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 주둔지· 주차장으로 활용

‘돌팍거리’로 불려지고 있는 부안군청 청사 뒤가 지난 99년 원광대학교 박물관 조사결과 조선시대 금석문이 묻혀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부안군은 지난 해 핵폐기장 유치신청 과정에서 이곳을 전경들의 집결지와 주차장으로 쓰고 있어 문화유산을 방치하고 있다는 빈축을 사고 있다. 원광대학교 박물관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부안군청 청사와 구 부안경찰서 일대는 조선시대 관아와 그 부속건물인 공해가 있던 자리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 일대는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건물이 훼손됐고 현재 ‘봉래동천(蓬萊洞天)’, ‘주림(珠林)’, ‘옥천(玉泉)’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암반만 남아있는 상태다. 이 글씨는 1810년에서 1813년까지 3년간 부안 현감을 지낸 박시수에 의해 쓰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흙으로 덮여진 ‘봉래동천’이란 금석문은 가로 4m, 세로 5m 넓이로, 획 하나의 굵기가 약 15cm, 글자 하나의 크기는 2m 가량 되는 초서로 쓰여졌다. 또한 ‘주림’과 ‘옥천’이란 글씨는 이곳에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암반수를 지칭하는 것으로, 글씨 바로 옆에 물웅덩이가 있다. 실제로 1960년대까지만 해도 주민들이 옥천의 물을 길어다 식수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는 주차장으로 변해버렸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 99년 부안읍 서외리의 한 주민의 제안으로, 부안군이 원광대 박물관에 4천7백만원의 예산으로 조사를 의뢰해 밝혀졌다. 부안군이 의뢰한 내용은 ‘옥천’과 ‘용’자의 확인, 용자가 창암 이삼만이 쓴 것인가에 대한 사실 여부를 조사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후 민선 자치단체장이 바뀌면서 부안군은 지난해 핵폐기장 유치신청 과정에서 이곳에 전투경찰을 주둔, 차량을 주차시켜 훼손을 부추겼다. 이같은 사실을 알고 향토사학자 김형주(74)씨가 지난 2003년 10월 부안군에 ‘부안 옛 관아앞(돌팍거리) 금석문 훼손 시정 요구서’를 보내 훼손되고 있는 금석문을 보존조치할 것을 요구했다. 시정 요구서 내용은, 돌팍거리 구역 내 모든 경찰 부대원들의 철수와 일체의 주차행위를 금지하여 줄 것, 금석문자 보호를 위해 그 주변에 보호조치를 취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에 부안군은 발굴조사과정에서 드러난 봉래동천이란 글씨를 흙으로 덮어두는 조치만 취했을 뿐 여전히 전경 주둔지와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에대해 당시 문화재계장 김아무개씨는 “문화재로 지정이 안됐기 때문에 일단은 원형보존을 위해 임시로 흙을 덮어둔 것”이라고 밝히고, “지정이 안된 문화재에 대해서는 예산투입을 할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한편 부안군은 군청사 신축과 관련된 타당성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현재 유력한 부지로는 현 군청터를 포함한 ‘돌팍거리’ 일대 4천여평으로 이미 이 일대 부지 매입을 완료한 상태다. 이에 대해 군청사 신축을 추진하고 있는 부안군청 재무과 관계자는 “현재 타당성 조사를 거쳐 내년 2월경에 문화재 지표조사를 할 예정으로 그때 가면 보존방향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향미 기자 isonghm@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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