모두들 그런 생각을 갖게 된다면 결국 우리말을 온전하게 지키고 가꾸고 살려나가는 일은 영영 다시 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말을 바로쓰자고 하면 영어나 한문이나 그 밖에 외국어는 그럼 쓰지 말자는 거냐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제 주장의 본질을 흐리게 만들려는 속셈이 보입니다.
아니지요. 영어건 한문이건 일본어건 그 밖에 외국어도 열심히 공부해야지요. 다만 우리말과 우리말법이 버젓이 살아있는데 다른 나라 말과 말법에 버무려 섞어서 국적을 알 수 없게 만들어 버리거나, 우리말을 다른나라 말의 시중이나 들게 하는 따위의 일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제 주장입니다.

또 한글날입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연례행사처럼 ‘세계에서 으뜸가는 우리 한글을 사랑하자’고 하나마나한 소리를 하겠지요.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우리말을 짓밟는 일을 계속 할 겁니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요.

영어를 잘 못하거나 한자를 제대로 읽지 못하면 부끄러워하면서 정작 제대로 알아야 할 우리말을 바로알지 못하는 잘못에 대해서만큼은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뻔뻔함이 사라지는 날까지 우리말을 바로쓰는 일은 이어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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