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다운 신문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라는 저널리즘의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따뜻한 시각으로 군민들 소식을 담아내는 그런 신문을 만들기 위해 13년을 달려왔습니다. 그 노력이 헛되었는지, 조금은 신문다워졌는지는 오로지 독자들이 평가할 몫입니다.
다만 종사자들 입장에서 보면 많이 미흡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고 싶은 기획도 많았고 새로운 매체 실험도 하고 싶었지만 능력문제 인력문제 자금문제가 늘 걸림돌이었습니다.
저희들 신문종사자들에 대한 능력문제는 따로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늘 부족하다는 걸 잘 알고 있고, 변명할 여지도 생각도 없습니다. 독자들의 질책을 달게 받겠습니다.
그 외 문제는 우리를 늘 괴롭혔습니다. 주변에 구독을 호소했지만 독자 수는 원하는 만큼 늘지 않았고 광고 수입도 별반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기자를 충원하려 해도 지역에 사람이 없다는 사실만 확인하곤 접어야 했습니다. 시민기자나 학생기자를 모집한 적도 있지만 군민들 반응은 미지근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기사에 대한 호응도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편집국 입장에서는 제법 가려운 부분을 긁었다고 생각되는 기사에 대해서도 군민들은 시큰둥했습니다. 그럴 때면 무력감에 가위가 눌리기도 합니다. 그러자니 부안독립신문은 그저 있으나마나한 존재가 아닐까, 회의에 빠진 적도 있습니다.
언론을 둘러싼 환경도 녹록치 않았습니다. 비판기사라면 무조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부류도 있습니다. 이들은 관청에서 배포하는 보도자료만 싣는 신문을 신문다운 신문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일부 시기와 질투도 있었습니다. 바른 말을 하는 사람이 무리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현상 같은 거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러자니 이런 저런 불이익을 당할 때도 있습니다. 취재 현장이나 광고 수주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미묘한 차별이 우리를 가로막곤 했습니다.

“그래도 부안독립신문이 할 말은 해”
그런데 요즘 작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부안에서는 그나마 부안독립신문이라도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군민들의 목소리가 조금씩 들려오고 있습니다. 저만의 착각은 아닙니다. 지면을 통해 미주알고주알 털어놓을 순 없지만, 부안 군민들 성정이 대놓고 표현하는데 서툴러 그렇지 많은 분들이 내심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슬그머니 다독여 주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부안에는 지역문제에 대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건강한 시민사회단체 하나 없습니다. 시민 감시 기능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자본과 행정, 의회 등 지역을 이끄는 권력은 시민의 감시 하에 있어야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못하면 시민의 알 권리가 묵살되는 ‘그들만의 리그’로 군림하게 됩니다. 말하자면 현재 많은 군민들이 우리 부안이 감시 부재의 상황에 놓여있다는 진단에 동의하고 있으며, 그 사명을, 부족하지만, 부안독립신문이 맡아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네. 맡겨주시면 한 번 해보겠습니다. 사실 그 동안 재정적으로 어렵거나 독자의 호응이 생각처럼 없을 땐 신문을 그만둬야 하나, 내부적으로 고민도 있었습니다. 왜, 무엇 때문에, 취재원과 얼굴을 붉히며 기사를 쓰고 사비로 적자를 메워가며 생고생을 해야 하나, 그런 자괴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부안독립신문의 장래는 우리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신문의 주인이 주주·독자인 이상 주인이 결정할 문젭니다.
군민의 속마음을 일정 부분 확인한 이상 이제는 악착같이 해볼 생각입니다. 그래서 우리 부안에서도 눈치 보지 않고 시민의 요구와 기대가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상식이 지배하는 고장, 공정한 룰 속에서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는 그런 고장으로 거듭나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습니다.
나아가 신문사라는 기업적 측면에도 힘을 쏟을 생각입니다. 새로운 매체를 도입하는 등 경영혁신을 통해 어엿한 기업으로 성장하고, 그래서 지역의 젊은 인재가 먹고 사는 걱정 없이 지역발전을 고민할 수 있도록, 작지만 알찬 미디어 기업으로 가꿔나가고 싶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좌고우면하지 않고 꿋꿋하게 가겠습니다. 여전히 우리의 목표는 신문다운 신문을 만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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